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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말랄라와 스와트 밸리

지난 9일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된 말랄라 유사프자이에게 이날은 제2의 탄생일이었다. 17세의 최연소 나이로 노벨상을 받아서만은 아니었다. 딱 2년 전인 2012년 그날 천국의 문턱까지 다녀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쿠샬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던 스쿨버스 안에서였다. 검은색 콜트 45구경 권총을 든 남자는 얼굴을 가린 채 떨리는 손으로 버스 후미에 탄 말랄라를 향해 세 발을 쏘았다. 그중 한 발이 말랄라의 왼쪽 눈 옆을 뚫고 들어가 왼쪽 어깨로 빠져나왔다.

말랄라는 BBC방송에 여자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한 탈레반을 고발하는 내용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위협을 받아왔다. 피격 사흘 뒤 파키스탄 이슬람 지도자 50명은 말랄라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불의라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종교 해석)를 내놨다. 탈레반의 무도한 행동이 이슬람의 본질과는 무관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총을 맞은 말랄라가 사경을 헤매자 영국은 버밍엄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줬다. 그 뒤 이곳은 말랄라의 제2의 고향이 됐다. 기적적으로 회복된 말랄라는 어린이, 특히 여자 어린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16세 생일이던 지난해 7월 12일 유엔에 초청돼 반기문 사무총장 앞에서 이를 역설하는 연설을 했다.

말랄라가 총을 맞은 그의 고향은 아프가니스탄에 가까운 파키스탄 서북 변경주의 스와트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대 문명사의 현장이다. 기원전 6세기에서 서기 11세기까지 존재한 간다라 왕국에서 그 유명한 간다라 미술이 꽃피었다.

이곳까지 쳐들어왔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남기고 간 헬레니즘 미술이 현지 불교 신앙과 결합한 동서 융합형 미술 양식이다. 불교의 스투파(불탑)와 불상이 즐비하다.

기원전 6세기 이곳에 들어선 탁실라 대학은 의학·천문학·군사학·상술·철학을 가르쳤다. 859년에 모로코 페스에 들어선 알카라위인 대학, 1088년에 설립됐다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보다 1000년도 더 전에 들어선 세계 최초의 대학이다. 부처님의 주치의인 지바카와 인도 대륙을 최초로 통합한 마우리아 왕조의 시조인 찬드라 굽타가 이곳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나중에 불교대학으로 발전해 동서양에서 유학생을 받았다. 혜초 스님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스와트 밸리는 파슈툰족이 몰려 사는 자치 지역이다. 인구가 5000만 명이나 되는 파슈툰족은 파키스탄에 약 2940만 명, 아프가니스탄에 약 1280만 명이 거주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전체 인구 1억8600만 명의 약 15.8%를 차지하는 둘째로 큰 종족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총인구 3200만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다. 이들은 이슬람 초기인 7세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6세기 인도 쿠샨 왕조가 세운 인류문화유산 바미얀 석불을 2010년 3월 로켓탄으로 파괴했다. 말랄라의 자서전 『나는 말랄라』에 따르면 스와트 밸리의 탈레반도 사리를 모신 스투파를 다이너마이트로 부쉈다고 한다.

중국 5호16국시대 동진(東晉)을 거쳐 백제 침류왕 1년인 384년에 지금의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도착해 불교를 전래했다는 승려 마라난타가 이곳 출신이라는 설이 있다. 마라난타도 파슈툰족일 가능성이 크다. 전 천태종 총무원장인 운덕 스님은 2010년 고대 탁실라 대학을 복원하는 종교화합운동을 제창한 바 있다. 말랄라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극단주의에 맞서 화합을 이뤄야 한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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