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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계파주의와 돈

정치인에게 출판기념회란 음성적인 정치자금 통로인 경우가 많다. 2004년 ‘오세훈법’으로 후원금 모금에 제한을 받자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돈 모으는 기회로 삼곤 했다. 물론 명분은 책값이다.

그게 사라질 ‘위기’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6일 정상 책값 외의 금품 모금을 금지하기로 하고, 9일 새누리당 보수혁신위가 출판기념회 원천 금지를 추진키로 했다. 좋은 취지인데 벌써 “다른 검은 뒷거래가 횡행해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안 그래도 돈 없는 사람은 지역구 관리와 의정 활동이 어려운데 더 숨통이 막히게 생겼다”는 이도 있다.

걱정은 엉뚱한 쪽으로도 튄다. 계파주의가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더 그렇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잔뼈가 굵은 A씨의 말이다.

“새누리당에 비해 새정치연합이 계파정치를 죽기 살기로 하는 이유를 아나. 바로 돈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사람들은 새누리당에 비해 물적 토대가 약하다. 그러니 ‘패밀리’를 결성해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의 주장을 풀이하면 이렇다. 정치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엔 부자가 많지만 새정치연합엔 적다, 그러니 계파를 형성한다, 그러면 개인일 때보다 돈을 조달하기 쉽다. ‘센 계파’에 있으면 계파 핵심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스폰서’를 하기도 하고 지방의원 등에게 공천 헌금을 받을 수도 있다.

설마 그럴까. 그런데 같은 당 중진 B의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안철수 의원이 자기 세력을 만드는 데 실패한 이유가 뭔지 아나. 바로 돈을 안 써서다. 요즘은 자기 돈 써 가며 다른 정치인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사람은 없다. 세력을 만들려면 왔다 갔다 하는 비용도 들고 밥도 먹어야 한다. 그런데 돈도 많다는 안 의원이 돈을 안 풀었다. 그러니 다들 떠나는 거다.”

실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와는 별도로, 그런 시각이 정치권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B는 덧붙였다. “김대중 시절엔 자기 돈으로 정치인을 돕는 이가 많았다. 장외투쟁이라도 있으면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고 간호사를 데려왔다.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그랬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이젠 45인승 버스라도 대절해줘야 사람들이 집회에 온다.” 결국 돈이 있어야 사람도 모인다는 얘기다.

과거 생계도 포기하고 정의감과 희생정신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야당 인사들이 들으면 억울할 법하다. 뜻이 맞는 이들끼리 뭉쳐 신념을 위해 계파 활동을 하는 건데 감히 돈 운운하니 말이다.

하지만 과거의 운동 투사가 요즘엔 계파원을 지역위원장이나 당직에 심는 데 몰두한다. 공천 같은 이익 투쟁에만 적극적인 이도 있다. 그들은 “모두 대의를 위한 것”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돈 때문’이란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계파에 목매지 않고, ‘책값’ 수금 없이도 정치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필요하다면 오세훈법 개정도 고민해야 할 듯하다.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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