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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0대는 힙합 스타일 ② 래퍼가 들려주는 이야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고교생 래퍼 자라(왼쪽)와 뮤진. 이들의 무기는 마이크와 노트북 하나, 그리고 열정이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케이블방송 Mnet의 래퍼 서바이벌 ‘쇼미더머니3’의 주요 시청층은 10~20대입니다. KBS2 TV 개그콘서트의 ‘힙합의 신’에서 ‘쇼미더뭐니?’라는 이름으로 패러디한 코너도 인기죠. 비주류 음악으로 여겨지던 힙합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며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현상의 가운데엔 힙합을 좋아하는, 나아가 힙합 음악을 만드는 10대들이 있습니다. 뮤진(본명 문지훈·충북 청주고 3)과 자라(본명 민한·서울 신일고 2), 두 명의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래퍼가 된 계기는.

(자라) 중2 때 영화를 봤어. 에미넴의 ‘8 마일’. 흑인이 우세한 힙합에서 백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 받던 에미넴이 랩으로 성공하는 이야기야. 총 대신 랩으로 싸우는 게 정의롭고 멋있어 보였어. 음악은 원래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때부터 힙합을 제대로 접하기 시작했어. 오해하진 마. 난 에미넴과는 달라.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니까. 그냥 영화가 멋있었을 뿐이야.

(뮤진) 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갔는데 노래하는 형들이 많았어. 같이 매일 노래를 듣고 부르다 알아챘지.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그땐 아이돌 음악을 좋아해서 힙합엔 관심도 없었어. 친구가 권해 중3 때부터 랩을 시작했어. 처음엔 멜로디도 없는 랩이 대체 왜 좋은지 몰랐어. 말이 많은 랩은 확실히 노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내 꿈에 대한 것들이야. 지금은 밀어주시지만, 그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거든.

―학교에선 어땠나.

(뮤진) 선생님과도 많이 싸웠어. 인문계고에 들어가 내 꿈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선생님은 ‘힙합’이란 두 글자에 편견을 갖고 아무 짓도 안 한 날 삐딱하게 보셨지. 성악을 하는 친구는 좋게 봐주면서, 갱스터랩을 한다니 ‘양아치 아냐?’라는 식이었지.

(자라) 자사고(자립형사립고)에 가니 수업 시간도 변하고 배우는 과목도 변했어. 말로 듣는 압박도 있었지. ‘강북에 살면서 이렇게 공부해서 대학 갈 수 있겠어?’ 내 성격은 낙천적이야. 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힘들었지. 8개월 만에 인문계고로 전학을 갔지만 더 적응이 안 돼 다시 돌아갔어. ‘신일고에 쫄 필요가 뭐 있어’라 마음 먹기로 했지.

―공부는.

(자라) 공부하면서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학기 중엔 가사를 쓰고 녹음만 하지. 방학을 하면 일주일에 한 번쯤 공연을 해.

(뮤진) 중학교 땐 반에서 5등 안엔 들었어. 고등학교에 가선 전교 100등 안에 들어야 갈 수 있는 기숙사에 떨어지고 말았지만. 아버지가 딱 1년만 진짜 열심히 공부해 보고, 정말 노력했는데도 안 되면 음악을 하도록 밀어주겠다고 하셨지. 1년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4~5등급.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볼 차례였어.

―음악은 어떻게 배웠나.

(뮤진) 랩은 빠른 장르라 신나게 즐길 수 있고 리듬을 타면서 박자를 공부할 수 있었지. 고2 때부턴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며 작곡을 배우고 보컬 레슨도 받았어. 지금은 대입 수시 고사를 보고 있지.

(자라) 요즘엔 실용음악학원에서 랩도 배운다지만 그땐 몰랐어. 혼자 박자도 안 맞는 가사를 끄적이고 봐줄 사람을 찾아 힙합 사이트에 올려봤지. 첫 댓글 ‘소질 있으신 것 같아요’ 그 한 마디에 힘을 내 가사를 쓰다 보니 조금씩 늘었어. 지금 돌아보면 정말 아니었는데.

―대학 진학은.

(뮤진) 난 음악을 더 배우기 위해 예술대학에 꼭 가야겠어. 힙합도 좋지만 프로듀싱이나 미디 작업까지 다 배워 음악을 모두 컨트롤 하는 게 내 꿈이야.

(자라) 난 어문학이나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고 싶어. 대학은 경험이니 음악 외적인 것에서도 배워보고 싶거든. 힙합만 듣는 게 아니라 R&B, 재즈도 접할 거야. 피카소를 보면 예술이라는 느낌이 딱 들잖아. 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아니라 ‘예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장기하 같은 사람 멋있잖아. 서울대 사회학과 나와서 음악 하는 거.

―녹음하긴 쉽나.

(자라)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무기는 노트북 하나에 마이크 하나면 충분해. 녹음은 쉽지만 랩은 어렵지.

(뮤진) 난 집에서 녹음하는 것보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는 게 좋아. 녹음할 땐 내 목소리와 달라 수십 번을 다시 할 때도 있어. 하지만 공연할 땐 딴 사람이 돼. 클럽공연·대회·축제·행사·버스킹(거리공연)까지 많게는 한 달에 열 번씩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

―둘다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1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힙합 콘테스트 ‘슈퍼루키챌린지 스페셜’ 본선에 진출했는데.

(뮤진) 전국 대회라고 자랑했더니 부모님이 찾아오셨어. 수없이 많이 공연했지만 부모님이 보러 오신 건 그게 처음이었어. 보여드리고 싶고, 보답하고 싶어 욕심이 나고 긴장도 됐지. 다행히 열심히 해서 동상을 탔고 부상으로 싱글 앨범도 냈지. 네이버 검색창에 ‘뮤진’을 치면 내 인물 정보가 나오게 됐어.

―자라는 ‘사운드 프로바이더스 오브 코리아’에 진출해 가리온·산이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한 앨범에 곡을 담았는데.

(자라) 감사한 기회이긴 한데 내겐 부끄러운 경력이야. 힙합은 뭐니뭐니해도 실력이 좋아야 하는데 그에 맞지 않는 결과라 생각해. 최선을 다한 새로운 경험이긴 했지.

―겸손한데.

(자라) 실제 래퍼들 중 랩 가사처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한 이틀은 집에 안 들어갈 것 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제육볶음이나 먹으며 원피스·심슨 같은 만화 이야기를 하며 순수하게 놀지.

(뮤진) 나 역시 랩 가사처럼 거칠게 살고 있지는 않아.

―10대가 힙합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자라) 친구들끼리 하는 욕이 음악에서 나오는 게 신기해서.

(뮤진) 다른 노래 보다 자유분방한 장르라서.

(자라) 힙합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문화라 그림 그리는 것도 옷도, 디제이도 힙합이 될 수 있지. 그래서 10대에게 더 인기 있는 게 아닐까. 한창 외모를 꾸밀 나이고, 한번쯤은 일탈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싸움 구경도 재미있고. 힙합이 만날 싸우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컨트롤 대란(래퍼들이 상대를 비난하는 내용의 곡을 앞다퉈 발표하며 다툰 음악 전쟁)은 대단했지.

(뮤진) 옛날엔 힙합 하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느낌이었지. 요즘은 힙합 인구가 많으니 이쪽 이만큼 저쪽 이만큼 퍼져 경계도 심하고 충돌도 많아 보여. 힙합이 더 활성화되는 느낌이라 좋아.

(자라) 처음 내 꿈은 비주류 음악인 힙합을 주류로 바꾸는 것이었지. 그런데 컨트롤 대란 이후 힙합 팬이 갑자기 많아졌어. 너도 나도 힙합 힙합. 예전엔 보이지 않던 스냅백(snapback·모자의 일종)도 많이 쓰고 다니지. 내가 제대로 덤비기도 전에 힙합이 이미 주류가 된 것 같아 조금은 허망한 느낌이야.

―래퍼들의 다툼을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도 있는데.

(자라) 컨트롤 대란 때 래퍼들 간에 돈이 걸린 문제가 있었지. 그걸 푸는 방법은 법적 공방과 실제 맞서 싸우는 게 있지. 하지만 그러지 않고 단순히 가사로 표현해 음악으로 말했지. 법정에서 다투는 것 보다 노래로, 실력으로 겨루는 게 순수하고 귀엽지 않아? 화 나서 가사 쓰는 래퍼의 모습을 상상해봐. ‘나 화 났어. 빨리 가사 써서 녹음할 거야’. 그런 게 어찌 보면 멋있는 거지.

―그게 힙합의 매력인가.

(자라) 힙합은 정당한 싸움이지. 피부색이 어떻든, 잘 살든 못 살든 음악 안에서만 실력으로 겨루지. 힙합은 흑인들이 인종차별로 인한 불편함과 분노를 음악으로 만든 거지. 스파이더맨이 왕따였지만 힘을 얻어 영웅이 된 것처럼, 힙합을 듣다 보면 내가 그렇게 악당을 이기는 영웅이 되는 것 같아. 내 꿈은 스파이더맨, 해리포터였어. 초능력을 갈망했던 내게 음악 안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힙합은 꿈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이야.

―10대 래퍼가 많나.

(자라) 내 주변만 봐도 힙합을 시작한 친구들은 많아. 하지만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10대 래퍼는 한 10명 정도에 그쳐.

(뮤진) 부모님 반대에 부딪히거나,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없어 그만두기도 하지. 그래도 10대 래퍼는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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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