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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책책책] 언제까지 영웅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요

『델타의 아이들』임어진 글, 조승연 그림, 웅진주니어 8500원
수업 시간에 전쟁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시큰둥하게 임진왜란 과정을 듣던 친구들이 이순신이 어쩌고 권율이 어쩌고 하면 갑자기 눈빛이 총총해집니다. 역시 영웅이 등장해야 역사 이야기도 한결 윤기 있어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델타의 아이들』은 이처럼 쉽게 영웅을 좇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초등학생의 눈높이로 묘사한 흥미로운 소설이라 할 수 있어요.

어느 날 아침 신문 기사에서 동민이는 한 과학자와 만나게 됩니다. 기사의 주인공은 잠노 박사, 그는 하루 2~3시간만 자도 정상적인 수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압축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과학자입니다.

그가 개발한 수면초 ‘델타’를 복용하면 짧은 시간 동안 ‘압축잠’에 빠지면서 하루 5~6시간의 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사의 확신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신문·방송을 통해 온 국민을 사로잡습니다. 대한민국은 잠노 박사 영웅 만들기에 돌입하게 되지요. 언론은 연일 ‘압축잠’을 통해 우리 국민이 얻게 될 경제적 효과가 천문학적 액수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잠노 박사는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인 잠을 정복한 위대한 과학자이며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제시한 선구자라고 떠받들어 집니다.

박사의 성장 과정은 누구라도 본받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모범적인 사연으로 다듬어져 언론에 소개되고 이에 바탕을 둔 그의 자서전도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더 나아가 잠노 박사가 동민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출신이라는 사실마저 밝혀집니다. 흥분한 교장선생님은 수면초 델타를 홍보하기 위해 글짓기·사생대회 등을 개최하고 델타 소년단까지 만들라고 지시하지요. 이제 우리 동민이와 친구들에게 잠노 박사는 찬란한 미래의 역할 모델로 추앙받게 됩니다. 사실 누가 뭐래도 잠노 박사를 본보기로 삼아 꿈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동민의 모습은 정말 순수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델타 소년단에 가입하기 위해 평소 거들떠보지 않았던 글짓기에 도전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겨웠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파국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개발이 지연되자 수면초 ‘델타’의 실현 가능성이 의심 받더니 급기야는 박사가 해외에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맙니다.

결국 박사의 급작스런 해외 출국이 발각되고 동민이와 친구들에게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안겨 주었던 잠노 박사의 델타는 한 편의 속임수로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았답니다. 무엇보다 동민이에게는 많은 어른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상실감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겠지요.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동민이가 깨달을 만한 교훈은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첫째, 과학이 넘볼 수 있는 영역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암축잠을 자면서까지 시간을 아껴야 할 필요가 정말 있었나요? 아무 목적 없이 잠을 이루면서 꿈속에서 이런 저런 사연을 쌓는 그 순간이 인간에게는 가장 소중한 체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동민이와 그 친구들은 깨달아야 해요.

둘째, 신문·방송·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비판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는 거죠. 박사의 사기극을 밝혀낸 것도 미디어지만 예초부터 분별력 없이 박사를 영웅으로 띄운 것도 그들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왜곡된 정보의 파편이 동민이와 친구들의 순수한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영웅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스템화 되면서 이제는 한 사람의 영웅보다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 지는 시대가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어설픈 영웅을 모방하기보다 스스로의 꿈부터 제대로 꾸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열하일기』박지원 지음, 보물창고, 1만1500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열하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집필한 책.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명문장가인 연암 박지원이 연행단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여행하며 기록한 기행문을 정리했다. 새로운 문물과 사람들, 그리고 조선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할 사회사상을 집대성했다. 10책 26권에 이르는 방대한 원전은 어려운 인문 고전 중 하나이지만 핵심 내용을 추려 마치 소설처럼 읽을 수 있도록 엮어냈다.

『즐거운 수채시간』마리에 지음, 중앙북스, 1만3000원
즐거운 수채시간

다양한 수채 일러스트를 그리며 색의 조화나 사물을 보는 시선 등 그림 그리기의 기본을 알려준다. 작고 귀여운 일러스트부터 멋진 풍경까지 단계별 레슨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그리기에 이르게끔 해준다. 직접 그린 그림을 포스터·카드·컵홀더 등으로 만드는 방법도 제시해 수채 일러스트를 일상 곳곳에서 나눌 수 있다. 투명한 물감의 특성을 활용해 물로 색의 번짐을 이용하는 간단한 테크닉만 익힌다면 초보자도 금방 그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나일 수 있는 용기』바렐라 지음, 고래이야기, 1만2000원
나일 수 있는 용기
심리학을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초등 맞춤 그림책 시리즈.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 무조건 다른 사람의 의견만 따르지 않으면서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지혜로운 용기를 통해 공동체 문화를 지키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거나,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도록 생각의 흐름을 인도한다.

백택현 숭문중 국어교사, 책따세 운영진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는 현직교사들이 모여 만든 독서 교육 문화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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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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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