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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작 나의 리메이크




24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만든 두 감독이 만났다. 원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이명세 감독과 이를 바탕으로 리메이크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10월 8일 개봉)를 만든 임찬상 감독이다. 원작은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로 불리며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 특히 말풍선 효과, 원색의 화면 등 신선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리메이크작은 새로운 주연 배우들과 함께 현재형의 결을 입혀냈다.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두 감독의 대화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임찬 상 감독이 이명세 감독에게 묻다



임찬상 감독(이하 임) 영화는 어떻게 보셨나요.
이명세 감독(이하 이) 재밌게 봤어요. 재밌게. 원작보다 조금 더 발랄하고 상큼해진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조정석, 신민아 캐스팅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조정석은 캐스팅 단계에서 영민 역에 1순위였어요. 미영 역의 신민아는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확답을 받았어요. 저는 신민아가 모든 남자들이 바라는 보편적인 아내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매력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남자들의 이상형이죠(웃음). 남자들은 예쁘고, 착하고, 적당히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바라잖아요. 이건 꼭써줬으면 하는데, 그동안 신민아의 연기력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적역을 만나지 못해서 그랬던것 같아요. 미영은 신민아에게 적역인 것 같아요.

원작에서 영민을 연기한 박중훈은 당시 이 영화로 기존의 연기와 다른 패턴을 보여줬는데요, 감독님의 자장 안에서 배우의 다른 면을 끄집어 낸 건가요. 또 미영을 연기할 당시 최진실은 연기력이 검증 안 된 신인 배우였는데, 그와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중훈이에게는 굉장히 기술적인 연기를 요구했어요. 눈을 몇 번 깜빡인다든지, 컵을 놓을 때 위치를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든지 등등을 주문했더니 힘들어 하더라고요(웃음). 사실적인 연기를 하던 배우라 내 디렉션이 어려웠을거예요. 하지만 나에게는 빈 프레임이 더 중요하거든요. 배우의 동선 안에서 빛이 어디까지 닿는지, 물체가 프레임의 어느 정도까지 들어오는지 등 소위 미장센을 따지는데, 그런 연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나중에 반항하던데요(웃음).

진실이는 당시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잘 따라와 줬어요.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타고난 재능이 있던 것 같아요. 참, 진실이와 관련된 해프닝이 하나 있어요. 미영이 영민을 기찻길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장면을 찍는 날이었어요. 그날 진실이가 아주 예쁜 옷을 준비해 와서 코디를 했는데, 내가 현장에서 입던 추리닝을 그 위에 입힌 거예요. ‘그게 아내의 생활’이라면서 해진 추리닝을 줬더니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대학교 2학년 때 처음봤어요.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있지?’ 하며 충격받았던 것 같아요. 원색의 강렬함과 만화적인 구성이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했거든요.

이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의 표정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영화는 재밌는데,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표정들이었거든요. 당시의 관객들은 당혹스러웠을 거예요(웃음).

감독으로서 궁금하고, 부러운 게 바로 그 점이에요. 감독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할 수 있던 과감함과 용기는 어디서 비롯됐나요. 요즘에는 감독의 세계관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때는 제작 환경이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당시에는 감독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요즘에는 자본의 영향이 커지면서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줄었잖아요.

영화에는 감독의 세계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원작은 이명세 감독님의 색깔이 집약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특한 형식 안에 일상적인 이야기를 녹여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였죠.

사실 원작의 시나리오가 충무로에서 꽤 오래 떠돌았어요. ‘안방과 건넛방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라는 비아냥까지 들렸어요. 제작사 삼호필름 관계자가 시나리오를 보고 ‘이거 괜찮겠다’는 직감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당시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 된 특징들이 원작의 새로움을 더 부각시켰다고 봅니다. 사실 당시의 한국영화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기피했잖아요.

1990년대 한국영화들은 극적인 드라마를 추구했어요. 자극적인 요소에 강박적이었죠.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 거기서 나오는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시대에 로맨스와 코미디를 섞은 최초의 한국영화였어요.

원작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하셨는데, 기획 의도가 무엇이었나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찍자는 의도로 출발했어요. 모두가 사랑을 외치는데,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 거죠. 극 중에서 영민은 습관처럼 ‘사랑해, 미영’을 말하지만, 다른 여자를 생각하잖아요.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 ‘결혼하지 마십시오. 결혼은 행복한 무덤이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영화의 엔딩을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태어나고, 앞으로도 잘 살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표면적으로 신혼 부부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하염없이 흐르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에요. 굳이 예술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영화에는 삶에 대한 페이소스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를 통해) 대중이 웃고 울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것이 없으면 단지 상품에 불과하거든요.
 

이명세 감독이 임찬 상 감독에게 묻다


원작에 쓰인 팝송 ‘워싱턴 스퀘어’는 이 영화의 상징이기도 한데, 리메이크작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네요.

‘워싱턴 스퀘어’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본 관객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곡이죠. 리메이크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느낌의 영화로 보여지길 바랐습니다.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이 원작이 갖고 있던 정서에 함몰되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원작에 있던 영민과 미영의 신혼 여행 시퀀스가 빠졌는데, 그 부분이 들어가면 어땠을까요.

리메이크작에서 그 시퀀스가 통째로 빠져 코미디가 약해졌다는 것은 인정해요. 커다란 손실이죠. 원작에선 신혼 첫날밤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큰 웃음을 주었죠. 특히 콘돔을 사러 갔다 콘택 600을 구입한 영민의 행동은 지금 봐도 웃기거든요. 신혼 여행 시퀀스를 뺀 건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한 결정이었어요. 요즘은 신혼 여행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부부가 별로 없잖아요. 2014년을 사는 신혼 부부의 모습을 그리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원작에선 미영의 첫사랑이 모호하게 묘사됐는데, 리메이크작에서는 굉장히 잘생긴 인물이 등장해요. 그 설정에는 어떤 의도가 있던 건가요. 사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아련하고, 실루엣으로 존재해야 느낌이 산다고 보는데.

맞습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모호함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느낌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순정 만화에 나올 법한 멋진 남자를 등장시켜 원작에 정면으로 도
전해 본 것이죠.

로맨틱 코미디의 묘미는 허를 찌르는 반전에도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한 여자가 나중에 자신의 첫사랑을 만났는데 고창석이나 김상호 같은 아저씨로 변해 있다는 상황처럼 말이죠(웃음). 예쁘장한 미영이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설정도 반전의 묘미죠.

그래서 코미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코미디를 하려면 뻔뻔해질 필요가 있어요. 오즈야스지로의 초창기 영화를 보면, 선풍기에 연필을 대자 연필이 도르르 깎이는 장면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웃음).

다행히 코미디는 조정석이 잘 소화해 준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2012, 이용주 감독)의 납뜩이처럼 강력한 웃음을 주는 몇 장면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전무송씨가 연기한 판목원 시인의 분량은 전체 흐름에서 과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영민과 미영의 관계가 메인 플롯이라면 영민과 판목원의 관계는 서브 플롯으로 설정했어요. 판목원 시인은 영화 초반의 코미디가 후반으로 가면서 드라마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는 존재거든요. 조금 무리해서라도 판목원 시인의 시퀀스를 후반에 몰아 넣기로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총각 달수(배성우)의 에필로그는 재밌어요. 원작의 엔딩이 조금 진지했다면, 리메이크는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 한 것 같아요.


진행·정리=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장소=Alcione coffee(한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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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