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여성에 교육권을, 아동에 무노동을 … 평화 실현은 곁에 있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청소년 유엔 총회에 참석한 말랄라 유사프자이(오른쪽)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 등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올해 노벨위원회는 아동교육에 주목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는 모두 여성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노벨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말랄라·사티아르티
파키스탄 소녀 인권운동가 말랄라, 탈레반 맞서다 머리에 총상 입어
"책 한 권, 펜 한 자루가 세상 바꿔" 유엔서 무상교육 지원 요청 연설도
인도서 7번째 상 받은 사티아르티 아동 노동 반대 국제 연대 끌어내



 역대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삶은 드라마 그 자체다. 말랄라는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밸리에서 태어났다. 탈레반은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했지만 말랄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학교에 몰래 다녔다. 2009년 말랄라는 세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익명으로 영국 BBC의 블로그에 탈레반의 잔혹 행위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든 파키스탄 소녀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이 글들이 세계 각국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하며 열두 살 소녀는 세계적인 인권운동가로 거듭났다.



 말랄라가 전한 파키스탄의 참상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지구촌에 퍼져나가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말랄라는 여성 인권 운동에 앞장서온 아버지 지아우딘 유사프자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교육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9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에 스위스 제네바의 한 학교를 방문한 카일라시 사티아르티(왼쪽 둘째)가 아이들과 웃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0월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말랄라가 타고 있던 스쿨버스를 공격했다. 말랄라의 목과 머리에 총탄이 관통했다. 사경을 헤맸지만 수차례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전 세계는 탈레반의 잔인함에 분노했고 말랄라와 파키스탄의 참상에 눈물을 흘렸다. 말랄라의 피격으로 파키스탄에선 탈레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파키스탄 정부도 “탈레반 세력을 소탕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앤젤리나 졸리 등 전 세계 저명 인사들은 ‘말랄라를 돕자’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말랄라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신변 위협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 영국 버밍엄에 머물며 인권 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이 내 몸은 쐈지만 내 꿈을 쏠 수는 없어요.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그녀는 자신의 16세 생일인 지난해 7월 12일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장에서 어린이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제게 총을 쏜 탈레반 대원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탈레반이나 다른 테러집단에 복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게 아닙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탈레반의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12년 10월 하굣길 버스 안에서 탈레반의 총격으로 머리와 목에 중상을 입고 영국 버밍엄의 한 병원에 입원한 말랄라 유사프자이. [중앙포토]
 말랄라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수상했다. 말랄라의 활동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극단 이슬람 단체인 보코하람에 납치된 나이지리아 여학생 200명의 무사귀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의사가 되면 총에 맞은 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뿐이지만, 운동가가 되면 총에 맞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말랄라의 대변인은 말랄라가 "오늘도 평소처럼 학교에 있다”며 학교에서 수상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공동 수상자 사티아르티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인권 개선에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다. 인도인으론 7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위원회는 “마하트마 간디의 전통을 이어받아 평화적 시위를 이끌어왔다”며 “경제적 이득을 위해 아이들을 착취하는 것을 막고 아동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 협약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사티아르티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1980년 ‘바차판 바차오 안돌란(아이들을 구하자)’이라는 단체를 설립하며 아동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화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조직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인도 등 남아시아 아이들은 가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다. 그는 정부와 법원 등 유관기관에 6487통의 편지를 보내고 320개 마을에 1만6140개의 선전 스티커를 붙여가며 아동 노동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그런 노력으로 아동 노동을 더욱 엄격히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토록 했다. 이후 직접 감시에 나서 불법 아동 노동을 시키거나 어린이 매매를 하는 업자들을 고발하는 활동을 폈다. 이후 현재까지 8만 명이 넘는 어린이를 강제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교육과 자활 기회를 줬다.



 80년대 후반부턴 미국과 유럽을 다니며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입해 당신들이 소비하는 아시아의 제조품들이 아동 착취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캠페인을 벌여 기업들이 생산자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도록 영향을 끼쳤다. 98년엔 세계 103개국 720만 명, 1만 개 단체가 참여하는 ‘아동 노동에 반대하는 세계인 행진(GMACL)’을 조직해 각국 정부에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아동 노동 관행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 아동 노동 없이 만들어진 카펫과 깔개 제품에 인증을 부여하는 ‘러그(rug)마크’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평생 가난의 굴레를 짊어지고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무교육을 주장했다. 2001년 인도 전역 1만5000㎞를 행진하는 ‘교육의 권리’ 캠페인을 통해 국민 교육권과 의무교육을 명시하는 헌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미국에서 ‘민주주의 수호자’ 상을 받는 등 서구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인권 관련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매년 수백만의 아이들이 인도 내에서 매매되고 5000만의 아이들이 아동 노동에 노출돼 있다. 이 중 5분의 1은 자유가 없는 노예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뉴델리에 거주하는 사티아르티는 수상 발표를 접하고 “여전히 강제 노동과 매매에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졌다”고 현지 매체에 소감을 밝혔다.



이충형·하선영 기자



[S BOX] “노벨상 타기엔 너무 훌륭” 지난해 말랄라 못 타자 세계 언론 집중 조명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지난해 오히려 더욱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말랄라가 수상하지 못하자 그의 영향력이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상을 타지 못한 것이 세계가 말랄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서방국가들이 말랄라의 수상을 원했던 이유는 그를 상징적 인물로 만듦으로써 어려운 문제들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상을 탔다면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말랄라의 노력은 빛을 잃었을 것”이라고까지 썼었다.



실제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시 ‘말랄라, 노벨 패러디상을 못 탄 걸 축하해’ ‘말랄라는 노벨상을 타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자서전 『나는 말랄라』를 출간한 뒤 미국을 찾은 말랄라가 받은 환대와 관심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못지않았다. 유력 언론들이 매일같이 주요 기사로 말랄라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뤘고,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말랄라는 오바마에게 “미국의 드론(무인항공기) 공습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고 오히려 테러를 양산하고 있다. 그 관심을 파키스탄의 교육 문제에 쏟아달라”고 따끔한 조언도 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