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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습격 사건 … 노려보지 마라, 물린 사람도 과실책임 있다





반려동물 500만 … 다양한 사고 대처 요령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36·여)씨는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다. 개 때문이다. 주변에 반려동물이 느는가 싶더니 급기야 위·아래·옆집에 모두 개가 살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 두 살 난 아이가 혹시 해를 당할까도 걱정이지만 당장 개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옆집 개는 주인이 출근해 혼자 남게 되면 울부짖기 시작해 아이가 잠을 깨기 일쑤다. 이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개 짖는 소리를 녹음했다”며 “조만간 옆집 사람을 찾아가 들려주고 대책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 수사진은 초읍동 일대에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역시 개 때문이다. 지난 2일 발생한 ‘진돗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오후 9시35분쯤 횟집 앞에서 김모(41·여)씨가 몸길이 1m가량의 진돗개에게 물렸다. 얼굴과 팔을 심하게 뜯긴 김씨는 응급실로 실려갔다. 김씨는 “3시간 동안 수술했지만 얼굴은 봉합만 해놓은 상태”라며 “양팔은 피부이식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울었다. 당시 주인까지 진돗개에게 물려 손가락이 잘렸다. 이 사건을 두고 경찰이 탐문수사까지 나서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개주인은 경찰 최초 진술에서 “김씨가 귀엽다며 개의 뺨을 톡톡 쳤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목줄 풀린 개를 보고 피하다가 물렸다”고 억울해했다.







 반려동물 500만 시대에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저출산 고령화 흐름에서 반려동물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수는 500만 마리,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도 일상에서 이들과 늘 마주친다.



 휴일인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애완견과 함께 산책나온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모차보다 개가 많다. 공원에서 조우한 개들끼리 냄새를 맡으며 교감이 시작되자 개 주인 사이에서도 대화가 오간다. “아이 예뻐” “얼마나 키우셨어요?”



 이때 몸길이 30~35㎝의 스피츠 한 마리가 주차장에서 튀어나왔다. 목줄이 풀린 거다. 주인 김모(24·여)씨와 스피츠 사이에 추격전이 벌어지며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김씨는 “항상 목줄을 매고 다니지만 갑자기 튀어나가 제어를 못 했다”며 당황해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사람이 동물과 100% 교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오래 같이 지냈다 하더라도 감정 하나하나를 다 알 수는 없다. 개방된 공간에서 때론 주인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사고를 부른다. 개와 개가 만나면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지난 4월 충북 청주에서 김모(48)씨가 사육하던 토종견이 이웃 한모(50)씨의 애완견 포메라니안의 목을 물어 ‘전치 1주’ 진단이 나왔다. 서로 아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개 치료비를 물어주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개 하루 진료비 8만원씩 총 56만원이었다.



개주인이 모르는 사이면 판사 앞에 서기 십상이다. 같은 달 경남 밀양에서는 진돗개가 이웃집 슈나우저의 목 주위를 문 사건이 발생했다. 진돗개 주인은 비슷한 슈나우저를 새로 살 수 있는 15만원 정도로 보상하려 했지만 슈나우저 주인은 발끈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유명식 법무사는 “슈나우저를 자식처럼 생각했던 피해자는 자신의 개를 물건처럼 사주겠다는 말에 감정이 상했다”고 전했다. 결국 법정으로 갔고 법원은 개 치료비 90만원과 위자료 10만원 등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개를 다치게 하면 ‘개값’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판례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개는 이제 사람과 동료 반려동물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왜 공격하는 것일까.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애견훈련소 애니독스쿨 이상문 원장은 ‘불안 심리’와 ‘지배 본능’ 두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소심한 성격의 소형견은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개와 맞닥뜨리면 ‘자신이 공격 당할지 모른다’고 걱정해 먼저 달려든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부산 온천천에서 산책 중이던 김모(19)양의 애완견 샤페이가 목줄이 풀리며 행인 2명의 팔과 엉덩이를 물어뜯는 일이 벌어졌다. 샤페이는 몸길이가 60㎝ 남짓 되는 작은 애완견이다. 큰 개들은 지배 본능이 발동하면서 다른 개를 먹잇감으로 인식해 문다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반려동물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사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동물애호가 사이에선 뱀의 사례가 회자됐다. 지난 6월 27일 정모(47·여)씨는 애지중지 키우던 85㎝ 붉은색 콘스네이크를 사정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잘 키워주는 것을 조건으로 무료 분양했다. 그런데 인수한 사람은 그 뱀을 자신이 기르던 뱀에게 먹여버렸다. 그러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게시하기까지 했다. 정씨는 형사처벌을 위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고양이를 25년째 키워온 이은향(35·여·서울 중곡동)씨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집에서도 합사하게 되면 서로 영역을 침범한 걸로 인식해 싸움이 일어난다”며 “특히 발톱을 깎거나 목욕시킬 때 물기도 하고 발톱이 날카로워 장난을 치다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람 싸움 이어지면 큰 불행=동물 싸움이 사람 싸움으로 번지면 비극의 차원이 달라진다. 지난해 6월 울산에서는 세입자 A씨(60)가 집주인 B씨(88)를 벽돌로 머리와 얼굴을 내리쳐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자신의 개를 괴롭힌다며 B씨가 나무라자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년6월을 선고하고 10년 동안 전자발찌를 차도록 했다. 지난해 2월 한인 동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미국 텍사스주 총격 살인사건. 동포 김정원(77)씨가 이웃 흑인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김씨의 가족은 “피해자가 개의 배설물을 물에 섞어 1층 김씨의 집으로 흘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개를 해쳐도 큰 대가를 치른다. 지난해 3월 이웃집 맹견이 자신의 진돗개를 물었다며 맹견을 전기톱으로 살해한 김모(51)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개가 분수를 알게 하라=반려동물과 행복하게 공존하려면 평소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0만~20만원의 과태료가 아니더라도 목줄과 인식표 착용은 기본이다. 사나운 개는 입에 망을 씌워야 하고 개집 앞에 커다랗게 ‘개조심’ 표시를 해놔야 한다. 예쁘다고 과보호하면 빗나가는 건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다. 경기도 남양주 금강애견훈련학교 배호열 소장은 “일반화할 순 없지만 개를 소파나 침대에서 지내게 하면 주인과 서열이 동등하다고 생각해 사람을 우습게 볼 수 있다” 고 조언한다.



글=한영혜 기자, 문선영 인턴기자 saji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미국, 작년 1만7359명 물려 ‘개보험’ 보상금 5000억 지급



남의 반려동물에게 물리면 대개 배상을 받는다. 박현정 변호사는 “우선 상처를 촬영해 근거를 남겨야 한다”며 “주인과 합의가 안 되면 형사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개에게 공격받고도 제대로 배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피해자가 먼저 개를 자극하는 경우다. 애완견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행동도 그중 하나다. 금강애견훈련학교 원성진 팀장은 “개들은 눈을 정면에서 응시하면 ‘싸우자’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특히 개가 짖지 않으면서 노려볼 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물린 사람도 일정 부분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면 과실상계에 따라 치료비를 일부 못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려동물에게 목줄을 묶는 건 기본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평소 순했던 애완견이 손님을 물어 민사소송 끝에 100만원을 물어준 뒤로는 항상 목줄을 착용시킨다. 묶어뒀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지난 5월 충북 괴산에선 개가 쇠사슬을 끊고 달아나며 노인 4명을 물어 주인이 형사입건됐다. 애완견 천국인 미국에선 개 물림 사고에 대비한 보험이 성황이다. 지난해 1만7359명이 개에게 물렸다며 보험금을 신청해 5000억원 가까운 보상금이 지급됐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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