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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일러스트=강일구]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11명으로 구성된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했다. 당(黨)과 군(軍)의 2인자, 3인자로 추정되는 인물들도 포함됐다.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가장 긴, 설명 없는 ‘부재’의 와중에 이번 방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만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상이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의료진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대표단을 보낼 정도의 대담성을 보여 줬다. 공식석상에 자신의 강한 모습만 비치길 원하기 때문에 원기를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하는 측근들을 보낼 정도로 권력기반이 튼튼하다’. 이런 식의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북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북한식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언론이나 다른 전문가들의 추측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몇 가지 이유로 내겐 그런 확신이 없다.



 첫째, 독재자들은 극심한 편집증과 권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사회를 가혹하게 통제하며 여러 가지 형태의 자찬(自讚)과 아부에 빠져든다. 현재의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른 지도자들보다 더 안심하고 덜 불안해도 될 만큼의 카리스마로 넘칠까. 지금까지는 아마도 그런 증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설명 없이 최고지도자가 증발한 가운데 2인자를 남쪽으로 보낸 것은 매우 특이하다. 언론 매체가 2인자·3인자 운운하는 것 자체가 그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지 않은가.



 둘째, 황병서는 ‘2인자’ 이상으로 보인다. ‘2인자’라기보다는 ‘1.5인자’다. 대장보다는 높고 원수보다는 낮은 차수(次帥)인 그는 북한군 총정치국장이자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막강한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당과 군을 잇는 권력 회로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최고인민회의에서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면 ‘북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 자리에 없었다. 만약 발목 부상이나 통풍이 불참 이유였다면 최고인민회의를 연기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았을까.



 셋째,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 방문단은 박근혜 대통령 접견을 제안받았다. 북한 인사들은 일정을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이상한 일이다. 2009년에 온 최고위급 특사단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애썼다. 최근 북한이 박 대통령에게 퍼부은 욕설과 저주 때문에 박 대통령을 만나는 게 쑥스러웠을까. 이번에 그들이 한국 대통령을 만났다면, 한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북한에 갔을 때도 김정은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런 외교상의 의전 때문에 거절했을까.



 이번 북측의 방문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이었던 것은 천안함 침몰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그들은 자신들이 침몰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는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동이었다. 나머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김정은의 안위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독립된 사태의 전개로 볼 수 없다. 이상한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 맥락에서 봐야 한다. 여기서 사건들이란 장성택의 처형, 북한군 장성들의 숨가쁜 강등과 진급, 경제 개혁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낭비적인 거대 ‘레저 생활’ 건설 프로젝트에 집착하고 있는 지도자가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북한 리더십의 ‘현실감각 상실’과 리더십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저항을 암시한다.



 북한 엘리트들은 정기적으로 서구 언론을 주시하며 북한에 대해 무슨 얘기가 나오는지 모니터링한다. 유혈·무혈 쿠데타설에 대한 각종 추측성 보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대중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르면 이번 달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말이다. 김정은이 무대로 올라올 때 분석가들은 재등장의 맥락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따져 볼 것이다. 그는 아직 권좌에 앉아 있는가? 병중인가?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북한 프로파간다가 그의 정치적·신체적 건재를 과시하더라도 의문은 계속 제기될 것이다. 아직 29~30세에 불과한 김정은이지만 평양 외교가에서는 그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나쁜 생활습관에 빠져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그는 고도비만이다. 실제로 만나 보면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심각한 비만이다. 줄담배에 과음(過飮)을 하는 그는 다른 약물에까지 손에 대고 있는지 모른다. 그에겐 심장·신장질환이라는 가족력(家族歷)도 있다. 이런 배경에 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서 오는 상당한 스트레스까지 추가되면, 젊은 지도자가 그의 할아버지처럼 50년 가까이 통치할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약하다.



 김정은 대신에 누가 나라를 다스릴지는 불명확하다. 김씨 가문의 원로들은 사라졌다. 장성택은 처형됐으며 고모인 김경희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여동생인 김여정이 과도적인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장성택·김경희 수준으로 가문과 당과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없다. 그러니 ‘아무런 이상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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