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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남대문시장 600년의 역사를 팔아라

지난 1일 남대문시장을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이 노점 앞에서 거리 풍경을 찍고 있다. [뉴스1]


박혜민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제일 속상했던 때요? 명품 브랜드 안경이라고 해서 샀는데 짝퉁이라며 일본인 관광객이 찾아오셨을 때요. 한 중국인 관광객은 뉴발란스 운동화인 줄 알고 샀는데 가짜라며 오셨어요.”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에서 통역을 담당하는 이에게 “즐거웠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600주년을 맞은 남대문시장 기사(본지 10월 4일자 토요판 12면)를 쓰기 위해 남대문시장 곳곳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사실 남대문시장이 짝퉁이 유난히 많은 시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시아의 많은 재래시장에선 짝퉁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재미 삼아 혹은 싼 가격 때문에 짝퉁을 찾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 관광객은 그걸 몰랐거나 의사소통이 잘 안 된 탓에 짝퉁을 진품으로 알고 샀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들은 남대문시장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고 돌아갔을 것이다.



 취재하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이들이 남대문시장을 찾은 이유는 “가이드 책에 소개돼서” 혹은 “남산·명동 가는 길에 들렀다”가 많았다. 하지만 뭔가를 사기 위해 온 이들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외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중국 국경절 연휴 덕분에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이 덕분에 백화점 매출이 올랐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같은 재래시장에 외국인들이 몰렸다는 얘기는 많지 않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남대문시장이 2000년대 이후 옛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동복을 제외하곤 시장의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품목이 많지 않다는 게 남대문시장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재래시장의 지위를 동대문시장에 내준 것도 오래 전이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남대문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싸고 질 좋은 한국산 제품들로 단골 장사를 하는 가게들, 신선한 먹거리를 파는 골목골목의 숨은 명소들은 개발하기에 따라 엄청난 보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인들이 힘을 합쳐 품질을 관리하고 손님 속이는 상인 몰아내기 캠페인을 벌이는 건 어떨까. 가게마다 자신들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알리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지 않을까.



 600년의 역사 자체도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의 최대 전통시장인 그랜드바자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도 수백 년 이어져온 시장의 역사가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개시도 못했는데 저리 가슈”라며 기자를 야박하게 쫓아내던 한 상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박혜민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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