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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렵다면 옆사람 것 베낄 수밖에요"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교육·연구용 로봇 ‘다윈-OP’를 어깨에 앉히고 밝게 웃고 있다. 홍 교수는 로열티를 받지 않고 다윈의 소스를 전 세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했다. [권혁재 사진 전문기자]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스마트폰의 인기가 마치 거품 꺼지듯 사라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반 토막 났다. 게다가 실적 악화 추세를 언제쯤,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삼성에 애정 담은 쓴소리
아슬아슬하게 절벽 갈 때 혁신
평탄한 큰길에선 이룰 수 없어
로봇은 인간 위한 따뜻한 기술
기업이 적극 도전할 만한 영역

 최악의 ‘실적 쇼크’ 공황에 빠진 삼성전자에 지금처럼 ‘혁신’이 절박할 때도 없었다. 이런 삼성을 향해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43)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가 애정 어린 ‘쓴소리’를 던졌다. 홍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실적이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절대로 위기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원래 평탄한 큰길이 아니라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갈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혁신의 정의가 흥미롭다. “혁신이란 모두 함께 달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크게 도약해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삼성이 점프를 해서 다칠 것을 생각한다면 못 뛰는 거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확 뛰어서 성공하면 그게 혁신”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찰리’에 이어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데이비드’(2011)를 개발해 과학계의 주목을 받는 젊은 과학자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계 로봇월드컵을 재패했는데 미국 포퓰러사이언스는 그를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테드(TED) 등 열정 넘치는 강연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청춘 멘토’로도 인기가 높다.



 홍 교수는 최근 한국을 방문하면서 특별히 삼성의 젊은 직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국의 혁신과 기업문화에 있어 무엇보다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이 자리에서 한 직원이 영상 메시지를 부탁하자 홍 교수는 “삼성의 임원님들 보세요!”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위기에서 살고 싶으면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를 만드세요! 아무리 인재 육성, 연구개발(R&D)을 강조하면 뭐하나요. 실패를 포용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한 겁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이 한 거죠”라며 멋쩍어했다. 하지만 이내 “실패하면 잘리느냐, 아니면 포용하느냐 그 차이”라며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걸 못하는 기업은 옆사람 것을 베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혹독한 위기에 내몰렸다 해도 혁신을 갈구하는 기업문화가 ‘위대한 기업’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삼성의 로봇 개발 프로젝트가 빛을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삼성전자는 10년의 연구 끝에 2012년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레이(Roboray)’를 개발했지만 이후 유야무야됐다. 1년 전엔 혁신적인 수술용 로봇을 만들었지만 역시 의료사고 등을 우려해 중단됐다. 홍 교수는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학계에선 지금까지 로봇 중 가장 뛰어나다고 환호성을 질렀는데 삼성 프로젝트에 참여한 로봇공학자 동료들이 실망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로봇산업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견해를 밝혔다. “2007년 빌 게이츠가 ‘1가정 1로봇’을 예견하는 칼럼을 쓴 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로봇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로봇 청소기 이후에 적당한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로봇은 가격과 관계없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의 관심사도 사람을 구하는 화재진압용·재난구조용 로봇이다.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야말로 로봇이 가지는 진짜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홍 교수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상금 2000억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재난구조 로봇 경진대회(‘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르(THOR)’라는 로봇을 만들어 예선을 치렀는데 전 세계 상위 6개 팀 안에 들어 내년 6월 결선 도전만 기다리고 있다.



 홍 교수는 27일부터 서울 aT센터에서 열리는 ‘2014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도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홍보대사도 흔쾌히 맡았다. 그는 “로봇기술과 정보기술(IT) 분야는 장애인들을 돕는 보조공학기기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토르’에 쓰였던 인공근육 기술로 의족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읽기 도구를 만들었던 사례를 이야기했다.



 “더욱 중요한 건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이 일반인을 위한 생활밀착형 로봇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을 찾는 국내 기업들이 적극 도전할 만한 영역입니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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