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문용직의 바둑 산책] 잘 먹으니 배짱 쑥쑥 … 세계대회도 잡아보겠다

지난달 29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0기 물가정보배 결승 2국에서 나현 4단이 박창명 초단을 이기고 생애 첫 우승을 일궜다. 우승 직후 나 4단은 5단으로 특별 승단했다. [사진 한국기원]
나현(19) 5단이 지난달 29일 제10기 물가정보배 정상에 올랐다. 입단 후 4년4개월 만에 이룬 생애 첫 우승이다. 이번 우승이 한국바둑사에 남는 첫 기록은 아니다. 박정환(21) 9단이 2009년 입단 3년7개월 만에 제4기 십단전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미래 한국바둑을 이끌 ‘10대 스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양재호(51·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나 5단의 우승을 “조숙한 기재(棋才)였기에 늦진 않았지만 빠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나현, 1년 새 5㎏ 살찌워 뒷심 보강
입단 4년여 만에 물가정보배 정상
대표팀서 실전 감각·착상력 길러
'치고 받는' 중국식 바둑 배울 만

 나현 5단을 지난 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근처 유전(有田)다방에서 만났다. 예전 관철동 한국기원 1층에 있었던 유전다방(1968~94)의 전통을 잇는 곳이다. 요즘은 젊은 기사들의 아지트로 이름이 높다.



 - 축하한다. 목표를 이뤘나.



 “이제 첫걸음이다.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



 - 우승에 힘이 된 건 뭔가.



 “잘 먹는다. 예전엔 좀 가렸다. 버섯도 안 먹고. 몸무게가 최근 1년 새 5㎏ 늘었다. 1m78㎝에 69㎏이다.”



 - 잘 먹는 것과 성적은 비례하나.



 “가리는 게 적고 잘 먹으면서 배짱이 커진 거 같다. 예전엔 뭔가 위축됐다.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힘들었다.”



- 잘 먹기만 한다고 누구나 되나.



 “이세돌·구리 10번기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이세돌 사범님은 자기 자신을 분발시켰다. 쉽게 두어도 좋을, 안전하게 가고 싶은 국면에서도 더 좋은 수를 찾고 찾았다. 자신을 더 밀었다. 특히 5국과 7국을 보면서 문득 뭔가 맘속에 스쳐지나 갔다. 밀어붙여야 바둑이 되는구나.”



 배짱은 승부사가 갖춰야 할 가장 큰 자질이다. 최명훈(39·9단) 국가대표팀 코치는 “배짱은 평상시 생활이 바뀌어도 변한다”며 “나현은 약한 기사에게도 많이 졌는데, 상대를 의식한 탓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 내면의 힘을 기르면 좋다”고 조언했다. 최철한(29) 9단도 “세계무대는 다르다. 초반에 더욱 밀고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 매일 기원에 나온다. 올 5월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게 이번 우승에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무엇보다 많이 둘 수 있어서 좋았다. 감독님과 사범님이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원해준다.”



 - 대표팀에서는 어떤 바둑을 두나.



 “각자 1시간 남짓 써서 3시간에 한 판 둔다. 실전 감각과 착상력을 기른다.”



 - 대표팀에서는 바둑만 두나.



 “아니다. 유창혁(48·9단) 감독님이 ‘1990년대 선배들은 거칠었다’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입단할 때까지 바둑도장에서 주로 지내는데 획일적이고 또 보호만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다. 공감한다. 서봉수(61·9단) 사범님도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면 자기 것이 될 수 있나’고 하셨다. 우리도 자각하고 있다. 서로 고민도 털어놓는다.”



 - 장고 바둑이 실력 향상에 좋은가.



 “속기도 장고도 모두 필요하다. 5시간은 어렵다. 체력과 생각이 따라오지 못한다. 3시간은 짧지 않다.”



 바둑은 실전이다. 두는 만큼 는다. 김성룡(38·9단)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은 “재능 있는 기사들에게 특히 대표팀은 힘이 된다. 대국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혼자 있으면 공부를 적게 한다”고 했다.



 - 앞으로 어떤 바둑이 되고 싶나.



 “박정환(21) 9단을 여러모로 배우고 있다. 그가 열심히 두는 모습이 너무나 훌륭하다. 내용도 폭 넓다.”



 - 중국에서 배울 것은.



 “배울 것은 ‘치고 받고’ 하는 것이다. 우린 ‘주고 받고’ 하는 거 같다. 좀 더 치열하고 활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부터.”



 - 바둑에 지면 스트레스가 클 텐데.



 “시합에 졌다고 그 결과를 1~2주 머리에 남겨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중요한 예선 결승에서 몇 번 졌는데, 지다 보니까 위축되는 건 사실이었다.”



 - 신예들은 어떻게 하면 잘 클 수 있을까.



 “자신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질 수도 있는 게 승부다. 주위에서 조언과 격려를 해주면 성장이 빠를 것으로 본다.”



문용직 객원기자



◆나현=1995년 전북 전주 출생. 2010년 입단. 2011년 삼성화재배 4강. 2014년 제10기 물가정보배 우승. 입단 전에는 충암도장에서 공부했다. 형세판단이 좋아 백(白) 바둑을 잘 둔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