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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한의 위기, 북한의 기회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마식령스키장과 평양에 대형 워터파크가 건설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경제 회복이 본격화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 정책 결정자의 경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며 북한에 닥칠 위기의 징후다.

 북한의 위기는 북한이 무역을 통해 생존하는 체제라는 데서 비롯된다. 필자의 추정에 따르면 시장 환율로 표시된 북한의 2013년 1인당 소득은 610달러이며 동년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150억 달러가량이다. 2013년 남북 교역을 포함한 북한의 총무역 규모는 84억 달러로 이를 국민총소득으로 나눈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56%다. 이는 같은 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무역의존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수치만을 본다면 북한은 더 이상 폐쇄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개방경제에 속한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북·중 무역은 전체 북한 대외교역의 68~77%를 차지했다.

 북한의 대외거래는 북한 경제뿐 아니라 정권과 엘리트의 생명줄이다. 북한은 지하자원과 의류 임가공제품, 어패류 등을 수출하고 북한 생존에 필요한 원유·식량·소비재를 수입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외거래에 종사하는 북한 기관과 기업은 무역 상대방으로부터 상당 금액의 뇌물(킥백)을 받는다. 예를 들면 중국 기업은 지하자원을 세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사 오고 수출품은 비싸게 파는 대가로 북한 기관과 기업에 뇌물을 주며 이 뇌물 중 일부는 북한 정권으로 들어간다. 북·중 거래에 종사하는 170여 개의 중국 기업을 현지 조사한 결과 50% 이상의 기업이 매출액의 평균 7%에 해당하는 뇌물을 줬다. 2013년 북·중 무역액이 65억 달러가량이므로 적어도 2.3억 달러의 현금 혹은 현물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2.7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무역은 북한 가계의 생존공간인 시장과 연결돼 있다. 무역을 통해 유입되는 돈과 소비재는 각각 북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된다. 따라서 무역이 증가하면 시장 거래금액도 증가한다. 국영기업에서는 일거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을 해도 월 평균 북한 돈 3000원가량의 임금만 주고 있다. 그러나 4인 가족이 먹고살려면 월 30만원이 필요하다. 북한 가계는 이 차이의 대부분을 시장 활동을 통해 메우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의 경제위기는 북한을 무역과 시장으로 내몰았다. 사회주의 경제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 정권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역과 시장이라는 시장경제적인 둥지에 자신을 의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둥지는 북한 경제의 살길인 동시에 위기의 진원지다.

 앞으로 북한은 중국발 무역 수요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 지하자원의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 북한의 1위 수출품인 무연탄은 중국 무연탄 전체 수입의 42%를 차지했으며 이는 경기 민감 업종인 중국의 철강 생산기업에 주로 공급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하강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1~8월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나 감소했다. 그동안 계속 증가세를 보이던 전체 북·중 무역 규모도 올해는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향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북·중 거래의 감소는 북한의 식량과 소비재 수입뿐만 아니라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을 줄일 것이다. 중국이 재채기만 해도 한국이 감기에 걸릴 정도라면 북한은 드러눕는 판국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역 감소로 시장에서의 소비재 공급이 줄어들고 시장 활동에서 돈을 벌던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면 북한 주민의 불만이 증가할 것이다. 지금의 북한 주민은 90년대 개방의 효과를 알지 못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가난 그 자체보다 물놀이를 즐기며 괜찮게 살다가 가난해질 때다.

 북한이 직면할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개혁과 남북 교류 활성화다. 먼저 북한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돈을 지금처럼 스키장과 같은 과시용 사업에 쓰지 말고 생산 활동을 위한 자본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사(私)기업 창업과 활동의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종의 수출 위주 사기업을 일으키고 그 이윤을 재투자해야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또한 남한과의 경제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중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숙련도를 높이며 기술과 경영을 배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기업을 키워야 한다. 북한 주요 인사의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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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