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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여섯 나라 젊은이, 한글날 맞이 '비정상회담'

하루 뒤면 한글날입니다. 요즘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바다 건너 나라에서 오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온 누리가 한 나라처럼 살아가는 때에, 저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갑니다.

바다 건너에서 온 젊은이들은 무슨 까닭으로 우리말을 배우러 온 걸까요. 우리는 우리말을 배우러 온 몇몇 나라의 젊은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얼굴 빛깔이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한글의 멋에 대해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말이 온 누리 사람들이 알아주는 입말이자 글말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글은 순우리말로만 작성됐습니다. 한국어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채워져 있는 현실에서 순우리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위 글에서도 종종 어색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한글날을 맞아 순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글이니 널리 양해바랍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3일 오전 서울 중앙일보사 7층 사무실. 대형 테이블 위에 시험지가 두 장씩 놓여 있다. 지난 4월 21일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 기출문제 중 10문제를 모아놓은 시험지다.

 나라는 달라도 한국어를 한국인만큼 한다는 글로벌 청춘 6명를 한자리에 모았다. 한글날을 맞아 외국인 청춘들이 생각하는 한국어 대해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가벼운 토론 자리로 알고 모인 6명의 청춘들은 테이블 위 시험지를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어림없다. 우선 당신들의 진짜 한국어 실력부터 알고 싶으니까.



 다부진 체격의 서양 남성이 맨 처음 도착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독일 대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다니엘(29)이다. “한국어능력시험 오랜만이네요. 고급인가요?”

 라디오 디제이처럼 묵직한 목소리. 하지만 첫 문제부터 막힌 듯한 표정이다.

 뒤이어 도착한 카자흐스탄인 아이다(24), 미국인 놀런(27), 일본인 나나(20)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세 사람은 “헷갈린다”며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화여대 어학당 출신인 미얀마인 퓨퓨(26)와 JTBC ‘비정상회담’의 ‘대륙남’ 장위안(30)까지. 모두 진땀을 흘리며 시험 문제를 풀었다.

 마침내 나온 결과는? 다니엘 90점, 퓨퓨 80점, 아이다 70점, 놀런 50점, 나나와 장위안이 40점. 다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편인데 점수는 천차만별이었다. 시험을 다 치른 뒤 6명의 청춘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어는 모양도 예쁘고 발음도 매력적인데 문법이 좀 어려워요. 그런데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러 온 우리가 비정상이라고요?”

 바로 그 얘기다. 청춘리포트가 궁금했던 게 그거다. 대체 하고 많은 언어 가운데 왜 한국어인가. 한국어의 매력이 대체 뭐기에. 한국어를 배우러 바다를 건너 온 청춘들은 과연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한글날 특집으로 마련된 글로벌 청춘 6명의 비정상회담을 지상 중계한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부터 말해볼까요.

 퓨퓨=“사실 점수 맞춰서 대학 한국어학과에 갔어요. 때마침 한류가 유행했고 한국 사업가들도 몰려왔어요. 한국어를 잘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2008년 이화여대로 유학을 왔죠. 한국 남자와 6년간 연애 끝에 결혼도 했어요.”

 다니엘=“저는 태권도를 배우러 한국에 왔다가 눌러앉은 경우예요. 한국은 중국·일본과 다른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요. 현재 태권도 2단, 합기도 3단입니다.”

 나나=“아주 신기한 일인데 TV에서 동방신기가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걸 보다가 갑자기 한국어가 배우고 싶어졌어요.”

 아이다=“자주 보던 한국 드라마에서 전통 혼례와 결혼 풍습을 접했어요. 부모님의 반대나 혼수 등 카자흐스탄 풍습과 비슷해서 한국어도 궁금해졌죠.”

 장위안=“그런데 정말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왔어요?(※장위안이 질문을 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장위안은 ‘비정상회담’에서도 툭 하면 질문을 해 ‘장위안의 질문 타임’이란 비공식 코너까지 생겼다.) 저는 중국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이랑 술 마시면 너무 재미있어서 한국에 왔어요. 2008년 친구들 보러 잠깐 한국에 왔는데 어학당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다 방송 일도 하게 됐죠.”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다니엘=“차근차근 배운 편인데도 ‘은·는·이·가’를 어디에 붙여야 할지 헷갈려요. 독일어엔 조사라는 개념이 없거든요.”

 나나=“전 존댓말을 잘 모르겠어요. 대체 누구를 높이고 누구를 낮춰야 하는지….”

 장위안=“받침 읽기가 어려워요. 제 이름은 원래 ‘장옥안(張玉安)’인데 한국어로 읽으면 ‘장오깐’ ‘장우간’으로만 읽혀요. 비정상회담 출연 때 중국어 발음 그대로 ‘장위안’으로 써달라고 했죠.”

 나나=“카톡 창에는 정말 이상한 말이 많아요. 어학당에서 배우지 않는 이상한 단어들을 쓰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어요.”

 아이다=“얼마 전 한국인 친구가 카톡으로 ‘즐추요(즐거운 추석 보내세요)’라고 보냈더라고요.”

 다니엘=“‘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도 있어요.”  

-한글의 특징은 뭔가요?

 다니엘=“타 언어와 달리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세종대왕이 글자를 만든 유래가 흥미로워요. 자음은 소리 낼 때 혀와 입 모양에서 따왔잖아요. 모음은 모양에 따라 사람, 땅, 우주를 상징한다고 배웠어요. 철학적이지 않아요?”

 장위안=“독일어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일동 웃음. 다니엘은 독일어 유래도 유창하게 설명했다.)

 놀런=“제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일을 했는데 한글은 정말 과학적이에요. ㅎ, ㅏ, ㄴ이 합쳐서 ‘한’이란 소리가 되는 논리체계가 프로그래밍 같았어요.”

 장위안=“한글은 모든 소리를 글자로 쓸 수 있어요. 심지어 ‘ㅋㅋㅋㅋ’처럼 자음들로만 웃음소리를 만들잖아요.”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세요.

 장위안=“하나 있는데요…. 한국 대학생들끼리 문법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쓰는 한국어가 많아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때 반대했던 신하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이처럼 어렵게 지켜낸 글자인데 외국 사람보다 한글을 덜 사랑해요. 영어·중국어를 공부하기 전에 한글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나=“한국 친구들이 영어를 배우지 왜 한국어를 배우냐고 자주 물어봐요. 외국인들은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점점 많이 갖는데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아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6명의 글로벌 청춘과의 대화는 두 시간 넘게 계속 이어졌다. 출신 나라도 모국어도 서로 달랐지만 이들은 한국어를 통해 막힘 없이 소통했다. 한국어와 한글이 세계의 청춘을 하나로 이어주는 모습에 568돌 한글날을 맞이하는 세종대왕도 흐뭇하셨겠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이서준 기자 , 사진·영상=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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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