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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손연재'…딸보다 땀 흘리고 고생하는 엄마들

제2의 손연재를 꿈꾸는 딸을 위해 오늘도 어머니는 구슬땀을 흘리며 바느질을 한다. 무대 의상을 만들기 위해 7일 경기도 성남시 왕남초 체육관에 모인 학부모들. [성남=신인섭 기자]


손연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그의 성공 뒤에는 바느질로 의상을 만들고 후프에 색종이를 붙이며 뒷바라지한 어머니 윤현숙 씨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인천=뉴시스]
짙은 화장,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 무대를 압도하는 화려한 몸짓. 리듬체조는 스포츠의 꽃이다. 손연재(20·연세대)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팬들은 리듬체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화려한 세리머니가 끝난 뒤 눈물의 뒤풀이가 이어졌다. 손연재는 무대 뒤에서 어머니 윤현숙(46) 씨를 보자마자 꼭 껴안고 펑펑 울었다. 윤씨는 바느질로 의상을 만들고 후프에 색종이를 붙여가며 딸을 뒷바라지했다. 리듬체조 요정을 만든 엄마의 손은 거칠었다.

'제2의 손연재'를 꿈꾸는 어린 요정들이 많다. 그들 역시 '제2의 윤현숙씨'가 만들고 있다. "주원아, 허리 더 젖혀야지. 연우는 배에 힘을 주고." 6일 경기도 성남시 왕남초 체육관에서 소녀들이 이지애(29) 코치의 구호에 맞춰 힘들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9월 KBS배 전국리듬체조대회 팀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꿈나무들이다.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엄마들은 연기할 때 필요한 의상 네 벌(후프·리본·곤봉·볼)을 만드느라 바느질에 여념이 없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산 큐빅을 촘촘히 박느라 엄마들도 구슬땀을 흘렸다.

리듬체조는 넓은 무대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화려한 의상을 입어야 동작도 잘 보인다. 많은 큐빅을 박아야 더 돋보인다. 의상 한 벌 무게가 최대 5㎏이고, 가격은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최종 성화주자로 나섰던 김주원(12) 양의 어머니 조영덕(38)씨는 "의상 네 벌을 사면 수백만원이 든다. 그래서 기본적인 디자인만 된 의상을 사서 직접 문양을 만들고 큐빅을 박는다. 이러면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하지만 리듬체조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초·중·고·대학교까지 대한체조협회에 등록된 리듬체조 선수는 172명(67팀)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르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리듬체조 레슨비, 의상·수구 구입비 등은 기본이다. 표현력을 키워주기 위해 재즈댄스나 발레를 가르치면 추가 비용이 든다.


국내 전국대회는 2개 뿐이라 국제대회에 나가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한 번 나가면 항공료·숙박비 등으로 최소 250만원이 든다. 리듬체조 선수를 뒷바라지 하는데 연 2000만원 이상 나간다. 임지현(18) 양의 어머니 이해란(54) 씨는 "취미로 리듬체조를 시켰다. 딸에게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반가우면서도 착잡했다"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 내가 미싱을 배워 아이 의상을 만들고 있다. 또 파트타임으로 마트에 출근하며 비용을 충당했다"고 말했다.

김선영(36) 씨는 스포츠 마사지 수료증을 땄다. 수구를 돌리며 수백번 점프하는 리듬체조 특성상 어린 선수들은 근육통과 염좌를 달고 산다. 훈련이 끝난 후 전문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으면 부상을 줄이고 피로를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김씨는 스포츠 마사지를 3개월 동안 전문적으로 배웠다. 엄마 힘으로도 모자라 할머니까지 나서는 경우도 있다. 안효용(67) 씨는 손녀 장서희(12) 양을 데리고 인천에서 성남으로 이사했다.

리듬체조 선수만큼이나 땀을 흘리고 고생하는 엄마들에게 손연재의 금메달은 큰 희망이 됐다. 조영덕 씨는 "딸이 좋아해서 리듬체조를 시켰지만 앞이 막막했다. 손연재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입상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빛이 보였다"고 했다. 리듬체조 입문 3개월째인 방지윤(10) 양의 어머니 임혜경(36) 씨는 "전에는 손연재 선수를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도 무관심했다. 그런데 딸에게 시켜보니 손 선수가 해온 노력을 알겠다. 이젠 비난 여론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모두 '제2의 손연재'를 원하는 건 아니다. 문미희(36) 씨는 "11살인 우리 딸은 리듬체조를 7년이나 하면서 힘들어 할 때 나도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아이가 펑펑 울면서 '리듬체조가 너무 좋아요'라며 체육관으로 가더라"면서 "손연재 선수처럼 성공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아이가 리듬체조를 통해 행복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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