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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예방 대책 적절한가?


논쟁의 초점 최근 포털 사이트를 상시 모니터링해 고소나 고발 없이도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한 후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감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사이버 인격모독에 대한 감시의 차원을 높이겠다는 것이었으나 시장에선 e메일이나 SNS 계정을 외국 업체로 옮기는 등 사이버 망명 사태로 이어지며 IT업계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이버 감시와 망명 사태에 대한 논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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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살인 방치해선 안 돼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검찰이 최근 포털 사이트의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정도가 심한 명예훼손 사건을 고소나 고발 없이 인지수사하겠다고 발표한 뒤 논란이 뜨겁다. ‘카카오톡 등 SNS 까지 24시간 감시한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해외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서버의 대화 저장 기간을 2~3일로 축소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어서 놀란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드롬이 계속 확대될 경우 어렵게 쌓아 올린 한국의 인터넷, 나아가 정보통신(IT) 경쟁력까지 해칠 판이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최근 사태는 국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과 오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대검찰청과 인터넷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한 서울중앙지검은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대화공간은 들여다볼 의사도 없을뿐더러 기술적 능력도 없다고 거듭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 6월 법원에서 집시법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하루치를 압수수색한 게 뒤늦게 논란이 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법원의 합법적인 영장 집행 절차마저 사전 검열로 오해받는 지경이 된 것이다. 수사기관은 일반 수사에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범위 내에서 어떤 증거든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서버 보관 기관이 최대 일주일밖에 안 되는 카카오톡과 같은 SNS 대화들은 이미 삭제된 후엔 증거를 확보하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엄단 지시가 있기 전부터 욕설과 비방, 악성 댓글로 난무하는 사이버 세상의 최소한의 정화 수단으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긴 사람은 2012년 79명(6.8%) 에서 올 상반기에만 80명(16.9%)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법원도 각종 사이버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9월 사이버 명예훼손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피고인 중 121명(9.5%)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해 수감했다고 한다. 2012년 과 2013년 59, 58명에 비해 숫자는 물론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

 현대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근거 없는 주장이나 일탈·해킹·피싱·사기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새로운 사이버 범죄는 사회 불신을 가중시키는 중대 범죄다.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해지는 등 국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게 오프라인 범죄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악성 루머, 악플처럼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사회 집단에 가해지는 사이버테러는 한 사람의 인격과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로 큰 상처를 남긴다.

 또한 사회적으로 알려진 공인일수록 사이버 명예훼손의 대상으로 노출되기 쉽다. 정치인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된다. 지지하지 않는 상대편에 대해선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조원 차명계좌설’을 퍼뜨린 네티즌을 고소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도 ‘20조원 세탁설’을 퍼뜨린 네티즌들을 고소한 상태다. 하물며 대통령까지 사생활을 두고 온갖 비방에 시달리는 세상이니 다른 힘 없는 사람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최근의 논란에서 검찰은 있는 그대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될 것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즉각 수사팀 설치를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만 야기한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영혼에 대한 살인범죄와 다름없는 사이버상 악성 루머와 비방을 이대로 방치해 ‘불신의 사회’를 조장해선 더욱 안 될 것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현행법에 따른 사이버 명예훼손의 기준을 투명하고 명백하게 제시함으로써 이에 따른 철저한 법 집행을 통해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도 회복하고 사이버세상의 법 질서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검찰 IT 생태계 이해 못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남을 비방하며 괴롭히는 것은 폭력이다. 타인에게 정신적·신체적·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는 없다. 그런데 꼭 이런 방식이어야 했을까. 건설적인 논쟁이 필요한 중요한 공적 의제도 제기되는 방식에 따라 안 하느니만 못 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사건은 지난 9월 16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의 발언은 결론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 국가에 대한 모독, 국격 훼손, 국론 분열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통령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과 모독적 표현을 중대한 사이버 범죄로 규정하고 의제화했다. 사이버 폭력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대통령 모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이슈와 연결시키고, 그럼으로써 정치문제화한 것이다. 국가기관인 대통령이지만 그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과 명예가 있다. 대통령의 분노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분노 때문에서라도 법무부와 검찰의 적극적 대응 운운한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이 개인적 분노와 엄정해야 할 법 집행을 혼돈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항상 그런 것처럼 사고는 잘못된 판단과 비상식적 결정이 연이어지면서 발생한다. 이틀 뒤 대검찰청은 부랴부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수사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발표한다. 피해자들의 개별적 권리 구제 요청과는 별개로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검찰의 주장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피해자의 고소 고발 이전에 명예훼손을 제3자가 먼저 인지해 수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피해자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칠 수도 있기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천만 명이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그들의 명예를 검찰이 선제적으로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럴만한 기술과 예산·인력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비용 대비 이익을 따져볼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결국 검찰이 보호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인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부기관이나 정부정책, 정책담당자들은 명예훼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공적 인물이나 기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우선적으로 모니터한다고 하니 유명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명예만 중요하다는 건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사고는 얘기치 않은 피해자를 만든다. 검찰 발표에 대해 언론 검열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검찰이 한 정당 관계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톡 사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과 카카오톡 모두 사찰 가능성을 즉시 부인했지만 다음 날 검찰의 정당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카카오톡 고위 간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된다.

이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카카오톡 계정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모바일 메신저에서 외국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이동해 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최고의 IT 기업이 졸지에 정부기관에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나 넘기는 신뢰할 수 없는, 빙충맞은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한창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전도유망한 기업 꼴이 말이 아니게 돼 버렸다. 덩달아 나라 이미지도 IT 기업 사찰과 탄압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나 중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분노와 사심이 화를 부른다. 명예훼손을 엄단하려다 도리어 나라와 기업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정보통신 생태계는 복잡계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큰 태풍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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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