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용의 꼬리가 용을 흔들 수 있을 것인가



손인주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 펠로


용의 꼬리가 용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인구 1000만 명도 안 되는 홍콩이 13억의 중국 본토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1997년 반환 이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보호를 바라는 ‘을’의 위치로 바뀐 홍콩이 ‘갑’의 위치에 있는 권위주의 체제 중국에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모한 듯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 중국의 간섭에 반대하는 반(反)중국 정서다. 친중국 애국주의를 고취하려는 국민교육 도입 논란, 친중파의 홍콩 언론 장악 등이 홍콩의 독자성과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범민주파의 세력 확장에 기여했다. 둘째, 여러 사회경제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홍콩 행정부에 대한 실망이다. 빈부 격차, 물가 상승, 주택난,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익집단 간의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지만 홍콩 행정부는 효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을 통해 정부의 책임성과 정당성을 제고할 때 좀 더 효율적인 통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셋째, 이번 홍콩 사태에서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청년 세대들의 정치 참여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신세대들이 청년실업, 경제 불평등, 계층 상승 좌절에 실망하고 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노력해도 부모 세대만큼 잘 살 수 없다고 믿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세력으로 응집하게 됐다. 이들 신세대 운동권이 기성세대 민주파가 계획한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민주화 시위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하는 행동 대장으로 등장했다.

 그러면 홍콩 민주화 시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첫째 시나리오는 홍콩 내 친중파와 반중(민주)파 사이의 파워 게임이다. 친중파 세력이 맞짱 시위를 벌이며 질서 유지를 위한 공권력 강화를 요구할 수 있다. 장기 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반민주화 운동을 부를 수 있다. 특히 급진적 학생 운동권 일부가 불법 점거와 폭력 시위로 민심을 잃으면 친중파는 이를 빌미로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이다. 다만 이미 베이징 정부의 꼭두각시로 판명돼 권위와 정당성을 잃은 친중파 행정부와 재벌들이 학생 운동권과 민주파 세력의 총공세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둘째는 중국 공산당과 친중 홍콩 재벌 간의 연합전선 유지 여부다. 지난 17년간 베이징은 홍콩을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홍콩 재벌과 손을 잡았다. 이들은 정치적 지지의 대가로 중국 정부가 제공한 여러 비즈니스 기회를 누렸다. 부동산 대기업들은 홍콩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주택난에 시달리는 홍콩 시민들의 눈에는 베이징이 일반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소수 부자를 옹호하는 권력으로 보이게 됐다. 베이징이 홍콩 재벌들과 거리를 두며 새로운 정치적 동맹세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셋째는 베이징 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의 정책 경쟁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홍콩 민주화를 바라보고,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을 유지하는 데 중국 지도부 내 이견은 없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이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 무력 사용 여부와 그 정도를 놓고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온건파는 무력 사용을 주저하며 ‘기다리며 힘을 빼는 전술’을 선호할 것이다. 전 세계인이 생방송으로 현장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유혈 강경 진압이 가져올 엄청난 국가 이미지 및 소프트파워 손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강경파는 무력 사용이나 협박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홍콩 안정화를 시도하려 할지 모른다. 입소문을 타고 홍콩 민주화 운동이 일으킬 중국 본토, 특히 신장·티베트로의 도미노 시위 효과를 그들은 우려한다.

 넷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대응이다.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미국은 홍콩에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떤 정책적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이 역내 주요 현안인 홍콩사태에 행동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지역 내 민주주의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고 아시아 회귀 전략도 퇴색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개시하고 국력 쇠퇴를 겪고 있는 미국이 몇 가지 상징적인 외교 조치 외에 중국에 경제·군사적 제재를 가할 여력과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막을 내릴지, 아니면 중국식 권위주의적 정치 모델을 흔들면서 동아시아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19세기 말 홍콩에서 공부하고 체류했던 쑨원, 캉유웨이와 같은 거목들이 중국 혁명과 근대화에 큰 공헌을 했듯이 21세기 초 홍콩의 학생과 시민들이 중국의 민주화와 선진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용의 꼬리가 부상하는 용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손인주 홍콩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 펠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