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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국회는 왜 그 많은 기업인을 …

양선희
논설위원
‘국민 폭발 지경’ ‘올해도 갑(甲)질’ ‘국회의 행패’ ‘기업 대외 신인도 타격’….

 어제부터 열린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줄소환하는 걸 지적한 기사와 사설의 제목들이다. 시민들 시각도 곱지 않다. 한 예로 네티즌들은 ‘지겹다’ ‘국회가 너무한다’는 반응이 많다. 우리 사회는 기업 친화적이기보다 반기업 정서가 넘치는데도 이렇다. 국회에 대한 반감이 기업·재벌에 대한 반감을 압도한 모양새다. 국회는 민심을 대변해야 하므로 누구보다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온 나라에서 욕을 먹는 일을 ‘지르고 보는’ 건 둔감해서일까, 아니면 민심을 거스르더라도 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일까. 이게 욕먹을 일인지 몰랐다면 기억을 더듬어보자.

 국회가 기업인들을 일삼아 부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7대 국회부터 조짐은 있었지만 이런 줄소환은 없었다. 그러다 18대 국회부터 해마다 그 수가 늘어 100명을 넘기고, 지난해엔 200명 가까운 기업인을 불렀다.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해에 기업인들을 10시간씩 대기시켜놓고 호통만 치거나 질문조차 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례가 많아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회에서도 이런 국감 방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방식을 바꾸겠다고 다짐도 했다. 한데 그때의 비판과 자성을 잊은 모양이다. 도대체 무엇이 국회로 하여금 ‘물고기 수준의 건망증’을 유발하도록 하는 것일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엔 이런 뒷담화가 있다. 과거 인허가권 등으로 정부가 기업을 꽉 움켜잡고 있을 때는 오히려 국정감사도 없었단다. 한데 기업 자율성이 커진 후 정계에선 너도나도 기업 국감에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 전반의 예산지출과 정책 감시라는 국감의 본래 목적에서 보면 이런 ‘거꾸로 현상’은 기이한 측면이 있다. 도대체 왜?

 국감에 가는 ‘회장님’ 뒷수발을 해본 담당자들이 은밀히 들려주는 얘기가 있다. 국감엔 보이는 앞마당과 보이지 않는 뒷마당이 있단다. 앞에서는 국회의원들이 호통치지만 뒷마당은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이란다. 기업 실무자들과 보좌관들이 인사를 나누면, 이후 국회의원의 대소사 관련 초대장이 날아오고 모임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일단 국감에 한 번 불려갔다 온 기업인들은 이미지 실추와 망신의 기억이 사무쳐 국회 상임위와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정계에 발이 넓은 정당인이나 관료 등 ‘말이 통하는 인사’를 특채하고 소액후원금을 성의껏 내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기업 현장기자 시절, 기업인과 정치인의 ‘미묘한 교류’를 목격한 사례들도 있다. 한 예로 모 기업인과 식사를 하는데 유명 국회의원이 자기 손님들과 식사한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그 기업인에게 보내 결제토록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이 비용을 내기 위해 원래 약속했던 식당을 바꿔서 그 식당으로 간 것이었다. 다른 기업인에게 이 경험을 얘기했더니 “그나마 신사적”이라고 해 놀라기도 했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충정에 대한 오해이며 모함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를 되짚는 이유는 다만 국감에 ‘30초 호통’으로 끝낼 기업인들을 부르는 건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과 안면을 트고 정·재계 유착고리를 만드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심이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어서다.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도 오해받는 게 세상 인심이다.

 국감에 기업인 소환은 할 수 있다. 미국 의회도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 등의 최고경영자를 증인으로 세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진지하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는가다. 또 최소한 기업인 소환 후엔 논의됐던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도 국회도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일 안 해 눈총 받는 국회의 국감이 눈도장 찍기 장소라는 의심까지 받아서야 되겠나.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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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