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힘 빠진 증시, 힘쓸 곳은 기관뿐인데 …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었다. 7일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도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날 오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다음 달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내놓겠다.”(9월 24일)

 “이달 중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겠다.”(10월 2일)

 일주일 새 바뀐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다. 지난달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언급한 ‘발전방안’이 이달 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회동에선 ‘활성화 대책’으로 변신했다. 단어 하나 바꿨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발전방안이 전반적인 시장 시스템 개선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활성화 방안은 아무래도 ‘부양’에 방점이 찍힌다.

 이런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은 주가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내놓은 각종 부양책과 금리 인하에 210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급속히 힘이 떨어져 7일 1970선까지 후퇴해 있다. ‘수퍼달러’ 여파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주가를 끌어올려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이른바 ‘부의 효과’와 정책 기대감을 통해 움츠린 소비를 살리려던 정부의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평소 신중한 스타일인 신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이례적이다. 금융당국 내 실무진조차 ‘활성화’ 발언을 전해 듣고는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정부가 준비해온 건 ‘발전방안’이었다. 게다가 방안이 정책으로 확정되려면 기획재정부·노동부·법무부 등 관계부처와의 쉽지 않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난산을 예상한 신 위원장이 미리 배수진을 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어쨌든 말을 꺼냈으니 수습할 일만 남았다. 핵심은 세제다. 금융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연기금과 공모펀드에 물리는 증권거래세(0.3%)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협의 안건에 올려놓고 기획재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10년부터 과세되던 것을 다시 비과세로 돌리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보다 활발해지고, 펀드 수익률이 올라가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란 논리다.


 증권업계에선 아예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거래세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증권사가 받아가는 수수료가 거래액의 평균 0.095%까지 떨어진 마당에 0.3%의 거래세는 과하다는 것이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거래세가 내리면 증권사 수수료도 따라 내리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투자 비용이 크게 준다”면서 “당장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도입된 소득공제 장기펀드의 가입 대상을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 실장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기준을 완화해 여유 있는 중산층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곳간 사정을 걱정하고 있는 기재부가 세율을 낮추고, 소득공제를 늘려주는 걸 반길 리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실무진 간의 논의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위에서 결론을 정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세수 감소 우려’에 맞닥뜨린 금융당국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딜레마가 따른다. 금융위 관계자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자니 ‘인위적 부양’이란 비판이 나올 게 뻔하고, 고만고만한 대책을 모아 내놓자니 시장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해 역효과를 부를 우려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한마디로 ‘시장 친화적이면서 시장의 눈길을 잡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이 당장 주가에 연연해 조급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투자 매력을 높여 시중의 유동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틀게 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주가는 기업 실적을 따라가는 것인데,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단기 부양책은 그야말로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증권 유승민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건 거래세 때문이 아니다”며 “그보다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가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주고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주가치가 높아질 여건을 조성하는 등 제도 개선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이한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