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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23) 미국 미네소타 공립학교

① 이든 프레이리 고교 식당.


1995년 정치학 석사를 밟기 위해 아이오와로 유학 왔다. 석사 과정 중 남편(이정욱·44·컴퓨터 엔지니어)을 만나 1998년 결혼, 미국에 정착했다. 남편은 고등학교 때 이민 온 시민권자다. 결혼 직후 아이오와에 살다 직장 때문에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사와 9년을 살았다. 2007년 남편이 다시 직장을 옮기면서 미네소타주 트윈시티 이든 프레이리(Eden Prairie)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 지수(15)는 공립학교인 이든 프레이리 고등학교 10학년(한국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연의 도시 이든 프레이리

미네소타는 ‘물의 땅‘이라는 뜻의 아메리카 인디언 말이다. 주 전체에 1만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을 뿐 아니라 북동쪽은 오대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레이크 수페리어(Lake Superior)와 접해 있으니 ‘물의 땅’이라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인구 300만여 명의 트윈시티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시카고 다음으로 크다. 주도(州都)인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와 세인트폴(St.Paul)로 나뉘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두 도시를 합쳐 트윈시티라고 부른다.

이든 프레이리는 트윈시티 교외에 있는 인구 6만5000여 명의 작은 도시다. 주민 4명 중 3명이 45세 이하, 25세 이상 인구 가운데 57%가 대졸 이상 학력인 젊고 활력 넘치는 곳이다. 한국인은 소수다. 지수가 재학 중인 이든 프레이리 고교는 전교생 3000여 명으로 미네소타에서 두 번째로 큰 고교인데도 한국 학생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든 프레이리의 겨울은 섭씨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추위가 혹독하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추위를 불평하는 대신 스키·스노보드·아이스하키·스케이트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긴다. 또 자연 그 자체를 즐긴다. 10여 개의 크고 작은 공원과 호수가 어우러져 있고, 그 주변으로 50여 개의 산책로가 있어 매일 어떤 산책로를 걸을까를 고민한다. 가끔 호수 위 무지개와 주변의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인지 2010년 CNN 머니가 꼽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올랐다.

② 지수가 활동 중인 미네소타 유스 심포니 연습 모습.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오스모 반스카가 학생을 지도한다. ③ 학교 앞 호수인 라운드 레이크에서 바라본 이든 프레이리 고교. ④ 이든 프레이리 고교의 스포츠·음악 클럽 수준은 미국 챔피언급이다. 이 학교 스포츠·음악 클럽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 ⑤ 이든 프레이리엔 10여 개의 호수·공원이 있다. 지수 집 뒷마당에 있는 호수 위로 무지개가 떴다.


음악을 사랑하는 학교

이든 프레이리에는 공립 초등학교 5곳, 중·고교가 각각 1개씩 있다. 초·중·고 모두 음악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든 프레이리 고교 시간표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 학교는 4학기제라, 여름방학이 두 달 반으로 길고 겨울 방학은 아예 없다. 매 학기 4~5과목을 번갈아 가면서 듣는다.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주요 과목이 매 학기마다 전부 있는 게 아니라 1년 동안 번갈아 가면서 이어진다.

하지만 음악 수업은 4년(9~12학년) 내내 매 학기, 그것도 매일 있다. 학생들은 오케스트라·밴드·합창반·음악 감상 네 가지 수업 중 하나를 골라 4년 동안 계속 참여한다. 특히 실기 위주인 오케스트라·밴드·합창반은 실력에 따라 세 단계로 분반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수학 같은 주요 과목보다 음악 수업을 더 많이 듣고 졸업한다. 학교는 수업만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실내 체육관과 별도로 2000여 명 규모의 음악홀이 따로 있다.

음악을 좋아해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던 지수에겐 최고의 교육 환경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는 최고 단계 오케스트라 반에서 바이올린을 하고 있고, 3년 전부터는 미네소타 주가 운영하는 미네소타 유스 심포니 활동까지 겸하고 있다.

지금은 만족하지만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 다른 한국 엄마처럼 음악은 공부보단 뒷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악에 시간을 쏟을수록 공부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피아노 치고 바이올린 켜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지수 말대로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다. 엉덩이 힘만 강조하는 한국식 교육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교육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예체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이 정도는 아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삶의 여유를 즐기는 이 지역 사람들 성향이 큰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다. 폴란드계 주민이 매년 쇼팽음악을 즐기는 작은 음악축제를 여는 등 도시 곳곳에선 1년 내내 음악공연이 이어진다. 미네소타 라디오 방송인 MPR은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전문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방송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세계적 피아니트스 랑랑이 녹음했던 바로 그 스튜디오에서 말이다. 지수도 지난해 3월 이 방송에 나가 쇼팽을 연주했다.

스포츠 클럽도 활발하다. 이 학교 아이스하키팀은 미국 챔피언을 여러 차례 했을 정도 수준급이고, 축구·농구·테니스 등 다른 수십 개 종목의 클럽도 개설돼 있다. 1년에 300~400달러 정도만 내면 누구나 스포츠를 쉽게 배울 수 있다.


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 인상적

음악교육 얘기만 하면 마치 이든 프레이리 고교가 공부 부담없는 참 편한 학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주요 과목 과제량이 만만치 않다. 매일 과제하는 데 3시간 안팎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밤 12시를 넘겨 자기 일쑤다. 또 4학기제라 시험과 중간평가가 더 자주 돌아온다. 매 학기 끝날 때마다 평가가 있고, 교사 재량에 따라 과목별 중간·기말고사도 본다. 거의 매주 퀴즈 형식의 간단한 평가도 반복된다. 예체능뿐 아니라 학습도 놓치지 않는 학교라는 말이다.

수업은 일방적인 주입식은 거의 없다. 예컨대 영어는 독서를 통해 비평과 토론을 강조하고, 과학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으로 채운다. 이 학교는 한 교시가 90분이다. 처음엔 90분 수업이 버겁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수업내용을 들여다보니 이해가 됐다. 모든 수업에 발표·토론가 빠지지 않는데 60분 수업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년 세 차례 각 과목 교사와 정기 상담이 있다. 교사들 태도를 보면 미국 특유의 합리주의와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다. 예컨대 과학실에서 과학 교사를 만나면 항상 먼저 하는 말이 “실험이 많다보니 교실이 지저분하다.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한국 학교라면 상담을 앞두고 애들한테 청소시켜 깨끗한 교실을 보여줄텐데, 이곳에선 그런 체면치레는 없다. 무엇을 가르치는지만 깔끔하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 학교 교사 70%가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다. 교사 수준은 아주 높지만 학교 문턱은 낮다. 교장은 매주 학부모에게 메일을 발송하는데, 여기엔 교장과의 티타임 시간이 항상 적혀 있다. 이 시간은 누구든 교장과 대화하며 학교 운영과 자녀에 대해 상담할 수 있다.

아이패드·맥북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도 인상적이다. 수업은 교과서가 아니라 맥북으로 한다. 맥북 안엔 수업에 필요한 교재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맥북은 무료로 나눠주는데 학기 중에만 사용할 수 있고 졸업하면 반납한다. 또 미술 등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일부 과제를 빼놓고는 과제 대부분 인터넷 상으로 제출한다. 과제 제출 현황 체크, 과목 교사와의 소통도 포탈 안에서 모두 이뤄진다. 자녀의 학교 생활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과목 교사와 e-메일로 상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반당 학생 수가 25~30명 정도로 많다는 것만 제외하면 사립학교 부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이지수(맨 아래 오른쪽)군이 이든 프레이리의 프레이리 뷰 초등학교 6학년 재학 당시 반 친구와 찍은 사진. 다인종 국가인 미국 학교에선 인종 간 화합을 중요하게 가르친다.
 

화합·융합 강조

미국은 다인종·다민족 국가다. 인종 차별을 법적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고, 인종 간 화합을 중요시한다. 미네소타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라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소말리아 난민을 국가 차원에서 받은 적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이곳에 정착했다. 현재 3만2000명 정도 된다. 주 차원에서 주택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취업까지 도왔다.

그러다보니 학교도 인종 간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든 프레이리 고교 재학생 중 흑인은 9% 정도로 대부분 소말리아 학생이다. 이들을 위해 학교 도서관엔 소말리아 섹션을 따로 분류해 소말리아어로 된 책과 각종 자료를 구비해놓고 있다. 미국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미국 역사를 배우지만 자국 소말리아어와 소말리아 역사를 잊지 않도록 배려한 거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국에선 신체적 장애는 물론 자폐증 같은 발달장애을 겪는 학생만을 위한 특수 학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칙적으로 일반 학교에서 섞여 교육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는 차이일 뿐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일반 학생과 어울리며 미국 시민으로 잘 성장하도록 교육한다. 이든 프레이리 고교에도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5% 정도 되는데, 다들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다. 그렇다고 절대 방치하는 건 아니다. 미국 교실에선 해당 과목의 교사뿐 아니라 보조 교사 1~2명이 항상 함께 수업을 이끄는데, 보조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 오도록 돕는다. 때론 특수 교육 전담 교사를 따로 채용해 필요한 교육을 진행한다.

미국에서 한국인은 소수인종이다. 법적으론 인종차별을 강하게 금지한다지만 보이지 않는 벽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보니 지수처럼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학생들은 정체성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이든 프레이리의 교육을 보며 미국시민으로 자연스레 녹아들기 위해서는 나부터 열린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문애경(50·주부·미국 미네소타주 이든 프레이리)
정리=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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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