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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 손실 연 246조 … 통합, 더 미룰 수 없는 숙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지난 2일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함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회 갈등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 4·3 사건과 관련한 주제발표를 못 하게 막는 바람에 토론회는 진통을 겪었다. ‘국민대통합’이란 이름을 단 대통령 직속기구가 필요한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갈등이 심각해서일 수도 있다.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은 “통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반면 오늘처럼 갈등이 심하게 표출될 때 통합은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11일 시작될 국민대토론회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국민대통합위의 19층 위원장실에서 한 위원장을 만났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통합은 구들장처럼 데워지는 것
시민 의견 하나씩 모아 국정 반영
운전면허증 지역 표기도 없애
나주 배, 영주 사과 한 상자에 팔아
현장의 통합이 정치보다 성숙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갈등이 표출될 때 통합은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 국민대토론회를 연다고 들었다. 어떤 거고, 왜 하는 건가.



 “11일 중부권을 시작으로 4개 권역에서 열린다. 국민대통합과 관련된 주제를 여론조사를 통해 추출한 뒤 해당 지역의 일반 시민과 전문가들이 갈등 해소방안과 국민통합 방안을 놓고 토론하는 형식이다. 자율적인 토론을 위해 운영위원회도 구성했다. 권역별 토론회를 한 뒤 서울에서 마지막 종합 대토론회를 1박2일간 한다. 거기서 나온 통합과 관련된 정책과 비전을 백서로 만들어 국정에 반영하려고 한다.”



 -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한 지 15개월 지났다. 위원회가 한 일 중 체감할 수 있는 사례는.



 “국민통합이라는 게 실감하기 참 어렵다. 올해 7월 국민대통합 정책을 집대성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기차가 다니려면 먼저 레일을 깔아야 하듯 종합계획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반응이 좋았던 건 운전면허증에서 지역 표기를 없앤 거다.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 면허증에 있던 지역 표기가 없어진 게 위원회 작품인지 몰랐다.



 “국민제안이라는 경로가 있는데, 그런 내용이 올라왔고 그걸 우리가 (경찰청과 협조해) 반영시켰다.”



 - 통합의 전제는 갈등에 대한 진단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 뭔가.



 “지난해 11월 국민의식조사를 했다. 계층 갈등이 제일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 다음이 이념, 노사, 지역 갈등의 순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선 계층 갈등과 노사 갈등이, 정치적인 측면에선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고 진단하는 것 같다.”



 -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이 심해지는 이유는 .



 “ 갑자기 압축갈등이 분출되는 건 그동안 우리가 압축성장을 했다는 걸 입증한다. 갈등이 있어도 참고 인내해 왔는데 이제는 살 만하니까 일시에 분출된다고도 볼 수 있다.”



 - 국민대통합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계기는.



 “내가 지난 대선 때(2012년)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게 10월 5일이다. 한데 1982년 10월 7일 야당 국회의원 초선 때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 6가지를 요구한 일이 있다. 대통령직선제,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김대중 총재 석방 등이다. 그러고 꼭 30년 만에 내가 상대 진영의 박 후보를 지지한 거다. 나는 대선 때부터 대통합을 실천했다. 국민대통합위 적임자 아닌가(웃음).”



 - 대통령과 소통은 잘 되는가.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합위 간사다. 항상 채널이 있고 소통이 되고 있다. 직·간접으로 소통하고 있다. 정무수석이 수시로 우리 회의에 참석한다.”



 - 지역 활동 때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민주평통) 등 기존 조직과 충돌할 일은 없나.



 “민주평통은 통일 문제를 다룬다. 우리와 하는 일이 다르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 과거 시민운동을 했던 사람 등을 위원으로 임명하고 있다. 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우리 사회가 수직적 경제발전을 해왔다면 수평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갈등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연간 246조원으로 평가됐다. 얼마나 큰 저해요인인가.”



 - 지방 연설에서 ‘구들장론’을 강조한다.



 “구들장 얘기를 하는 건 대통합위의 일이 빨리 뭐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구들장이라는 게 데워지기는 어려운데 한번 데워지면 식을 때까지도 오래 걸린다. 국민대통합이 되긴 어렵지만 한번 되면 사회 인프라가 튼튼해지는 것이다. 그게 구들장 논리다.”



 - 3김 시대를 산 정치 원로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다. 의회민주주의가 퇴보하는 이유가 뭔가.



 “ 주제넘게 한마디 하자면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진영논리에 빠져서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가면 절대 안 된다.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면 생각의 차이가 좁혀질 수 있다. 혼란을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집단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진보일 수도, 보수일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건 안 된다. 합리적인 중간집단이 있어야 안정적이다. 그래야 생산적인 국회가 된다.”



 - 지역 방문 행사 때 위원회가 하는 일을 알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책은 현장에서 나온다. 영호남 지역 통합의 상징물로 (전남) 나주의 배와 (경북) 영주 사과를 한 상자에 넣어 파는 걸 봤다. 정치보다 성숙한 모습 아닌가. 또 하나, 국민통합을 위해선 의인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 지난 2월 26일 이집트에서 한국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탄 테러를 당했다. 충북 진천의 성지순례객들이었는데 당시 제진수라는 사람이 폭탄이 떨어지자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래서 사망자가 3명에 불과했다. 그 얘기를 충북 도지사로부터 듣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사자로 인정받게 했다. 의인을 통해 사회가 통합된다.”



인터뷰=박승희 정치부장, 정리=허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한광옥 위원장=1942년 전북 전주 출생. 중동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민주화운동을 하다 80년 신민당 보좌진으로 정치 입문. 81년 11대 총선 서울 관악구에서 당선된 뒤 4선 의원. 97년 대선 때 김대중(DJ)·김종필(JP) 후보의 ‘DJP 연합’을 성사시켰고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위원장 활동.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역임.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 지난해 6월 국민대통합위원장 취임. 부인 정영자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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