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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깊은 북악산 자락, 추사를 만나다

‘세한도(歲寒圖·1844)’와 같은 해 그린 걸로 추정되는 ‘고사소요(高士逍遙·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 [사진 간송미술관]


#1. “가까운 데서부터 익혀나가라.”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말이다. 후학이나 지인들이 공부의 비결을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12일부터 2주간 '추사정화'전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 창조
36~70세 추사체 형성과정 보여
인터넷·전화로 예약해야 관람



 가까운 옛것부터 충실히 익혀 차츰 먼 옛날로 소급해 가기, 그렇게 역대 서법을 섭렵해 전한(前漢)의 예서(隸書)에 이른다. 중국 후한 시대 지방의 비문에서나 자취를 찾을 수 있던 이 글씨로 그는 옛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 옛것과 같지 않은 새것, 추사체를 만든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익혀 새것을 창조해 냄)의 종결자.



 #2. 23세 추사는 청에 사신으로 파견된 부친(김노경)을 따라 베이징에 간다. 금석학자이자 서예가 옹방강(翁方綱·1733∼1818)과 그의 제자들은 젊은 추사를 대하고 “이미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탄복하며 다투어 그의 글씨를 갖고자 했다. 원조 한류였던 셈.



최완수 소장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관장 전영우)이 87회 정기전 ‘추사정화(秋史精華)’로 1년 만에 문을 연다. 올 3월부터 반년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첫 외부 전시를 여느라 봄 정기전을 건너뛰었다.



 12일부터 2주간 미술관 1층에서 여는 전시는 추사체의 형성을 보여주겠다는 야심 찬 기획이다.



 36세 추사가 옹방강의 서체를 받아들여 중후하게 써내려간 행서대련을 시작으로 정치적으로 은둔해 지내던 49세 때 초의 선사가 보낸 차에 대한 보답으로 굵직굵직하게 써 보낸 ‘茗禪(명선·차를 마시며 선에 들다)’, 70세로 사망하던 해 봉은사에 은거하며 썼던 행서대련 ‘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물 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에 이르기까지, 추사의 굴곡진 일생과 그 그늘에서 완성된 추사체의 파노라마다.



타계 두 달쯤 전 추사가 남긴 예서 대련, 기록이 확실한 것 중 마지막 작품이다. [사진 간송미술관]
 타계하기 두 달쯤 전 추사가 남긴 예서 대련은 이렇다.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좋은 반찬은 두부·오이·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젊어서부터 촉망받는 지식인으로 활약하느라, 그만큼 풍파도 많아 북으로 남으로 두 차례 귀양살이하느라 멀리했던 가족과의 소탈한 즐거움, 70세 추사에게 절절하게 다가온 모양이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부설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문화의 핵은 글씨다. 한자는 상형문자인지라 그림에도 가깝다. 서화일치(書<756B>一致)를 말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종착역인 이곳에서, 동양 문화의 정수를 종결 융합해 자기 것으로 만든 이가 추사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12∼26일, 무료. 인터넷 혹은 전화로 예약해야 볼 수 있다. 내년에는 리모델링 공사로 1년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070-7774-2523, 070-4217-2524(www.kansong.org)



 ◆38년 만에 다시 나온 『추사집』=전시는 『추사집』(현암사)의 재출간과 맞물린다. 최 소장은 “1972년부터 추사 연구에 매달려 76년 『추사집』을 발간했다. 이를 수정, 38년간 안목이 바뀐 것을 보완해 이번에 재출간했다. 이를 계기로 추사체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번역 출간 당시 34세의 미술사학자였던 그도 어느덧 72세, 추사보다 많은 나이가 됐다.



 최 소장을 주축으로 추사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을 비롯한 ‘진경시대’ 연구를 이끌어 온 이른바 ‘간송학파’의 글을 모은 『진경문화』도 펴냈다. 정병삼 숙대 교수,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등 최 소장의 후학 18명의 글을 모았다. 이와 함께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 고정한·서용선·이기영·정종미씨 등 미술가 40여명의 기념전시도 7일까지 열린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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