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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공론'의 두 얼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건 어때?” 소리도 없이 나타나는 고양이 때문에 늘 불안에 쫓기던 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나온 대책이다. 모두 묘안이라며 박수를 쳤다. 그때 잠자코 있던 늙은 쥐가 누가 그 일을 할 것인지를 묻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나 막상 실행할 수 없다면 헛된 ‘공론’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전해 주는 우화다.



 여기서 쓰인 ‘공론’은 ‘空論’을 가리킨다. ‘허론(虛論)’인 셈이다. 실속 없는 빈 논의를 함을 이른다.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을 의논했으나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는 얘기에 “결국 쥐들의 토의는 탁상공론으로 끝났다”고 흔히 말한다. 현실성이 없는 허황된 이론이나 논의를 뜻하는 ‘탁상공론(卓上空論)’ 역시 ‘空論’이란 한자를 사용한다. 책상에서 실제와 동떨어진 쓸데없는 의견만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헛된 이론이나 논의를 일컫는 ‘공리공론(空理空論)’도 비슷하게 쓰이는 말이다.



 또 다른 ‘공론’도 있다. 바로 ‘公論’이다. 여럿이 의논함, 공정하게 의논함, 여론 등을 뜻하는 말이다. “그동안 건드리지 못한 문제를 공론에 부쳐 합리적 해결점을 찾기로 했다”와 같이 사용한다.



 사회적 갈등으로 나라가 요동치는 요즘 공론의 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공론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모여 충분히 의논하는 것은 ‘난상공론(爛商公論)’, 여러 사람이 모여 저희끼리만 알아들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숙덕공론(--公論)’이라고 한다.



 ‘숙덕공론’은 순우리말 ‘숙덕’과 한자어 ‘공론’이 결합된 단어다. ‘쑥덕공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숙덕공론’의 센말이다. 발음의 영향 때문인지 ‘쑥떡공론’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쑥떡’으로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숙덕’과 ‘쑥덕’은 동사 ‘숙덕거리다’와 ‘쑥덕거리다’의 어근이다. ‘뒷공론(-公論)’이란 것도 있다. 일이 끝난 뒤 쓸데없이 이러니저러니 다시 말함, 떳떳이 나서지 않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일로 그다지 좋지 않은 어감으로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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