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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황혼이혼보다 무서운 중년이혼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보험료 열심히 부어봤자 소용 없어.”



 얼마 전 술자리를 같이 한 지인의 푸념이다. 취중 농담이 아니었다. 너무 진지하고 우울한 표정에 잠시 술자리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그날 술자리에 대법원의 공무원연금 분할 판결이 화제에 올랐다. 이혼 후 연금 분할이 무섭니 마니 이런 얘기가 오가다가 나온 푸념이다. 50대 초반인 그는 4년 전 이혼했고 분할 연금이란 제도를 알게 된 뒤 노후에 국민연금을 전처에게 나눠줘야 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그가 60세까지 계속 보험료를 부을 경우 34년 정도 가입하게 되고 2030년에 지금 돈으로 150만원 정도 연금을 받는다. 혼인기간(20년)에 해당하는 연금의 절반인 50만원을 전처에게 줘야 한다. 그는 “이혼할 때 연금 분할은 생각도 안 했다. 거의 유일한 노후 밑천이 연금인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황혼이혼이 늘면서 ‘연금 이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걱정할 사람은 40~54세 중년 남성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이혼통계를 보면 남성 이혼율이 40대 중·후반(45~49세), 40대 초·중반(40~44세), 50대 초·중반(50~54세) 순으로 높다. 이혼 전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4.1년으로, 평균 연령은 46.2세(여자 42.4세)다. 10년 새 혼인기간은 2.2년, 평균 연령은 4.9세(여자 4.5세) 늘었다. 이 정도 같이 살다 헤어지면 월 20만~40만원의 연금을 전처에게 떼줘야 한다.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금이 87만원인 점에 비춰보면 분할 연금이 적지 않다.



 물론 여성의 연금도 분할 대상이다. 지금이야 아내 연금을 분할받는 남편이 전체 분할연금 수령자의 12%에 지나지 않지만 여성의 경제활동(국민연금 가입)이 많아지면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소위 쌍방 분할이다. 하지만 남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1.5배 정도 높고 가입기간도 길다. 남자가 나눠줘야 할 몫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나누지 않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의 골이 패어 있는 마당에 그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황혼이혼이 는다지만 이혼율은 40~50대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또 현재 60세 이상 인구 중 35%만 연금을 받고 있어 이혼해도 연금 분할 대상이 많지 않다.



 “누가 갈라서고 싶어서 그러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 전 숙려(熟慮·곰곰이 생각함) 요소에 연금 분할을 포함했으면 한다. ‘분할 연금 무서워서 이혼 못하겠네’라는 소리가 나오고, 그래서 이혼율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분할연금 공포’가 더 커진들 어떠랴.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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