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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정보 실패, 정책 실패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의 발호를 정보기관 탓으로 돌려 논란이 됐다. IS가 시리아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걸 미국 정보기관들이 간과했다고 말한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다는 원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동조 대신 반발과 비판을 불러왔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사태를 제대로 판단 못 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리델 전 중앙정보국 요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은 왜 맨날 백악관 실수에 대한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고 따졌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측은 “책임을 떠넘기려는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대통령의 본심은 들킨 후였다.



 한국시간 8일 출간되는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의 자서전 『값진 전투들(Worthy Fights)』은 IS 사태가 정보 실패냐 정책 실패냐를 따질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해 준다. 미리 공개된 발췌본에서 그는 백악관이 이라크·시리아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미군 지휘부와 이라크 정부 모두 일부 미군을 잔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는 것이다. 특히 백악관 참모진이 완강했다고 한다. 패네타는 “IS 부상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길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을 키운 건 오바마 외교 정책의 실패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두 핵심 요직인 국무·국방장관 입에서 무기력한 고백이 나왔다면 당시 상황이 정상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정보기관도 보고서나 올려 면피하자고 나왔을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이 ‘대통령의 유산’이란 덫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오바마는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된 대통령이다. 재임 기간에도 여러 차례 그 점을 강조했다. 병력을 빨리 빼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니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논리는 배척하기에 급급했다. 국방장관의 말조차 먹히지 않았다니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돌고 돌아 오바마 정부는 현재 이라크에 1만6000명의 병력을 새로 파견한 신세가 됐다. 마찬가지로 ‘지상군 파병은 없다’는 오바마의 말도 왠지 아슬아슬해 보인다. 전쟁에서 내 패를 다 보여주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IS는 공습에만 주력하는 미군의 전략을 철저히 역이용하고 있다. 기존 기지를 떠나 게릴라전을 펴며 오히려 세력을 넓히고 있고, 핵심 장비는 이미 민간인 마을로 옮겨 놓았다.



 미국의 사례는 원칙을 지키되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준다. 원칙만 주장하면 사태를 오판하기 쉽다. 소통이 안 되면 대통령과 정부끼리도 볼썽사나운 네 탓 시비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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