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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이대론 대선 100% 진다"는 김무성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지난 9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루한 기색이 완연했다.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 야당을 기다리다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는 의원도 있었다. 오후 4시쯤 돼도 야당이 들어오지 않자 이완구 원내대표가 김무성 대표를 향해 말했다.

 “대표님, 김밥 시킵시다.”

 장기전에 대비하자는 뜻이었다. 김 대표는 일축했다. “김밥 마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폭소가 터졌다. 몇 시간 뒤 세월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김 대표가 기자들에게 부산 자갈치시장의 투박한 기운이 느껴지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

 “밥값 한 거 같다.”

 얼마 전 만난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김 대표를 영락없는 ‘리틀 YS(김영삼 전 대통령)’라 평했다. YS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87년 4월께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만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추진 작전을 짰다.

 ▶DJ=“100만인 서명운동을 합시다.”

 ▶YS=“100만이 뭐꼬. 1000만으로 합시다.”

 ▶DJ=“ 인구가 몇 명인데 1000만이요.”

 ▶YS=“서명한 걸 누가 세어 본다꼬….”

 DJ의 논리를 YS의 직관이 이겼다. 곧 ‘10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73년 유신 때 개헌 청원 100만 명 서명운동이 있었는데 YS는 열 배로 불렸다. 물론 서명자 숫자를 세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 대표는 그런 YS 밑에서 정치를 배웠다. 그래선지 복잡한 걸 단순화할 수 있는 특장이 있고, 그게 때론 허를 찌른다.

 그렇다고 YS와 ‘무대(김 대표의 별명, 무성대장이란 뜻) 스타일’이 똑같을 순 없다.

 그는 대구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보수혁신특별위원장’(혁신위)을 맡겼다. 2016년 4월 총선까진 이렇다 할 선거가 없어 부상할 찬스를 잡지 못했을 김 전 지사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정몽준·오세훈 같은 차기 경쟁자들에게도 장을 만들어주려 한다. YS에게서도 못 본 처음 보는 초식(招式)이요, 품새다. 잠재적 경쟁자들이 외곽에서 세를 규합하며 흔들어대는 꼴은 못 보겠다는 고급 전략인지 어떤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라이벌에게 ‘꽃가마’를 내주는 건 속 좁은 정치의 반대다. 2인자조차 인정하지 않는 게 정치판 생리인데 말이다.

 김 대표가 보수혁신위 첫 회의에 나와 한 말도 무대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여당이 다음 대선에서 100% 진다. 야당이 지금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이지만 환골탈태(換骨奪胎)해서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거다.”

 바닥을 헤매다가도 분란을 봉합하면서 그 동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야당의 저력을 그는 안다. 곁에서 도운 이회창 후보가 그렇게 두 번 뒤지기 당하는 걸 봤기 때문일 거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 대표가 약간 마초스러우면서도 돌다리를 두들겨 가는 신중한 스타일에 감각적이라고 평한다. 당료부터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덕일 거다. 대선은 ‘미인대회’도 아니고 스펙만 좋은 ‘신인왕’을 뽑는 대회는 더더욱 아니다. 김 대표는 그런 점에서 정치자본이 두둑한 편이다.

 2017년을 말하긴 일러도 너무 이르지만, 그런 김 대표가 이대론 100% 진다고 한 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가 의아하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보수혁신을 비전이자 승부수로 제시했다. 그러나 혁신위가 1호 과제로 삼은 건 의원 불체포 특권 문제다. 자잘한 문제라고 할 순 없지만 그냥 맨날 말하는 ‘보통 혁신’을 할 건지, ‘보수혁신’을 할 건지 구획 정리가 안 된 것 같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타결된 날.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부둥켜 안고 기뻐하는 모습도 그렇다. 바로 다음 다음날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떠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반대편도 김 대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날 담담히 악수 정도 나눴더라면 오히려 무대 스타일에 가까웠을 것 같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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