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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역시 꽃보다 드라마

장충동 수정약국 옆 골목. 꽤나 오래된 유명한 평양냉면집이 있다. 17년 전 친구 따라 처음 그 집에 가서 세 번 놀랐다. 초라한 건물 외형에 비해 손님이 무척 많다는 것. 맹물(?)에 국수 넣고, 허연 무 서너 조각 올려놓은 초라한 모양새. 그리고 맛 또한 ‘닝닝’하니 이도저도 아닌 맛. 그런데 웬걸. 그 흔한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하나 넣지 않은 그 ‘닝닝한 맛’이라는 게 사람을 중독시키더라. 그 후로 지금까지 서울만 가면 꼭 그 집을 찾는다. 눈이나 혀를 자극하지 않고 은근슬쩍 빠져들게 하는 힘. 그게 진짜 무서운 거다.



 그런 TV 드라마가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평범한 출연진에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그야말로 ‘닝닝한’ 드라마다. 처음엔 보다 말다 했는데 나중엔 ‘본방사수’하게 만드는 드라마. 그건 바로 ‘유나의 거리’다.



 20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 2014년 판이란다. ‘꽃뱀, 소매치기, 전직 조폭, 일용직 노동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살게 된 창만이란 이름의 청년이, 소매치기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여인을 범죄의 늪에서 구하려 애를 쓰는, 그러다가 결국은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 주위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전염시키는, 뭐 그런 내용이다.



 낯설지 않은 장면에다 대사와 옷차림까지. 모든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TV 장면 구석에 내가 있을 것도 같고, 그들이 바로 우리 동네 수퍼 옆에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회 밑바닥 계층의 그 사람들. 그들의 마음 문을 서서히 열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창만이다. 그런데 그의 캐릭터가 너무나 완벽해서 지금 바로 우리 사회에서 찾고 있는 ‘이상형 인간’ 같다.



 억지로 눈물을 유도하지 않아도 가슴이 저리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더니 웃을 장면이 아니어도 나를 웃게 만들고, 개그보다 더 재밌는 묘한 드라마. 은근슬쩍 가슴을 파고드는, 평양냉면집 그 냉면 같은 드라마다. 김운경 작가. 그를 무슨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다짜고짜 내 이름이 참 겸손하단다. 촌스럽다거나 언니가 갑순이냐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겸손하다니.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너도나도 ‘갑질’ 못해 안달하는 이 세상에서, 겸손한 이름으로 겸손하게 살라 하니, 이름 풀이 한번 멋지게 잘했다. 확실히 그는 ‘사람이 뭔지’를 안다. 그가 만든 드라마 또한 ‘사람이 먼저’인 명품이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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