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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간접 대면 … "이번 기회 놓치면 북 공세 가능성"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가운데)과 최용해 노동당 비서(오른쪽)가 4일 밤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종합 순위 7위를 기록한 북한 대표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북한 인사들은 정홍원 국무총리,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폐막식을 관람했다. [AP=뉴시스]


지난 4일 우리 대표단과의 오찬 때 마주 앉은 황병서(65)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연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테이블 아래라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성택 처형(지난해 12월) 같은 풍파를 견디고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 자리를 거머쥔 노련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파격 … 한반도 훈풍 부나
미·일과 대화 성과 없자 남쪽으로
"박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
황병서, 김정은 구두 메시지 전해
김양건 "원수님 건강하다"







 이런 광경은 권력 실세 3인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총출동시키는 깜짝쇼를 벌인 북한의 다급한 속사정을 잘 드러낸다. 궤도를 이탈한 북한의 대남정책은 그동안 군과 당 간 엇박자를 내며 통제력을 잃곤 했다. 남북 대표단이 만난 이날 아침에만도 평양 노동신문엔 박근혜 대통령을 ‘괴뢰집권자’로 비방한 글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인의 남행(南行)에는 다목적 카드가 숨겨져 있다.



당장 꼽을 수 있는 게 대외 고립의 탈피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현주소는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 시도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통적 후견국가인 중국과도 냉랭해졌다. 지난달 유럽 순방외교까지 펼쳤지만 돌아온 건 인권 개선 압박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결국 대남 관계개선 말고는 출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의 선전도 황병서 일행의 남행을 가능케 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아시안게임 전부터 체육행사를 열심히 챙겨왔다. 그 연장선에서 여자축구팀 우승 등을 체제 결속의 계기로 삼고 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용해 노동당 비서가 포함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김양건 대남비서는 카운터파트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동승한 차 안에서 “원수님(김정은을 지칭)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핵심 실세가 한꺼번에 남한에 머문 자체가 ‘김정은 체제 이상무’를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10·4 인천 회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북한 고위대표단은 남북관계 복원 메시지를 들고 왔다. 8월 우리가 제의한 고위급회담을 두 달 만에 수용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고 실세를 내세워 간접 대면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의 따뜻한 인사를 박 대통령께 전한다”며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남북관계는 일단 복원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첫 단추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5·24 대북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북한에 진정성이 있느냐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은 1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강조하고도 심심찮게 도발해왔다. 이번 방문을 두고도 “노무현 정부와의 10·4선언 7주년에 맞춘 이벤트”라거나 “남한 정부 떠보기 차원”이란 곱지 않은 시각이 있다. 5·24조치 해제를 바란다면 북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못지않게 정부의 대북·안보라인도 전략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벽에 부닥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드레스덴 대북 제안 등이 동력을 찾으려면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던진 마지막 대남 승부수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왔으니까 이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며 “이걸 제대로 못하면 도리어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 정부 내에서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MB(이명박 대통령) 정부 때 북한 고위인사의 남한 방문을 계기로 제3국 비공개접촉까지 벌였지만 파국을 맞은 적이 있다”며 “이젠 구슬을 어떻게 잘 꿰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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