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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의 횡포와 밑바닥 인생의 절망 음악으로 풀었어요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부’ 윤호진(66) 연출이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요절한 19세기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보이첵’(10월 9일~11월 8일 LG아트센터)이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긴 드라마로 한 세기 넘게 연극·영화·무용·오페라의 단골 소재였던 이 ‘독일문학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희곡’이 상업 뮤지컬로 제작된 것은 세계 최초다.

독일 희곡 ‘보이첵’ 세계 최초 뮤지컬로 만든 윤호진

우리 근대사를 소재로 한 ‘명성황후’ ‘영웅’으로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에 앞장서 온 윤 연출은 수차례 해외 투어를 통해 민족적 소재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신인 시절 연극을 향한 열정에 불을 지핀 ‘보이첵’이었다.

“1970년대 연극을 시작할 무렵 만난 한 독일극단의 무대가 너무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직도 장면 장면이 기억날 정도죠. 그런데 주인공의 처절한 아픔을 대사로 전달하기엔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아픔이 음악으로 연결된다면 더 많은 감동을 줄 텐데…. 아직 뮤지컬이 없다니 내가 나서게 된 거죠.”

‘보이첵’이 지금껏 뮤지컬로 제작되지 않은 이유는 무작위로 배열된 복잡한 구성 탓에 ‘부조리극의 시초’라 여겨질 정도로 난해한 원작 때문. 윤 연출도 ‘철학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에 집중했다. “결국 음악이 답이더군요. 음악적 정서가 더해지니 복잡성은 해소되고 깊이가 더해져 강렬한 반응이 도출되는 거죠. 어떤 연극 버전보다 더 많은 감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뮤지컬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그는 상업 뮤지컬이면서 고차원의 예술성에 도전한다는 점을 ‘보이첵’만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19세기 유럽 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시민계급의 비극이자 공연 역사상 최초로 노동자 계급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사회 고발극인 만큼 뷔히너의 심도있는 주제의식을 최대한 살렸다는 얘기다. “가진 자의 횡포와 밑바닥 인생의 절망, 이런 대비에 현대인도 공감할 사회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죠.”

뮤지컬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하다 보니 제작 기간은 무려 8년이 걸렸다. 현지 극장과 프로듀서를 접촉해 2007년 창작진을 공모했고, 총 50여 팀의 대본과 메인 테마곡을 심사해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즈’를 최종 발탁했다. 2008년과 2012년 런던에서 두 차례 워크숍 공연으로 숙성을 거쳐 장편 뮤지컬로 완성됐다.

세계시장 공략에 앞서 한국 관객에게 먼저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세계 공연계 최전선을 국내에 발 빠르게 소개하고 수준 높은 연극·무용을 제작해 온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에 나선 첫 뮤지컬이다. 웬만한 대극장 뮤지컬 제작비가 5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5억 원으로 승부한다. “불필요한 기술은 줄이고 아날로그적으로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었어요. 박동우 미술 감독 특유의 미장센들이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새빨간 보름달에 호수와 갈대가 어우러지는 개기월식도 그렇고, 1막 엔딩의 실험 장면은 아주 충격적이죠. ‘영웅’의 법정 씬만큼 강렬하게 다가갈 겁니다.”

주연을 맡은 김다현, 김수용도 티켓파워가 폭발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작품에 가장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김수용은 느낌 자체가 보이첵이죠. 김다현은 조각 미남이지만 보이첵을 이해하려 완두콩 실험까지 직접 해봤답니다. 조역들도 주역이 놀랄 만큼 실력파들이죠. 두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못 느끼실 겁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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