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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편안함을 …” 더 많은 소비보다 더 나은 소비에 방점

럭셔리 브랜드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는 것이 ‘플래그십스토어’다. 가장 내세울 만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해놓은 매장 말이다.

새로 문 연 메종 상하이, 변신한 메종 도산파크

한데 에르메스는 이 말 대신 굳이 ‘메종’(프랑스어로 집)이라고 부른다.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이 브랜드를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실제 집을 짓듯, 메종을 만드는 데도 신중을 기해 왔다. 지금껏 파리·뉴욕·도쿄·서울, 이렇게 네 곳밖에 없었을 정도다.

그래서 최근 에르메스 메종과 관련한 연이은 소식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중국 상하이에 다섯 번째 메종이 지난달 문을 연 것. 그리고 서울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가 8년 만에 새 단장을 했다는 뉴스다. 색깔이 다른 두 도시에서 메종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중앙SUNDAY가 차례로 ‘집들이’를 다녀왔다.

20세기 초 학교 건물 복원한 상하이 메종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상하이 화이하이루(淮海路). 지난달 12일 이 거리를 찾았을 때 고풍스러운 4층짜리 벽돌 건물 하나가 보였다. 메종 에르메스 상하이였다.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주변과 달리 벽돌과 나무·돌이 결합된 자연풍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20세기 초 프랑스인 거류지였던 지역의 역사를 반영하듯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진 건축물의 흔적을 살렸다.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에르메스의 모든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RDAI(르나 뒤마 건축 사무소)의 또 하나의 역작이라 할 만했다.

한때 학교였다가 경찰서로 쓰였던 건물은 6년 여의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패션의 집결지로 변모했다. 층마다 잡화와 액세서리, 여성복과 남성복, 홈 컬렉션으로 빼곡히 들어차 눈길을 한 번씩만 주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안장은 마구상에서 출발한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아이템. 상하이 메종에도 다양한 안장 제품이 등장했다.
새로 문을 연 만큼 여느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제품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 메종 오픈을 기념하며 특별 제작한 제품들이 돋보였다. 중국을 상징하는 빨강과 상하이를 상징하는 파랑 계열의 제품이 주를 이뤘는데, 에르메스 레드와 몰타 블루 악어 가죽으로 만든 ‘엘리’ 안장, 쿠튀르 스카프, 백금과 다이아몬드 소재로 제작한 갤롭 목걸이 등이었다.

가로로 긴 매장의 중심을 잡는 것은 나선형의 묵직한 계단. 3층에 올라가서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했다. 계단에서 4층을 올려다보면 파란 기둥에 놓인 다양한 말의 두상 조각이 보였는데, 그 웅장함에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게 될 터였다.

메종 상하이는 4층을 별도의 전시·이벤트 공간으로 두었는데, 이번 오프닝을 기념해 ‘The Hermes Horse’전을 마련했다. 예술가이자 에르메스 5세손인 필립 뒤마가 큐레이팅한 이 행사는 에르메스 브랜드의 DNA이자 올해의 간지(干支)인 말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를 위해 에밀 에르메스 컬렉션, 몽골 후허하오터 박물관 컬렉션, 파리 공방에서 제작된 오브제 등 말과 관련된 작품과 오브제를 공수했다. 특별한 즉흥 퍼포먼스도 펼쳤다. 중국 예술가 첸 지앙 홍과 필립 뒤마가 각자 동서양의 방식으로 말 그림을 그려내고, 이를 대형 스크린에 비추는 행사였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전세계 VIP, 에르메스 일가, 기자 등 1200여 명이 참가했다. CEO인 악셀 뒤마는 “1997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이래 20여 개 매장을 열었고, 그 사이 중국 고객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도 함께 형성돼 갔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짧은 말 속에는 오래 궁금해 하던 질문에 답이 있었다. 왜 이제야 에르메스가 중국에 메종을 열었을까-.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많은 소비가 아니라 더 나은 소비를 하고 싶어합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한 번 사서 오래 쓰는 경향으로 바뀌는 추세예요.” 현장에서 만난 플로리앙 크렌 세일즈·유통 담당 부사장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했다.

홈 컬렉션 대세 반영해 3층을 전용공간으로
1일 새 모습을 선보인 메종 도산파크 역시 '달라진 소비'를 반영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고객이 라이프스타일쪽으로 관심을 넓혔다는 점, 그 핵심이 가구·텍스타일·벽지·테이블웨어 같은 홈 컬렉션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에 맞춰 1~2층에 분산돼 있던 아이템들을 모아 3층을 홈 컬렉션 전용 매장으로 꾸몄다.

274㎡의 공간에는 집을 꾸밀 수 있는 거의 모든 아이템을 들여놨다. 1922년부터 시작된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책상·테이블·침대 등의 가구를 시작으로 조명 기구, 패브릭, 스포츠·피크닉 제품, 생 루이 공방의 크리스털 제품과 퓌포카 공방의 실버 제품까지 방대했다. 여기에 군데군데 보이는 말 봉제 인형이나 장식형 체스 등의 소품은 호사로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특히 가구에는 에르메스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났다. 단순하지만 참나무·양피지·상어가죽 같은 최고의 소재에 화이트·베이지·브라운 등의 내추럴 컬러를 적용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1924년 이래 브랜드와 오랫동안 손잡아 온 전설적인 장식 미술가 장-미셸 프랑크(1891-1945)의 작업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2011년부터 참가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출품작들에도 눈길이 갔다. 여러 예술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장인들과 협업해 제작된 작품들이다. 특히 정사각형 판으로 벽면을 장신한 건축가 시게루 반의 ‘모듈 아쉬’와 송아지 가죽으로 감싼 엔조 마리의 테이블은 두드러지는 역작. 둘 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매끄러운 마감 기술이 놀라웠다. 원목으로 만든 억대의 이동식 신발장은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됐다. 홈 컬렉션 제품들은 고객이 사이즈·색상·소재를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는데, 다만 주문을 넣으면 완성까지 보통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홈 컬렉션 찾는 고객들이 특별히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 단장을 하면서 VIP용 특별 공간을 꾸몄다. 상하이에서 만난 크렌 부사장 역시 이 점을 메종의 역할로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도산 메종 같은 곳은 유동 인구가 많지 않기에 고객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찾는 곳이죠. 그들을 위해 더 편안하고 친밀한 공간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VIP 전용룸은 ‘브랜드의 모든 것을 체험시킨다’는 메종의 컨셉트를 그대로 반영했다. 프라이빗 쇼핑은 물론이고 에르메스 고유의 에투프 색상 가죽으로 디자인한 의자를 배치했다. 또 공간 옆에는 덴마크 디자이너 나나 디첼의 테이블과 의자로 완성된 라운지를 만들어 커피와 차 등을 제공한다.

3층만큼 바뀐 곳이 지하 1층이다. 3층에 있던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옮겨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갤러리 카페로서 ‘마당’도 다시 꾸몄다. 회색 톤 오크나무가 벽과 천장, 바닥에 전체적으로 사용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천장 중앙에 빌트인 조명을 넣고, 보이지 않는 샹들리에를 설치한 것도 균형감을 더했다. 노랑·주황·황금색 등 알록달록한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쿠션, ‘타이 앤 다이’ 스툴과 ‘타임 피스’ 사이드 테이블도 에르메스의 분위기를 듬뿍 담아냈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카페는 햄버거·카레라이스·애프터눈티 세트 등으로 가벼운 식사 메뉴를 보완했다.


상하이·서울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에르메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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