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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과 해양 충돌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우리가 추구할 어젠다

맞다. 지(知)의 최전선은 지금 해양에서 대륙으로,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한 세기 전 유행하던 지정학(지오폴리틱스)이 새로운 지문학(지오컬쳐)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잠든 사자는 깨고 달리던 토끼는 낮잠을 잔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달려라 토끼!라고 외쳐도 요즘 젊은 세대들 앞에는 ‘한자’라는 험준한 만리장성이 가로막고 있죠. 영어만 열심히 배우면 다 되는 세상인 줄 알았는데요.”

이어령과 떠나는 知의 최전선 <4> 만리장성과 길

“그래? 그러면 넘으려 하지 말고 눕혀. 만리장성을 눕히면 큰 길이 되잖아.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스케일의 토목술인데 중국인은 돌로 만리장성을 만들고 로마인들은 길을 만들었지. 성은 막고 길은 뚫는 것인데 사실은 같은 거란 말야. 만리장성의 벽을 눕히면 로마 가도가 되고 로마가도의 길을 세우면 만리장성이 되는 거지.”

그러고 보니 88올림픽 때 이 교수가 만든 캐치프레이스가 ‘벽을 넘어서’였다. 그리고 모든 올림픽 개회식 연출가들이 넓은 운동장을 하나 가득 메우려고 할 때, 그는 굴렁쇠 굴리는 6살짜리 아이 하나를 텅 빈 운동장에 등장시켜 정적과 공백의 퍼포먼스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어땠나. 13억의 인해 전술과 인류 문명의 4대 발명이라는 종이 화약 나침반 등을 들고나와 중국 파워의 위세를 세계에 자랑하려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해 자성의 소리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외교정책은 일시적인 전략이 아니라 100년을 두고 지켜야 할 중국의 문화요 정신이라는 해석이었다.

“내가 새천년 준비위원장 시절 한중일 학자 세미나를 열었는데 그때 한국 참가자 한 분이 중국을 지나(支那)라고 호칭한 글을 인용하다가 큰 소란이 벌어졌어. 왜 중국을 멸시하는 호칭을 썼는가. 사과하지 않으면 회의를 계속할 수 없다고 하는 거야. 그때 나는 좌중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이런 농담을 했어. ‘중국이라는 호칭도 따지고 보면 우습지않아요? 우리는 매일 기상예보 시간에 한중일 지도를 보는데 왼쪽에 중국 대륙, 오른쪽에 일본의 섬이 있고 그 가운데 한국의 반도가 있습니다. 기상도를 보면 한반도가 가운데 있으니 한국이 중국이 아닌가요?’라고(웃음). 중국 학자들도 피식 웃고 말더군. 대국사람답게.”

그러더니 이 교수는 옆에 있는 책 한 권을 펼쳐보였다. 거울에 비친 것 같이 똑같은 두 얼굴이 보였다. <그림>

“정 부장, 둘 중 어느 쪽 얼굴이 더 즐거워 보이지?”

“저는 아랫 쪽 같은데요.”

“그럼 정 부장은 오른손잡이야. 통계학적으로 오른손잡이는 그림의 왼쪽 눈을 주로 본대. 왼쪽 눈이 웃고 있으면 전체가 웃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지. 왼손잡이는 그 반대고. 좌우만 바뀐 같은 얼굴인데 사람에 따라 정반대로 보이는 것, 이걸 가지고 좌우가 싸우다니…. 우리는 지금까지 영국, 미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해양 문명을 따라 경제발전도 하고 국위도 상승했어. 그런데 북한은 냉전 때 중국, 러시아의 대륙세력에 포함됐었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남쪽을 인공적인 섬나라로, 북한은 대륙의 일부로 만들어 놓았어. 지정학적으로 말야.”

지난 회 ‘응답하라, 한국은 대륙국가인가 해양국가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나왔다. 우리는 반도국가인 것이다. 대륙과 해양의 충돌을 초극해 양극을 조정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우리가 절실하게 추구해야 하는 어젠다가 돼야하는 이유다.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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