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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고궁에서 … 사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

성남훈 작가의 ‘연화지정’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보여줄 수 있는 시대. 무엇을 찍고 어떻게 보여줄지는 그야말로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진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이 쯤 되면 사진의 전성시대라 할 만한데, 정작 사진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고민이 깊다. 한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들을 손바닥 안에서 언제든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전문가가 찍은 사진을 값비싼 용지에 프린트하고 무거운 액자에 넣어서 흰 벽에 정갈하게 걸어 놓는 것만으로 갈채를 받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제 1회 루나포토페스티벌, 10월 5일까지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10월 1~5일 / www.seoullunarphoto.com)은 작가와 전시기획자 같은 전문가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친구와 수다 떨듯이 사진을 올리는 애호가들과 만나기 위해서 서울의 서촌 일대에 벌여놓은 한 판 놀이터다. 멀리 있는 예술이 아닌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사진,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진솔한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사진만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기기 쉬운 예술도 드물다. 크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고 설치 위치를 쉽게 옮길 수도 있으며, 모니터에 띄워놓거나 영상으로 비출 수도 있다. 벽에 걸거나 비추고 그 앞에서 토론을 벌일 수도 있고 공연을 할 수도 있다.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은 바로 이런 방법들을 총동원했다.

행사는 크게 사진 전시와 사진으로 구성한 슬라이드 쇼로 이루어졌다. 복합 문화 공간 ‘통의동 보안여관’, ‘사진위주 류가헌’, 독립 영화 상영관인 ‘옥인상영관’, 건축가들이 만든 전시 공간 ‘온그라운드 지상소’, 통의동 펍 ‘라바’,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마당 등을 돌아다니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안성석 작가의 ‘무한성 그 너머’, 단채널 비디오
특히 한밤에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은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다. 예술 공간 신축 예정지인 공터에 천막을 치고 사진가와 뮤지션, 사운드 크리에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협업한 공연을 펼친다. 페스티벌을 기획한 최성우 보안여관 대표는 “공사장 구덩이에서 장소 특정적 예술의 재탄생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흥겨운 행사를 준비했다.

초가을 달밤에 고궁에서 즐기는 사진 슬라이드 쇼는 특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밤, 고궁박물관의 외벽에 폭 12m 스크린을 설치하고 조슬린 베인 호그(영국), 김홍구(한국) 외 11개국에서 초대된 24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 행사는 한국적 혼과 정서를 사진에 담아온 이갑철의 작품에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의 헌정 공연이 더해지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촌 지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오래된 건물들을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움직임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낡은 것들을 없애버리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가치를 더해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생활 속의 예술을 지향한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 공간과 작가들은 이와 같은 지향점을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그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 서정주와 화가 이중섭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보안여관’은 80여 년의 역사를 품은 복합 문화공간답게 구석구석 방마다 각기 다른 작가들의 손길이 느껴지도록 개성적으로 꾸며졌다. 작가들은 자신의 옛 집에 남은 낙서, 광화문의 복원 공사, 봄에 잠깐 피고 지는 진달래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잡아낸 장면들을 특별하고 극적인 기억으로 남겼다. 건축전문 갤러리 ‘온 그라운드’에서는 김용호, 루이스 박, 김오안의 작업을 통해 요즘 예술계의 특징적 면모인 장르의 혼합과 작가들의 협업 양상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유연한 예술이며 곧 대중적인 예술이다. 그만큼 사진을 즐기고 사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어느 평론가의 지적처럼, 본격적인 사진의 전성시대에 정작 사진가들이 우울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구축해둔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나서는 일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어디에나 있는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전문가가 아닌 모든 이들의 공감에서 비롯될 것이니까.


글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artfuleye@gmail.com 사진 루나포토페스티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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