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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음악만이 만들어내는 바로 그 순간

학교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대학생 아들과 영화 ‘비긴 어게인’을 봤다.

이윤정의 내맘대로 리스트: ‘비긴 어게인’ 유감

-어때? 재밌네. 관객이 300만 명이나 들만 하네.
“재미는 있는데, 음악이 좀….”

-쫌 그렇지? 노래도 좋고 시나리오도 재미있는데 왜 아쉬운 걸까.
“그러니까, 음악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음악이 영화의 중심에 있지 않은 것 같은….”

-음. 그러고 보니 음악이 좋은 OST로만 머무는 거 같아. 음악 영화라면 음악만이 만들어내는 마법의 순간 뭐 이런 게 있어야 했는데.
“내 말이 바로 그거.”

-만날 내 말이 바로 그거래. 마법의 순간, 뭔지 알겠지? 예를 들어 ‘원스’에서라면 말야.
“그, 악기 가게에서 남녀 주인공이 피아노랑 기타 치면서 ‘폴링 슬로울리’ 처음 부르던….”

-그렇지. 남자가 멜로디를 읊조리니 여자가 화음을 보태고. 둘의 영혼이 포개지는 거 같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사랑에 빠질 거라는 걸 음악이 말해주던! 아, 그것도 생각난다. ‘스쿨 오브 락’에서 괴짜 선생 잭 블랙이 클래식 수업받던 아이들 데리고 와서 록 코드를 가르치던 장면 있잖아. 록의 즐거움이란 이런 거다. 클래식과 록은 이렇게 다르다 뭐 이런 설명이 필요 없잖아. 하하. 너 초딩때 그거 보고 전자기타 사달라고 막 조르던 거 생각난다.
“코엔 감독 ‘인사이드 르윈’보면서 엄마가 막 울던, 마지막에 아픈 아버지 앞에서 주인공이 노래하는 장면도 그랬어.”

-응?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뭐 끝내주긴 했어. 노래 한 곡으로 주인공의 처지를 다 담아내면서 감정을 폭발시키잖아. 아,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도!
“밴드가 술 먹고 난리 쳐서 망신당하고 우울하게 버스에 탔는데 엘튼 존 노래가 나오면서 한 사람씩 따라부르고 … 그러다 결국 모두가 웃으면서 고래고래 합창하던….”

-맞아! ‘음악이란 게 이런 걸 해줄 수 있지’를 깨닫게 해주는 마법의 순간이었어. 그런 장면이 없어서 ‘비긴 어게인’을 좋은 음악영화라 부르기는 꺼려져. 첫 장면에 마크 러팔로우가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에 여러 악기를 붙여서 완성된 음악을 상상하는 거 말야. 그걸 둘이서 실현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음악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거다’라고 보여주는 마법의 한 순간이 있었어야 한다고 봐. ‘도시의 거리 사운드를 그대로 음반에 담는다’는 컨셉트도 대사 뿐이지 실제로는 매끈한 스튜디오 녹음된 사운드만 들려주잖아?
영화에 좋은 아이디어들은 넘치지. 특히 둘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 듣는 거. 그것만 떼놓고 보면 아주 좋아. 근데 두 사람이 음악을 좋아하는 남녀가 아니라 뮤지션과 프로듀서로 만났다면 그냥 음악을 같이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을 같이 만들어내는 데서 핵심적인 장면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음악은 과거의 추억을 환기시켜줘서 좋아’ 같은 대사는 여기처럼 뮤지션들이 아니라 ‘비포 선라이즈’ 주인공들이나 나눌 법한 대사지.
“엄마는 재미있었다고 해놓고 만날… 근데 영화 ‘원스’ 감독이 만든 거라는데.

-그래? 근데 왜 … 그러고 보니 영화가 마치 데뷔 앨범으로 주목받았던 가난한 밴드가 대형 음반사에 스카우트돼서 만든 2집 앨범 같은 느낌이 좀 있어. 미국 영화가 되면서 화려한 출연진에 아기자기한 아이디어에 매끈한 스토리까지. 그런데도 뭔가 신선하고 아찔한 마법의 순간은 쏙 빠진 듯한. 근데 너 대화가 쫌 되네? 훌륭한 부모 피를 물려받아 역시 … 하하.
“근데 자녀를 칭찬할 땐 원래 가진 자질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노력과 업적을 칭찬하래.”


이윤정 칼럼니스트.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앙SUNDAY와 창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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