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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스포츠대회 손익계산서 점검

“올림픽이 적자를 볼 수 없는 것은 남자가 임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올림픽·월드컵 도시마다 '승자의 저주'…2014 인천은

캐나다 몬트리올이 1976년 올림픽 개최 도시로 선정되자 장 드라포 시장은 당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흑자 대회를 자신한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1년 뒤. 몬트리올 일간지 '라프레스'는 임신한 드라포 시장의 모습을 그린 만화를 게재했다. 적자 대회를 비꼰 것이다. 몬트리올은 당시 돈으로 15억달러를 올림픽 준비에 투입했으나 결과는 12억2800만 달러 적자. 몬트리올은 이후 30년간 특별세를 거둬 2006년에야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45개국 1만30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아시아인들에게는 올림픽·월드컵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 스포츠 행사가 폐막하면서 경제 효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회 개최를 앞두고 인천시가 실시한 '경제효과 타당성 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7조3000억원, 소비효과는 3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이는데 들인 돈과 맞먹는 크기의 생산·소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고용유발효과 27만 명을 더해 인천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13조원으로 추정했다.



또 주최 측은 방송중계권료 등으로 10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박광우 KAIST 경영대 교수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구체적 손익계산서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역대 메가 스포츠 행사를 치른 나라와 도시들이 대부분 기대와 달리 '승자의 저주'에 시달렸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몬트리올처럼 성화가 꺼진 자리에 빚만 잔뜩 남은 도시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인천시도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16곳을 신축하고 12곳을 보수했다. 재원마련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원금이 1조2523억원, 이자까지 합치면 1조7502억원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15년 주기의 부채 상환이 시작된다. 내년 673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1573억원을 갚은 후 2029년이 돼야 '빚잔치'가 끝난다.



런던, 가구당 4만원 분담금에 부가세도 인상



'밑지는 장사'를 한 올림픽대회는 수두룩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두 나라 모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올림픽을 치른 뒤 빚더미에 앉았다. 그리스는 애초 올림픽 예산으로 16억달러(약 1조8100억원)를 책정했지만, 정작 올림픽이 끝나고 보니 10배에 달하는 160억달러(약 18조1000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스 재정 적자 원인의 하나로 아테네올림픽이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치른 스페인도 개최 이후 61억달러(약 6조9000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긴축재정을 선언한 12년 런던올림픽도 막상 개막을 앞두고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영국 정부는 개최 비용으로 50억달러(약 5조6600억원)를 예상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책정된 비용은 처음보다 3배 늘어나 150억달러(약 17조원)까지 치솟았다. 건설비는 물론 숙박·수송·의료 지원 등 행사 진행 비용, 여기에 불안해진 치안 탓에 안전·경비 자금까지 추가됐다. 늘어난 개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졌다. 런던 시민들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1년에 가구당 4만원씩, 10년간 40만원의 올림픽 분담금을 부담해야할 처지다. 영국 재무부는 모자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 초 부가세를 2.5% 인상했다.



흑자 대회로 끝난 84년 LA올림픽은 오히려 희귀 사례에 해당한다. 당시 LA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흑자 올림픽'을 목표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를 지낸 피터 유베로스를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다란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장에 몇 대의 TV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가 이다”라며 '경제 올림픽'을 강조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상업성을 올림픽에 적용해 올림픽 로고 사용권과 독점 방송권 등을 처음으로 수익으로 연결시켰다. 결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의 지원 없이 2억 달러의 순익을 남겼다.





재정적자가 결국 성장률 저하로 이어져



올림픽이나 월드컵 대회가 '승자의 저주'로 끝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개최 전의 경기부양 효과가 개최 이후에 지속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증 연구도 있다. 박광우 교수팀이 88서울올림픽 이후 모든 하계·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와 탈락한 도시 간의 경제 성장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개최국은 개최 3년 전부터 탈락국보다 평균 2%포인트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올림픽 개최 이후 퇴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계올림픽에서도 개최 전후로 유사한 경제성장 패턴을 보여 개최 후 2년 뒤의 경제성장률이 탈락국에 비해 1.66%포인트나 낮아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메가 스포츠 이후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는 이유는 경기장 건설 등에 막대한 지출을 하지만 대회 이후 이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지·관리에 거액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리스의 경우 아테네 올림픽 때 지은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데만 매년 5억유로(약 6900억원)씩 지출하고 있다. 2000년 올림픽을 치른 시드니 시정부도 올림픽 시설 관리비로 매년 2000만달러를 지출한다. 박 교수는 “대회 준비를 위한 과도한 투자지출로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민간부문의 투자부진과 소비위축, 주식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승자의 저주가 찾아 온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등 향후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할 때 사후 활용도를 철저히 분석하고, 폐막 후 활용되지 않거나 수익이 창출되지 않을 경기장은 임시시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통합, 브랜드 제고 등 무형 이익 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면서도 각 나라들이 메가 스포츠 대회 개최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막 전까지 단기 경기부양 효과로 이만큼 확실한 게 없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의 경우 올림픽을 아베노믹스의 '네번째 화살'로 비유할 정도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재정지출 확대, 통화 완화, 구조조정이라는 세 개의 화살이다. 이 화살들의 약발이 떨어졌을 즈음에 올림픽 유치라는 호재를 만나 경기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도쿄는 올림픽 경기장 건설에 4554억엔(4조9937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해 7년간 총 3조엔(33조원)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 디플레이션이라는 일본 경제의 우려를 해소할 확실한 카드로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 준비를 위해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 도쿄의 부동산 가격도 1~2% 오를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부동산 가격 회복이 소비심리를 끌어올려 경기 회복 분위기를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메가 스포츠 대회 유치 자체가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되고, 개최를 통해 국민통합·국가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어느 정권이나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유의동 박사는 “노르웨이 릴리함메르가 9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고, 중국은 2001년에 2008년 올림픽 개최국가로 결정되면서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국제 스포츠 대회를 경제적 효과로만 재단하면 다른 가치들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은 분단국가, 고속성장, 외환위기 같은 경직된 이미지로 국제사회에 알려져 왔지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발휘해왔다”며 “2002년 월드컵 때의 질서정연한 거리응원, 정보기술(IT)을 대회운영에 적용하며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알린 점 등은 계산서에 수치로 표시되지 않지만 국가 경쟁력을 올린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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