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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30조원 부의 아이콘 … 팬카페 20개, 수르수르 만수르 앱도

아라비아반도가 놀랄 거다. 7000㎞ 떨어진 한국의 청년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남동생에게 이토록 뜨거운 애정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44). UAE 초대 대통령의 다섯째 아들인 그는 요즘 국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저명인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에 그의 팬카페만 20여 개, 그중에는 회원 수 20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그의 팬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은 좀 독특하다. “만수르님 좋은 기운 주세요”라며 복권 당첨을 기원한다. “만수르 효과 봤습니다”며 보너스 탄 얘기를 올린다. 소원을 들어준다며 지난 8월 발매된 한 스마트폰 앱의 이름은 ‘수르수르 만수르’다.



인터넷· SNS 만수르 이상 열풍
UAE 부총리, 780조원 국부펀드 운영
프리미어리그 맨시티 축구단 인수
선수 이적료 1조 써 챔스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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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수르의 이름이 우리 젊은이들의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단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가 되고서다. 개인 재산이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그의 취임 소감은 이랬다. “진정한 부의 힘을 보여 주겠다.”



 빈말이 아니었다. 빚에 허덕이던 구단을 2억1000만 파운드(약 3750억원)에 인수했고 그 2배가 넘는 부채를 탕감했다. 선수 이적료로만 1조원 이상을 썼다. 맨시티는 2011~2012 시즌과 2013~2014 시즌 우승했다.



 비싼 이적료에, 고액 연봉에 구단은 매해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하지만 한 번 열린 만수르의 지갑은 닫힐 줄 몰랐다. 홈구장 관중석을 온열좌석으로 채우고 구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선수들에게는 최신 모델의 재규어 자동차를 선사했다. 상상을 초월한 ‘통 큰 행보’에 국내 축구 팬들은 경악과 칭송을 쏟아냈다. 만수르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7월엔 KBS ‘개그콘서트’에 ‘만수르’ 코너가 등장했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수리기사로 빌 게이츠를 부르는 식의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2주 후 ‘억수르’로 개명됐다.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외교적 결례를 이유로 코너명 교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만수르는 UAE의 현직 부총리이기도 하다.



 그의 주체할 수 없는 재산은 출생 전부터 쌓였다. 그가 태어나기 12년 전 시작된 UAE의 유전 개발은 그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로 만들었다. 그의 가문은 자산 규모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자산 약 780조원)을 운영한다. 그는 27세에 UAE 대통령실 장관이 됐고 35세에 국제석유투자공사(IPIC·자산 약 61조원) 사장, 39세에 부총리가 됐다.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부(富)의 아이콘’이 불황시대 청년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부자연구학회장인 서울여대 한동철(경영학) 교수는 이를 “영웅을 찾는 대중 심리와 막대한 부에 대한 동경의 만남”이라고 설명한다. 팍팍한 현실에 무기력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사회적 애정의 대상을 찾는 일종의 현실 도피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내 삶과 동떨어진 아랍의 부자이기 때문에 부자에게 느끼는 부정적 감정도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만수르를 갈망하는 이 세대는 반(反)기업·반재벌 정서 또한 품고 있다. 모순 아닐까. 하지만 성공회대 김찬호(사회학) 초빙교수는 “둘의 뿌리는 사실상 같다”고 했다. 반기업 정서의 속내는 질투와 부러움인데, 초월적 부 앞에서는 질투보다는 부러움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재벌을 반대한다지만 부가 집중되는 구조가 싫다기보다는 그 구조의 수혜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이 싫은 겁니다. 진짜 ‘반재벌’이라면 부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겠죠.”



 만수르의 초월적인 부 앞에서는 모두 도토리 키 재기가 된다. ‘절대 부자’ 앞에서 느끼는 ‘가난의 평등’은 상대적 박탈감보다 차라리 편안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만수르 앞에서는 체면도 없다. 그의 사진을 합성한 부적을 지니고 다닌다. 만수르 이름으로 운영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100만원만 주세요”라며 계좌번호를 적은 구걸형 댓글까지 등장했다. 해당 계정은 만수르 부총리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UAE는 왕정국가다. ‘아랍의 봄’ 혁명은 많은 중동 국가를 흔들었지만 UAE는 무풍지대다. 만수르를 포함한 UAE 지도층은 오일머니를 교육·의료·결혼자금 등으로 자국민에게 배분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2년 전에는 UAE 국적 청년의 부채를 절반씩 탕감하고 나머지의 상환을 돕는 내용의 정책도 만들었다. 당시 정책을 소개하며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는 아랍의 봄에서 안전할 것이다.”



심서현 기자





[S BOX] 이복형이 UAE 대통령, 장인은 금융도시 두바이 키운 총리



만수르는 단순한 중동 갑부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이복동생이자 병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나라를 통치하는 왕세제의 동복형제다. UAE 국민이 ‘국부(國父)’로 존경하는 초대 대통령 고(故) 자이드 빈 술탄 알나하얀과 ‘국모(國母)’로 여기는 파티마 빈 무바락 알 켓비 영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이드 전 대통령은 아부다비·두바이·알아인 등 7개 토후를 연합해 UAE를 건국했고 오일머니로 의료·교육·치안 등을 정비해 국가 기반을 놓은 이다. 만수르의 장인이 바로 두바이를 금융도시로 키운 통치자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65) 총리다.



 만수르 부총리는 한때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였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석유회사 국제석유투자공사(IPIC)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정유(지금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50%를 5억 달러(당시 약 6127원)에 사들였고, 2006년에는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20%를 주당 4500원(총 2272억원)에 인수했다. 2010년 IPIC는 오일뱅크 지분 보유 전량을 2조5733억원에 현대중공업에 넘겼다.



만수르 일가는 ‘석유 이후의 삶’도 준비하고 있다. 가문이 운영하는 1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는 석유 고갈을 대비해 씨티그룹·바클레이스은행·다임러·페라리 등 외국 회사 지분을 사들여 왔다. 지난 8월 아부다비투자청이 서울 남산 스테이트타워를 53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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