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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탈레반 총 맞은 17세 소녀 자서전, 여성억압·문화파괴를 고발하다

[일러스트=강일구]


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크리스티나 램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

384쪽, 1만6500원




지금부터 딱 2년 전인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장소는 파키스탄 서북부 스와트 밸리. 파키스탄 영토지만 이웃 아프가니스탄의 최대 민족인 파슈툰족이 몰려 사는 자치지역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곳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15세 소녀는 이곳의 쿠샬학교에서 일과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그런데 턱수염을 기르고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린 남자가 버스에 올라타더니 말했다. “말랄라가 누구냐?” 그 남자는 검은색 콜트45구경 권총으로 후미에 탄 소녀를 향해 세 발을 쏘았고 그 중 한 발이 소녀의 왼쪽 눈 옆을 뚫고 들어가 왼쪽 어깨로 빠져나왔다. 버스 안은 삽시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소녀는 영국 BBC방송의 우르드어의 블로그에 탈레반 치하의 삶과 지역 내 여성교육을 위해 싸우는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고 있었다. 탈레반은 여자에 대한 교육을 금지했다. 쿠샬학교를 세우고 여자 아이들을 가르치던 소녀의 아버지와 가족은 수시로 협박당했다. 그래도 설마 소녀에게 총부리를 겨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설마가 현실이 됐다. 소녀는 치료를 위해 영국 버밍엄으로 옮겼고, 오랜 치료 끝에 마침내 의식을 회복해 이 자서전을 썼다.



 그렇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바로 그다. 인권운동, 특히 여성의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갔다. 유엔을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 앞에서 연설도 하고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만났다. 노벨상을 받지 못하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말랄라는 노벨상을 타기엔 너무 훌륭하다’라고 보도했다.



 말라라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만 다루지 않는다. 자신이 살았던 탈레반 치하의 스와트 밸리의 현실에 대한 고발이 오히려 책의 핵심이다. 발병도 하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것은 샤리아 율법에 맞지 않는다며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중단시키고, 학교 가는 것은 물론 장보기를 포함한 여성의 외부 활동을 일절 금지한 탈레반 지도자 파즐울라에 대한 고발이 이어진다. 탈레반은 소녀가 놀러가곤 했던 스와트 밸리의 고대 쿠샨왕국의 불상과 스투파(불탑)를 폭약으로 파괴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불 파괴에 이은 반달리즘이다.



 이렇듯 말라라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21세기판 『안네의 일기』나 다름없다. 안네의 일기는 과거에 벌어진 일이지만 말라라의 고발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전율하게 한다. 인류가 맞서고 있는 극단주의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말랄라라는 이름은 1880년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선봉에 서서 싸우다 전사한 여성 전사 마이완드의 말랄라이에서 따왔다. 말랄라이가 아프가니스탄의 잔 다르크라면 말랄라는 탈레반의 여성 차별에 맞서고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운동 투사다. 그는 12살 때 이슬람·기독교·힌두교·불교·유대교의 상징 위에서 서로 악수하는 사람의 손과 그 곁에서 그네를 타고 노는 여자 아이를 그렸다. 종교를 초월한 화합과 모든 인간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상을 표현했다. 그런 아름다운 꿈을 꾸는 소녀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본다.



글=채인택 논설위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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