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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한 수] 마음 팍팍해질 때 무엇 하나요? 25명에게 물었다









1 빌 에반스 트리오 -밥장(일러스트레이터)
누구에게나 믿는 구석이 필요하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2분 거리에 ‘믿는 구석’이란 이름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천장에 미러볼을 달고 쇼케이스 냉장고에 맥주를 가득 채워 넣고 괜찮은 스탠드도 놓았다. 아버지가 구입한 오래된 LP, 그중 빌 에반스 트리오의 , 브라질 그룹 아지무치의 를 틀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제법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여섯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내 우주가 되기에는 충분히 넓다.

2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윤하(가수)
영화 OST까지 가을이 되면 유독 더 생각나는 작품이다. 긴 시간을 채우는 준세이와 아오이가 주고받는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운 문장, 아름다운 음악, 아름다운 화면에 가득 녹아 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가 쓴 아오이 시점의 <냉정과 열정 사이>는 언제 읽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감성 충전에 이만한 처방이 없다.

3 벤 롱클르 솔 -정우열(일러스트레이터, 올드독)
아무리 좋은 리조트라 해도 음악이 엉망이면 기분까지 나빠진다. 얼마 전 여행 중 경험한 일이다. 마지막 일정의 숙소에서 프랑스 뮤지션 벤 롱클르 솔이 부른 ‘Seven Nation Army’를 들었다. 평소 좋아하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찾아가원곡을 매력적으로 바꿔 부른 뮤지션에게 금방 반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듣는 노래다.

4 빌 에반스 -마이큐(가수)
키보드와 클래식 피아노를 양손으로 나눠 연주하는 앨범. 다른 재즈 연주 앨범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빌 에반스가 전하는 멜로디만큼은 들을수록 감동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가사 없는 음악이야말로 공허한 마음을 위로하는 데 제격이라 생각한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내 곁을 지키는 이 앨범은 언제 들어도 내 감성의 날개를 꿈틀거리게 한다.

5 게르하르트 리히터 -목정욱(포토그래퍼)
리히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런던에서 라는 책을 처음 본 뒤로 좋아하게 됐다. 이 책은 사진 위에 페인팅한 형태로 다시 모은 책이다. 그가 여행 풍경, 가족 풍경 등 직접 촬영한 일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진 매체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보는 느낌이랄까.

6 아티스트 이현진의 작품들 -윤세나(패션 디자이너)
마음의 처방전을 찾는다면, 작가들과 가깝게 지내보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팬이 되어보거나 전시회에 찾아가거나, 메시지를 남긴다거나, 세상의 많은 아티스트들 중에서 나랑 조금 특별한 한둘을 가까이 두는 것. 일상에서 가장 큰 처방전이 되는 것 같다. 내게는 15년 지기인 이현진 작가가 그러한 존재다. 내 스마트폰에 그려준 단 한 점뿐인 그림은 볼 때마다 위안이 된다.

7 스팅 X 크리스보티 ‘Shape of My Heart’-이장우(배우)
마음이 허전할 때, 일부러 스팅의 명곡 ‘Shape of My Heart’를 찾아 듣는다. 특히 크리스보티의 트럼펫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 곡은 몸과 마음을 뒤흔들어놓는다. 노련한 아티스트 거장들의 명연주를 유튜브로 검색해 보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다.

8 <새바람이 오는 그늘>-노중훈(여행 칼럼니스트)
지친 마음을 씻어내고 싶을 때 듣는 오랜 앨범이다. 조규찬, 이준, 김정렬이 만든 풋풋한 감성의 세계. 들을 때마다 귓가에 한줄기 미풍이 분다. 발매된 지 20년도 넘은 앨범이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세련된 것이 아니라 싱싱하고 맑다. 이들 세 명이 세상에 내보낸 유일한 앨범이라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다.

9 사진집 <미사오와 후쿠마루> -이주희(작가)
심신이 지쳤을 때는 귀여운 동물 사진이 최고라는 한 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똑 닮은 미사오 할머니와 고양이 후쿠마루가함께 일본의 시골에서 평화롭게 마음을 나누며 지내는 모습을 손녀가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보면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같던 마음이 녹을 수밖에 없다.

10 톰 웨이츠의 첫 앨범 -김종관(영화감독)
톰 웨이츠의 미성을 들을 수 있는 데뷔 앨범이다.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곡들이 좋다. 내게는 질리지 않는 명반이다. 그래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틀어놓고 전곡을 듣는다. 해 질 녘과 밤 시간,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무드송이다. 피아노 앞에 기대 선 톰 웨이츠와 어둠 속 노란 타이포가 배치된 앨범 재킷도 애정이 간다.

11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치 여행지에서의 유유자적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소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2 애니메이션 <스누피> -목영교(그래픽 디자이너)
찰스 슐츠의 애니메이션 <스누피>는 어릴 때는 물론 디자인 작업을 하는 지금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철학적인 대사 그리고 여백의 감성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그림과 함께 흐르는 음악은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좋은 도구로 작용한다.

13 류이치 사카모토 -신지호(피아니스트)
일상에 지칠 때면 이 앨범을 듣는다. 특히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침대에 누워서 들으면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르는 건반의 움직임까지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뮤지션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든 화성과 멜로디는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 더욱 좋다.

14 존 루이스 -노석미(미술작가)
바흐의 ‘Preludes and Fugues’를 연주한 많은 뮤지션들 중에 존 루이스는 단연 최고다. 무척 부드럽고 부담스럽지 않다. 반복해 듣다 보면 감동이 몰려온다. 불현듯 ‘아,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우울할 때 들으면 우울의 색을 바꿔주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일상이 풍요롭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반이다.

15 영화 <족구왕> -표기식(포토그래퍼)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영화 <족구왕>의 주인공 홍만섭의 대사다. 다 알고 있는 듯한 뻔한 얘기라 해도 이렇게 영화를 통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들으면 미처 느끼지 못했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얼마나 감추고 사나’ 생각하며 <족구왕>을 보다 보면 복잡해진 마음이 절로 다잡힌다.

16 일리야 레핀 <오 자유!> -루시아(가수)
풍랑 속에서 환희의 찰나를 함께하는 사내와 여인. 러시아 사실주의 작가 일리야 레핀의 그림은 볼 때마다 텅 비어버린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웬만한 팍팍함은 이 멋진 풍랑에 휩쓸려 다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그의 그림을 본다. 눈으로 외울 듯 천천히 오랫동안 반복해 살펴도 좋다.

17 롤러코스터 <트라이앵글> -백성현(가수, 코요태 멤버)
진심을 담은 진지한 위로보다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위로가 더 좋을 때가 있다. 아무리 영혼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말이다. 롤러코스터의 5집 앨범16속 ‘괜찮아요’ 노래가 그렇다. 기계 같은 말투로 무심하게 괜찮다고 말하는데, 듣다 보면 별다른 가사 없이도 정말 괜찮은 기분이 든다.

18 이병률 <끌림> -에디킴(가수)
시나 소설에 비해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산문을 자주 찾는다. 특히 <끌림>은 글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진이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곤 한다. 끊임없는 노래 작업에 지칠 때, 더 이상 꺼낼 감성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습관적으로 이 책을 펼친다.

19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사운드트랙 앨범 -이권(영화감독)
영화 속 주인공은 1980년대 팝 음악을즐겨 듣는다. 나 역시 같은 시기의 음악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쩜 그렇게 좋은 노래로 앨범을 가득 채웠을까.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영화에서처럼 ‘어섬 믹스(Awesome Mix)’라는 단어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물론 영화도 무척 재미있다.

20 만화책 [H2]-에피톤 프로젝트(가수)
쉼 없이 음악 작업에 매달리다 잠깐 머리를 식힐 때는 책을 읽는다. 여행책을 보며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하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반복해 읽곤 한다. 특히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즐겨 본다. 만화책에 빠져 있는 몇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못 알아챌 정도로 흡인력 강한 스토리 덕분이다.알베르 카뮈나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지금 당장 경험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갈 수 있다는 기대 역시 기분을 좋게 한다.

23 영화 <클로저> -전혜빈(배우)
슈퍼 히어로가 등장해 세상을 구하는 영화는 물론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한 뮤지컬 영화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감성을 건드리는 단 한 편의 영화를 꼽자면 단연 <클로저>다. 배우의 연기는 물론 스토리와 분위기 그리고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24 로버트 메이플도르프 ‘Raymond’ -윤고은(소설가)
최근 로댕미술관에서 만난 포토그래퍼의 사진들. 이미 지난 시대에 죽은 사람이지만 그의 사진은 마치 ‘지금’의 것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1985)란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 그 사진 속 몸을, 어딘가 낯선 등을 바라보았다.

25 조지 벤슨 -유준상(배우)
좋은 음악은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중 조지 벤슨의 ‘This Masquerade’는 또 얼마나 좋은지 매일 들어도 즐겁다. 나중에 라디오 DJ가 된다면 꼭 이 노래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라디오 진행, 언젠가는 이 노래와 함께 이룰 수 있겠지?

글=한지희 슈어 기자, 김용현 슈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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