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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빠져나간 금융권 … 민간끼리 각축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 한파로 썰렁하던 금융권이 이번엔 인사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간 내분으로 최고경영자(CEO) 공백 상태가 된 KB금융그룹과 CEO를 새로 뽑고 있는 대우증권을 포함해 곳곳에 CEO자리가 비기 때문이다. 올 11월엔 은행연합회 박병원 회장이, 12월엔 생명보험협회 김규복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 겸 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SGI서울보증 김병기 사장은 이미 임기가 끝났다. CEO 자리가 무더기로 쏟아지자 물밑에선 벌써부터 치열한 줄타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관피아(관료 마피아)’ 비판 여론에 관료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배제되다 보니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업종의 CEO로 거론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빚고 있다.


 큰 기류는 ‘업계 출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첫 시험대가 KB금융 회장 인선이다.

KB금융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일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다. 외부 조사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100여명의 추천 명단을 토대로 위원들이 10여명을 우선 가린다. 외부 출신인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다 최근엔 내부 출신이 힘을 받고 있다.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웅원 KB금융 회장 대행, 박지우 국민은행장 대행,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김기홍 전 파인트리자산운용 대표,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최기의 전 KB카드 사장 등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 회추위는 압축된 후보 10여명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우증권 후임 사장 후보도 ‘대우맨’으로 압축됐다. 당초 김기범 전 사장이 지난 7월 중도 사퇴할 때만 해도 외부출신 인사들이 유력하게 꼽혔다. 그러나 KB사태를 고비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현재 이영창 전 부사장과 현직 부사장들이 검증 대상에 올라가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한 사람이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들이 장악해온 금융단체장에도 업계 출신들이 주로 거론된다. 생명보험협회장에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과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도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등 업계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지난 1월 이후 공석인 주택금융공사 사장엔 시중은행 임원 출신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그간 ‘낙하산’ 인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휩쓸면서 업계 출신들이 제대로 성장할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 노조를 포함한 상당수 KB금융 직원들은 내부 출신 회장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중량감이 부족하고,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현직자는 이번 KB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엮여 흠집이 난 경우도 많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회장과 행장이 바뀔 때마다 고위 간부들도 정치 바람을 타고, 물갈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람을 키우지 못한 탓”이라며 “오랜 관치의 후유증인 셈”이라고 말했다.

쓸만한 ‘재목’은 적은데 자리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니 몇 안 되는 민간 CEO 출신들의 이름이 이곳 저곳에서 동시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은행연합회장과 KB금융 회장으로 조 전 행장과 이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또 김옥찬 전 부행장은 KB금융 회장 후보와 함께 SGI서울보증의 후임 사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민간의 약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 관료 출신 금융계 인사는 “업계 출신이라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능력과 경험보다는 정치권과의 지연·학연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어차피 줄을 타고 내려온다면 관피아 낙하산과 다를 게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출신을 가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위해 일할 CEO를 찾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내외를 막론하고 ‘누구의 배경으로 됐다’는 말이 돌면 낙하산의 폐해는 반복될 것”이라면서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장기 비전을 갖고 조직을 이끌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민근·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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