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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본인, 나는 대한민국 군인

서부전선 ‘무적 칼 부대’ 박철인 일병이 1일 밤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박 일병은 어머니가 일본인인 다문화 병사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군대에 안 가도 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라 지키려 전방을 지원했다. [파주=신인섭 기자]

“따~라 라라 라라 라라라~.”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7시 휴전선 남쪽 10여㎞ 거리의 서부전선 ‘무적 칼 부대’ 병사 생활관(내무반). 베토벤 미뉴에트 2번 사장조 선율이 스피커로 흘러 나왔다. 박철인(20·단국대 컴퓨터공학과 1년 휴학) 일병은 잠자리를 정리하고 연병장으로 나가 애국가를 불렀다. 하얀 피부에 다부진 눈매…. 겉으로 봐서는 다문화 병사 같지 않다. 그는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2세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왔다. 박 일병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군에 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전방부대를 지원했다. 박 일병은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일부 동료가 알지만 나한테 아는 척하는 경우는 없다”며 “다문화 2세라고 해서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나라 안전을 지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나라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대한민국 지킴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일병과 같은 다문화 병사가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0년 다문화 2세들의 군 복무가 의무화되면서 올 6월 말까지 927명이 입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52명에서 지난해 306명으로 늘었다. 올해 1~6월 185명이 입대했다. 6월 말 현재 557명이 복무하고 있다. 다문화 병사 실태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 연말이면 1000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며 “신체검사를 받을 때 부모 국적을 표기하지만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다문화 병사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만 19세가 돼 징병검사 대상이 되는 다문화 2세는 내년 1719명에서 2020년 3626명으로 증가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2년께부터 국제결혼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이들의 2세가 입대하면서 다문화 병사가 밀물처럼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2020년께부터 병력 부족 현상이 벌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2020년 3만5100명이 부족하다가 2030년에는 부족 인원이 8만3700명으로 증가한다(현 병력 65만 명 유지를 가정). 다문화 2세들이 소중한 안보 자원이 된다는 뜻이다. 이들의 안보관도 투철하다. 정병삼 육군3사관학교 교수팀이 지난해 다문화 초·중·고생 93명을 설문조사 했다. 질문을 주고 동의 정도를 1~4점으로 표시하게 했다. ‘북한의 위협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에 3.47점, ‘나는 군 복무를 할 것’에 2.47점이 나왔다. 중간보다 높았다.

 다문화 병사에 대한 편견 해소가 발등의 불이 됐다. 설 교수는 “다문화 장병도 대한민국 군인이기 때문에 군이 이들을 잘 수용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다문화 병사들이 잘못된 편견에 시달리지 않게 병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정용수 기자, 계룡대=김혜미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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