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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득 크레바스' 될 국민연금 조기수급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
국민연금 수급이 본격화되면서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도 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이른 시기에 연금을 미리 당겨 받는 것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이전의 노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에서는 수급자들의 나이가 61세가 되었을 때부터 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은 수급자가 56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08년의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약 15만 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7%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4년 6월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약 42만 명으로 증가했고 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늘어났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의 증가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고달프고 불안한 생활을 보여준다. 원론적으로는 조기노령연금이 애초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의 확대가 당장의 소득을 다소 보장한다고 환영해야 하는가.



 조기노령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조기연금은 일찍 받는 기간에 1년마다 6%씩 연금액을 깎는다. 그래서 연금을 56세부터 받을 경우 61세에 받을 연금액의 70%를 평생 동안 받게 된다. 조기연금을 받게 되면 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액이 깎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금을 받는 전체 기간으로 보면, 조기노령연금의 전체 수급액이 제때 연금을 받는 것보다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가 61세에 정상 연금을 신청할 경우 매달 약 111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2년 반을 앞당긴 59세에 조기연금을 신청할 경우는 15% 감액된 월 89만원만 받는다. 만약 그가 81.4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정상 연금으로 받을 총연금액은 2억7182만원, 조기연금으로 받을 총연금액은 2억3674만원이다. 조기연금을 받게 되면 정상 연금보다 3508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기노령연금은 노인들의 생활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끼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른 소득이 없어져 연금의 중요성은 커진다. 70세 이후 고령기에는 한 푼의 연금액도 아쉬운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조기노령연금의 확대는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이 때문에 조기노령연금의 수급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시할 만한 우선적인 조치는 연금의 조기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현재 조기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한 56세 이상인 가입자가 근로소득공제 이후 소득이 193만원 이하일 때 신청할 수 있다. 나이·가입기간·소득기준 등 모든 측면에서 조기연금 수급의 조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관대하다. 예컨대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58세 이상 가입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에만 연금을 조기수급할 수 있게 하는 등 조기수급 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기수급을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2012년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의 약 68%가 당장 생활이 어려워 자신에게 불리한 줄 알면서도 연금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소득도 없고 연금도 없는 ‘소득 크레바스’를 겪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는 우리나라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소득 크레바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비싼 주거비용과 자녀들의 교육비 등을 충당하느라 대부분 국민연금 외엔 별다른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소득 크레바스를 채워줄 복지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5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 구직급여의 지급기간을 현재 최고 240일에서 18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에서 부분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분연금제도는 조기연금을 지급하되 전체를 지급하지 않고 50% 정도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금을 수급하면서도 조기수급에 따른 지나친 연금액 감소를 부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 근로활동을 하면서도 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많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이 제도에서는 연금에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연금 증액 효과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급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연금의 조기수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2년 국민연금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조기연금수급자의 20%는 연금의 조기수급이 더 유리해 급여를 신청했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수급자가 기초적인 정보조차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안정된 노후는 국가에 의해서만 보장되는 게 아니다. 수급자들도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기연금을 신청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빈틈없는 안전망을 제공하고 개인은 이를 지혜롭게 이용할 때 노년의 행복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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