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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바허 엔진' 덕에 공공시설 난방비 92% 줄인 파리

2012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인근 에너지센터에 설치된 제너럴일렉트리(GE)의 옌바허 가스엔진. 1945년 농업용·열차용으로 개발됐던 이 엔진은 산업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매탄가스를 이용해 올림픽 행사 당시 필요한 전력량의 75%를 공급했다. [사진 GE]

경제 성장과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모두 만족하는 기술 개발이 화두다. 세계 산업 트렌드를 주도해온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첨단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3회에서는 친환경·고효율로 진화하는 엔진 기술을 소개한다.


1960년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조성된 쓰레기 매립지 ‘플레시-가소(Plessis-Gassot)’는 파리 시민들에게 심각한 골칫덩어리였다. 산더미 같이 쓰레기가 쌓이면서 악취·먼지·소음 문제를 불러왔던 것. 하지만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파리 일대에 에너지를 싼값에 공급하면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에너지 발전에 활용하면서, 플레시-가소는 프랑스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바이오가스 발전소로 탈바꿈했다. 마치 백조로 변신한 미운 오리 같다.

 플레시-가소에서 쓰레기를 쌓는 구덩이 한 개는 깊이가 15m, 넓이는 100만㎡에 이른다. 구덩이 한 개를 채우는데 18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가스가 생산된다. 매립지 가스는 공기가 거의 없는 곳에서 혐기성 박테리아가 유기성 폐기물을 분해하면서 발생한다. 다만 여기에는 에너지양이 풍부한 메탄과 이산화탄소, 질소 같은 불순물이 섞여 있어 특수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옌바허 가스엔진이다. 희박 연소 기술과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가솔린 주입량을 줄이면서 메탄 성분을 추출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음식 쓰레기부터 위스키 찌꺼기, 치즈 부산물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플레시-가소 발전소에만 옌바허 가스엔진 10대가 가동 중이다. 현재 4만여 가구가 혜택을 입고 있다. GE의 옌바허 가스엔진은 설치·운용 효율이 82%로 기존 보일러 시스템(22%)보다 네 배 뛰어나다. 덕분에 시청과 성당, 공공시설 등은 난방비를 92% 절감할 수 있었다. 쓰레기 매립가스를 방치했을 때 생기는 수백만t의 온실가스를 없애는 효과는 ‘덤’이다.

 옌바허 엔진은 1945년 농업용·열차용으로 처음 개발됐다가 이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용 가스엔진으로 진화했다. 오스트리아의 엔진 전문기업으로 설립된 옌바허는 2003년 GE에 인수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금은 ‘친환경 고효율 발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옌바허 엔진은 현재 프랑스·미국을 비롯해 30여 개국의 폐기물 매립지에 2000대 넘게 설치돼 있다. 독일 로젠하임에서는 6만1000명이 사용하는 전기의 40%와 난방열의 20%를 책임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 성공에도 기여했다. 당시 올림픽 경기 시설은 산업 폐기물이 뒹굴던 런던 북동부의 리밸리에 건설됐다. 옌바허 가스엔진 3대를 갖춘 에너지센터는 올림픽의 상징인 주경기장 옆에 설치됐다. 폐수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연소시켜 리밸리 지역과 올림픽파크에 필요한 전력의 75%를 담당했다.

 한국에서도 옌바허 가스엔진 80대가 가동되고 있다. 대부분은 전기·열 생산이 목적인 상용 발전과 비상 전원을 필요로 하는 병원 등에서 운영 중이다. 경남 창녕에 있는 바이오 플랜트는 인근 축산 농가에서 나오는 가축 배설물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골칫거리인 가축 배설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유럽의 농업 선진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옌바허 가스엔진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온실 농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로 정제한 다음 비료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설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면서 이산화탄소를 재소비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 발전식이 아닌 소규모 분산형 발전 설비라는 점도 주목된다. 송전망 설치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아 소규모 열병합 설비 건설 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 송전망이 미비한 캄보디아 ·필리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옌바허 엔진은 효과적인 전기 공급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리=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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