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암환자와 함께 최상의 치료법 찾아내는 '오케스트라 단원'

인하대병원에서 다학제 통합진료가 진행 중인 모습. 여러 의료진이 한 명의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단하는 ‘환자 맞춤형 진료시스템’이다. 사진=김수정 기자

다양한 악기의 조화로 천상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1996년 인천 최초의 대학병원으로 문을 연 인하대병원은 마치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듯 암환자를 치료한다. 진료과목별 의료진이 환자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환자를 ‘악보’ 삼아 꼼꼼히 살피고, 환자 상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눈다. 의료진 간의 지위 고하는 중요치 않다. 자신의 세부전공을 토대로 최적의 솔루션을 구할 때까지 머리를 모은다. 이들의 ‘화음’은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선율’을 만들어낸다. 인천지역 최초의 ‘다학제 암 통합진료’로 세계 속의 명품 의료기관을 꿈꾸는 인하대병원의 모습이다.

8월 21일 인하대병원 다학제 통합진료실. 소화기내과를 비롯해 외과·혈액종양내과·병리과 등 진료과목별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초 직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김성은(가명·여·74)씨와 보호자도 동석했다. 김씨의 진료기록을 모니터로 확인하며 의료진은 저마다 의견을 냈다.

“직장에서 발생한 병변을 검사한 결과 중등도 분화가 나타났습니다.” “수술과 항암방사선요법을 병행해야겠네요.” “환자의 종양 위치를 봤을 때 복강경수술이 가능합니다.” 의료진의 설명을 듣던 김씨는 “간경화 투병 중인데 암 치료 때문에 악화되진 않을까요? 배변 시 통증만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소화기내과 신용운 교수는 “지금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배변 곤란과 복통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암 크기가 증가해 대장 천공의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신 주기적인 간기능검사로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로 했다. 항암치료의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김씨와 보호자는 암 치료를 결정했다.

의료진 간의 협력 문화로 다학제 가능

다학제 통합진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8월 1일부터 보건복지부가 ‘다학제 통합진료료’를 건강보험 급여에 신설하면서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1명의 환자를 여러 의사가 의견을 모아 진료하는 방식이다. 치료가 어렵고 까다로운 진행성암 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기존에도 의료진이 문서상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협진’이나 함께 모여 토론하는 ‘컨퍼런스’ 개념은 있었지만 환자·보호자가 직접 의료진과 대면하는 다학제는 거의 없었다.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한 탓이었다.

인하대병원은 인천 지역 최초로 다학제 통합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복지부 발표에 앞서 이미 3~4년 전부터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선택적 다학제를 도입해왔다. 신용운 교수는 “다년간 쌓은 경험이 토대가 됐기 때문에 다학제 통합진료료가 신설되자마자 본격적인 시행이 가능했다”며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철저히 ‘환자 중심’이다. 기존에는 환자가 각 과 의료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직접 해당 진료과를 찾아가거나 여러 번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다학제 통합진료는 이러한 수고를 덜었다. 의료진과 치료방법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두터워진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은 진료시스템이다. 신 교수는 “의사 혼자 진단할 때 생길 수 있는 실수나 판단착오를 예방할 수 있어 치료효과가 향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신 교수는 “여러 과의 의료진이 시간을 맞춰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힘들 뿐더러, 보수적인 의사 집단에서 경력 구분 없이 환자 치료법에 대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며 “최선의 치료법을 적용하려는 교수들의 의지와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의 다학제 진료는 진단부터 입원, 수술, 퇴원 후 외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암진료상담실에 상주하는 전문코디네이터가 환자의 모든 진료방향을 설정한다. 퇴원 후에는사후관리시스템을 통해 공개강좌와 교육이 진행된다. 각 과 의료진과 암전문간호사, 영양사가 투입돼 ‘환자 맞춤형 다학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의로 구성된 소화기암 드림팀

그 중에서도 소화기암분야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식도암·위암·간암·췌장암·대장암 등에 특화된 ‘다학제암진료 소화기암센터’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소화기암이 급증하는 추세에 발맞춰 이 분야를 강화했다.

외·내과를 대표하는 명의들이 집중 포석해있다. 대장암은 최선근 교수, 위암은 허윤석 교수, 간암은 신우영 교수가 대표한다. 최 교수는 2000년 1월 인천 지역 최초로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시행했다. 인하대병원을 찾는 대장암 환자의 80% 이상이 최 교수의 손을 거쳐 복강경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성과는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로 나타난다. 2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91.9%, 3기 대장암은 72.7%에 달한다. 허 교수는 경인 지역 최초로 복강경 위암수술을 성공했다.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복강경수술 국내 최초·최다 경험자다. 신 교수는 간암수술 후 30일 사망율 0%를 기록했다.

내과는 내시경수술이 강점이다. 조기 위암·식도암·대장암과 위·대장의 용종에 시행하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이다. 마취 없이 수면유도제만을 주사한 상태에서 위내시경을 사용해 질환을 치료한다. 소화기암센터장 신용운 교수를 필두로 조기 위장관암 초음파내시경 분야의 권위자 김형길 교수, 간암의 맞춤형치료시스템 적용으로 생존률을 향상시킨 이진우 교수 등이 포석해있다.

일본 가메다병원에 환자안전시스템 전수

환자 중심이라는 인하대병원의 진료철학은 외국인 환자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인하대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 또한 35% 증가했다. 인하대병원 김영모 병원장은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입국에서 출국까지 모든 과정을 병원에서 관리한다”며 “각 언어권별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의사소통 문제 없이 환자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가메다병원 의료진이 인하대병원을 방문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료원 전 부문의 국제의료기관평가(JCI) 2회 연속 인증받은 인하대병원의 ‘국제환자안전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다. 가메다병원 의료진은 환자모니터링시스템, 고위험 의료기기·의약품 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인터뷰] 신용운 다학제암진료 소화기암센터장
“다학제 통합진료 최대 장점은 환자·의사 간 두터운 신뢰”


다학제 통합진료는 병원 경영의 측면에서 보자면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투입되는 인력·시간·비용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는 의료수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은 ‘환자 최우선’이라는 진료철학을 바탕으로 몇년 전부터 다학제 통합진료를 미리 시행해왔다. 다학제 진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소화기암센터 신용운 센터장의 말을 들어봤다.

-소화기암센터의 강점은 무엇인가.

“다학제 통합진료와 원스톱 진료시스템 구축이 최대 강점이다. 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검진센터와 연계했다. 신속한 진단에서 치료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최고의 외·내과 의료진의 시너지 효과는 최적의 진단·치료로 이어진다. 사이버나이프·래피드아크 등 최신 암치료장비를 도입해 첨단 의료서비스를 구축했다.”

-다학제 치료의 장점은.

“무엇보다 환자-의사간 신뢰도가 높아진다. 특히 암 환자는 각 과별로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다가 의료진 얘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불안감에 떤다. 하지만 다학제는 여러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오로지 한 환자를 위해 진단을 내린다. 환자는 자신이 특별히 관리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의사로서도 매우 뿌듯하다.”

-치료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성과·실적 보다는 철저히 환자 중심, 환자 우선을 추구한다. 수술 성공률은 환자를 우선에 두다보면 저절로 따라온다. 치료가 어려운 3·4기 암 환자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굳이 성공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경영 철학 역시 ‘눈 앞의 이익보다 지역시민의 건강과 행복 추구’다.”

오경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