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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레깅스를 닮으려는 애플 워치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지난달 9일(현지시간) 공개된 애플 워치를 두고 평가와 예측이 쏟아졌다. 스마트 손목시계가 나온 게 처음이 아닌데도 애플이라서다. 패션계 인사들의 감상평을 들어보니 반응이 흥미롭다. 기존 스마트 워치보다는 세련되지만 일반 시계보다 아쉬움이 많다는 것. 과연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찰나, 반전이 들린다. “그래도 뜨긴 뜰 것 같아요.”

 이런 예측은 패션에서 ‘트렌드의 힘’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만이 승자가 아니라는 걸, 집단적 욕망은 비이성적으로 다가온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한 터다. 레깅스도 그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 ‘1980년대 복고풍의 부활’을 예측하며 등장한 레깅스는 2006년 봄까지 시장에서 외면 당했다. 내복 같다는 둥, 성의 없어 보인다는 둥의 비호감 발언들이 나왔고, 그보다 더 강력한 건 ‘웬만한 여자가 입어선 안 예뻐 보인다’였다.

 그럼에도 세 단계를 거치며 일순간 대박 아이템이 됐다. 일단 미국 대표 캐주얼업체 아메리칸어패럴이 레깅스를 택한 것이 주효했다. 믿을 만한 브랜드가 야심 차게 제품을 내놓자 소비자들은 레깅스의 존재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동반 성장’의 운도 따랐다. 하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스키니진이 이미 물살을 타고 있던 차, 비슷한 느낌의 레깅스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패션 기자나 패션 피플 등 트렌드 세터들의 지지가 따랐다. 잡지에선 코디법을 싣고 연예인들이 화보를 찍으면서 웬만한 패션 브랜드에선 레깅스를 만들어냈다(『파리를 떠난 마카롱』).

 애플 워치를 이에 빗대자면 레깅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조건이 없다. ‘애플’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물론이고 동반 성장으로 치자면 최근 시계 시장은 기능성을 떠나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시제품 공개 현장에 패션지 기자들을 대거 불러 모으며 일찌감치 우호 세력을 확보해놨다.

 애플은 여기에 결정적 한 수를 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애플 워치 시제품을 선보였다. 그 자리에 샤넬 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 패션지 편집장 안나 윈투어 등 패션계 거물들을 초대했다. 더구나 장소가 된 파리 편집숍 ‘콜레트’는 트렌드를 만드는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뉴발란스 운동화나 키엘 화장품이 지역 브랜드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시작점도 바로 이곳이었다. ‘우리가 찍으면 뜬다’는 카리스마를 그대로 이용한 정공법이었다.

 출시 전인 애플 워치가 트렌드로 자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비를 이끄는 강력한 힘, 패션 트렌드를 이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경쟁은 삼성·구글이 아니라 스위스 시계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시작은 시계지만 그들이 또 무엇으로 소비자를 유혹할지 알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뻔한 PPL이나 컬래버레이션을 야심 차게 알려오는 패션업체들의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가득하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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