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박보균 칼럼] 새누리당 진짜 위기 온다

박보균
대기자
감동은 번지지 않는다. 이완구·박영선 여야 원내대표들은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다. 벼랑 끝 합의는 극적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다수 여론은 냉정하다. 국회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바뀌지 않는다. 세월호 논쟁의 피로감도 씻기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장면은 진부했다. 90개 법안 통과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 여야 간 논란 없는 법안들이다. 야당은 국회에 복귀했다. 정기국회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정치 불안은 만성적이다. 새누리당은 일하는 국회를 외친다. 그 다짐은 미덥지 못하다.

 새누리당이 보수혁신 특위를 만들었다. 김문수 위원장은 “보수혁신은 국민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 요구는 민생이다. 젊은 세대의 바람은 취업이다. 일자리는 서비스 법으로 늘어난다. 새누리당은 그 염원을 풀어 주지 못한다. 그 법을 통과시킬 역량이 없다. 선진화법 이후 집권여당의 무능이다.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작품이다. 그것은 정치 상상력 결핍의 산물이다. 그 속에 정치적 순진함, 무지, 오판이 섞여 있다. 웰빙의 낭만, 이미지 관리의 개인 욕심이 덧붙어져 탄생했다. 법 취지는 몸싸움 퇴출이다. 의결 중간 장치로 5분의 3(60%) 요건을 넣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원내대표 시절이다.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경험법칙을 무시한다. 단순 과반수(50% 이상 찬성)는 대의민주주의 바탕이다. 거기엔 불완전한 인간성에 대한 성찰, 사회계약의 고뇌가 담겼다. 고대 그리스 민주정치 이래의 관행이다. 중(重)다수결(재적 5분의 3 또는 3분의2)은 예외적이다. 개헌 같은 국가개조 사안에 통용한다. 1류 선진국은 그런 관행을 중시한다. 하지만 한국의 선진화법은 특이하다. 보통 사안에도 중과반수를 적용한다. ‘상임위 60%’는 일상화됐다. 한국 국회의 실험은 용감하면서 무모하다.

 선진화법은 게임체인저다. 입법 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법안 주도자들은 기발했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의미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법은 타협의 정치문화를 요구한다. 절제와 배려, 당론 거부의 소신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에 이런 요소들은 찾기 힘들다. 한국 정치는 험악한 갈등과 거친 떼쓰기다. 소수의견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소수 우대의 과잉은 부작용을 낳는다. 그것은 소수 횡포로 작동하기 쉽다. 다수의 불만을 초래한다. 정치의 예측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선진화법은 진화한다. 내부 관성이 생겼다. 여당엔 괴물로 등장했다. 괴물의 파괴력은 커졌다. 식물여당, 식물국회를 넘어 식물정권을 만들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재촉하고 있다. 민생법안 통과를 거듭 요구한다. 하지만 그 법안의 장래는 기약 없다.

 국회에서 몸싸움 장면이 없어졌다. 그것은 기묘한 착시현상이다. 선진화법 덕분에 몸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 60% 조항은 주요 법안을 통제한다. 물리력보다 힘센 무기다. 새누리당 의석은 158개(52.7%). 새정치민주연합의 승인 없이 의욕을 발휘할 수 없다. 선진화법은 성벽을 쌓는다. 그 벽 너머에 본회의 무대가 있다. 쟁점 법안은 벽을 넘지 못한다. 핵심 민생법안은 상임위에서 묶인다.

 경험법칙이 무시됐다. 역설이 발생한다. 선진화법은 운동권 정치의 퇴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다. 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득세한다. 운동권 출신 야당의원들은 선진화법의 최대 수혜자다. 여야 중진끼리의 협상은 소용없다. 중진들의 영향력은 쇠퇴한다. 의회주의자들의 입김은 약해진다.

 새누리당은 아무것도 결단할 수 없다. 선진화법 아래에서 탈출구는 없다. 해법이 있다면 극단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동 여당을 하면 된다. 야당의 의견을 우월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쟁점 법안을 대폭 줄이면 된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정치 혼선을 깊게 한다. 박근혜 정부는 주요 국정 어젠다를 포기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한심한 처지는 이어진다. 그 고통은 자업자득이다. 어설픈 상상력이 낳은 비극이다. 그 초라함은 끝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진짜 위기는 남아 있다.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에 찾아온다. 그때 여당의 무력감은 절정에 달할 것이다.

 19대 국회의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선진화법의 큰 피해자는 여당 초선의원들이다. 그들은 정치의 진수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 선진화법은 고쳐지지 않는다. 법 개정도 60% 조항에 걸린다. 여당은 위헌 소송을 하려 한다. 실질 효과는 별로 없다. 헌재 결정까지 1년쯤 걸린다. 내년 늦가을 국회는 파장 분위기다. 다음 총선이 다가온다.

 보수혁신의 핵심은 국정 책임성 강화다. 그 열망을 실천하려면 선진화법을 우회할 수 없다. 보수혁신의 우선 숙제는 선진화법 대처다. 선진화법 이후 여당의 과제다.

박보균 대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