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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흔들리는 지구촌의 영토선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의 800년 된 고성 파이비 캐슬(Fyvie Castle). 영국 찰스 왕세자가 60세 생일잔치를 벌인 곳이었음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한쪽에 걸려 있는 전통 명소다. 지난달 30일 그곳에서 스카치 위스키 산업 관련자와 외국 기자들이 함께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했다.

 내 왼쪽에는 유명 몰트위스키 제조 장인(匠人)인 앨런 윈체스터가, 오른쪽에는 홍콩에서 22년째 위스키 유통 관련 일을 하는 영국계 이탈리아인(어머니가 영국인이고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다) 여성 V가 앉았다. 맞은편에는 위스키 마케팅 일을 하는 20대 영국인 여성 브리짓이 자리를 잡았다.

 스코틀랜드 전통의 타탄체크 문양의 치마를 입고 온 윈체스터가 12일 전에 치러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얘기를 꺼냈다. “아내는 독립 반대를, 스물일곱 살 딸은 찬성을 지지했다. 집에서 정치 토론이 벌어진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이 어느 편에 표를 던졌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독립 시도 불발을 아쉬워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독립 여부를 가르는 주민투표 실시 전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잉글랜드의 자본과 유통망 활용 문제 때문에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가 많았다. 윈체스터는 “스코틀랜드인들이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다고 해석한다”고 점잖게 말했다.

 이어 오른편의 V(그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홍콩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나가 반중국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홍콩은 자치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할 때 최소 50년은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불과 20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졌다. 홍콩은 머지않아 결국 티베트처럼 될 것이다.” V는 요즘 홍콩의 부유층은 자녀들을 영국이나 미국 대학에 보내며 “돌아올 생각 말고 거기서 자리를 잡으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자 런던에서 일하는 브리짓이 “나는 되도록 영국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이민 온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지사로 파견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다국적 주류업체 간부인 한국인은 이런 걱정을 했다. “나는 요즘 제주도에 가면 이러다 섬 전체가 중국 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이상언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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