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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처럼 … 청년층, 기업에서 돈 벌며 자격증도 딴다

메가박스나 CGV 같은 영화상영업체는 무턱대고 영화관을 늘릴 수 없다. 영화진흥법 제30조의 규정 때문이다. 영사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영사기사가 없으면 영화관을 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국내 고교나 대학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에선 영사기사를 육성하는 교과목이 없다. 이러다 보니 국가기술자격이지만 사설학원에서 별도로 교육받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 영화진흥법이 교육과정이나 영화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다. 영화상영업체는 영화관을 새로 열 때마다 학원에서 배출한 영사기사를 신규 채용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기업대학을 설립해 기존 직원을 교육시켜 영사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한 영화업체 관계자는 “신규 채용했다 이직이라도 하면 또 사람을 뽑아야 해 경영에 이만저만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런 불합리한 채용관행이나 기업경영을 옥죄는 규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기업이 뜻있는 청년들을 직접 훈련시키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한국형 도제법인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1일 입법예고됐다.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기업이 청년층을 학습근로자로 뽑아 주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3~4일은 현장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일·학습 병행제도다.


 이 법이 시행되면 청년들이 메가박스나 CGV에 영사기사로 취업하려 별도로 돈과 시간을 들여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해당 업체의 학습근로자(계약직)로 들어가 일하면서 기술을 익히면 된다. 물론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도 받고, 학교에 다니며 학습도 병행할 수 있다.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기업 내부평가를 거쳐 정규직원이 될 수 있다. 평가에 합격하지 못해도 최장 1년 동안 훈련을 더 받고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외부 평가까지 통과하면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기업은 인력수급이 쉬워지고, 기업의 문화와 동화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다만, 학습근로자를 일반근로자처럼 기업이 부릴 수는 없다.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했다. 서비스업과 같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오후 10시 이후 야간과 휴일에는 도제식 현장훈련교육이 금지된다. 임금은 매달 지급해야 한다. 학습근로자가 최종 합격하면 일반근로자로 전환해 같은 처우를 해줘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받은 훈련지원금이나 시설비를 반환해야 한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가 바뀌면 일·학습 병행제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업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산업계가 주도하는 자격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 법을 만들게 됐다”며 “과잉근로와 같은 기존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불식시키고, 기업의 인력충원에도 수월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현실과 괴리된 교육현장을 산업현장이 바로잡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습근로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노동3권을 보장한 것은 문제”라며 “채용 당시 체결한 학습근로계약을 힘의 논리로 변경하거나 기존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근로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1만 개 기업, 7만여 청년에게 일·학습 병행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9월 말 현재 1715개 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517명이 기업현장과 학교를 오가며 교육훈련에 참여 중이다. 참여한 기업들이 제출한 학습근로자의 평균 훈련기간은 1년6개월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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