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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보다 사고현장 먼저 도착한 180명 '주민 구조대'

30일 전남 신안군 홍도 선착장 앞바다에서 유람선이 좌초됐다. 홍도 주민이 배를 타고 나가 승객·승무원 110명을 모두 구했다. 사진은 구조활동 모습. [뉴시스]


“애앵~.”

홍도 주민들 사이렌 구조 작전
30년 전 유람선 침몰 후 매년 훈련
110명 모두 구해 … 승객 20명 다쳐
"해경, 악천후에 출항 허용" 지적도
27년된 선박, 올해 일본서 들여와



 30일 오전 9시14분 전남 신안군 홍도 선착장. 유람선사무실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박 사고나 불이 났음을 알리는 비상 신호였다. 곧이어 “유람선이 좌초했다. 출동할 준비를 해달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5분이 채 되지 않아 마을 주민 180여 명이 부둣가에 모였다. 이 중 30여 명이 소형보트 10여 대에 나눠 타고 사고 지점으로 향했다. 부두에 있던 유람선 8척과 어선 10여 척 역시 뒤따라 출동했다.



 사고 지점에선 171t급 유람선인 바캉스호가 암초에 부딪혀 뱃머리가 바위에 올라선 상태에서 승객 105명과 승무원 5명이 구조를 기다렸다. 현장에 다다른 주민들은 유람선과 어선을 바캉스호 옆에 대고 승객들을 옮겨 태웠다. 소형보트들은 혹시 물에 빠진 승객이 생기면 구하기 위해 주변에서 대기했다.



 승객과 승무원 110명이 모두 유람선과 어선에 옮겨 탄 건 오전 9시30분. 사고 소식을 홍도 주민들이 접하고 16분 뒤였다. 신고를 받은 해양경찰 함정은 그보다 16분 뒤인 오전 9시46분에 도착했다.



 이날 홍도 주민들의 번개 같은 구조는 30년 가까운 훈련의 결과였다. 1985년 홍도에서는 유람선 신안호가 침몰해 2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그 뒤 주민들은 해경 등과 함께 구조 매뉴얼을 만들고, 매년 한두 차례 매뉴얼에 따라 훈련했다. ‘사고 소식을 들으면 사이렌을 울리고 주민은 선착장에 모인다. 속도가 빠르고, 쉽게 물에 빠진 승객을 건질 수 있는 소형보트부터 출동한다’는 것 등이 매뉴얼에 담긴 내용이다.



 사고가 난 바캉스호는 이날 오전 7시20분 홍도항을 출발해 홍도를 한 바퀴 돌고 오다 암초에 걸렸다. 사고 해역은 암초가 많아 유람선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바캉스호 문모(59) 선장은 “거센 바람에 배가 암초 지역으로 밀렸다”고 해경에서 진술했다. 해경은 문 선장과 승무원의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경은 문 선장이 지난달 16일 입사해 바캉스호를 몰기 시작한 지 15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운항 과실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고로 승객 20여 명이 다쳤고 기관실 바닥은 1m가량 뚫렸다. 승객 박성준(57)씨는 “배가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뭔가에 부딪히는 순간 몸이 앞으로 굴렀다”며 “순간적으로 세월호 사고가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바캉스호 승무원들이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좌초 직후 “구명조끼를 입어라”고 알리고, 착용한 승객은 배의 맨 위층으로 올라가도록 했다. 당황한 승객을 추스르며 구명조끼를 입혀주는 승무원도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해경에선 문제점이 드러났다. 30일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2~2.5m 파도가 일었음에도 해경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출항을 허용했다. 익명을 원한 홍도 주민은 “이 정도 파도면 어선이 조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캉스호는 만든 지 27년 된 낡은 선박으로 올해 일본에서 들여왔다. 해경은 지난 5월 13일 이 배에 대해 운항허가를 내줬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약 한 달 뒤였다. 면허 기간은 2023년 4월까지로 10년간이다. 면허 기간이 완료될 무렵에는 선령이 37년인 채로 운항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해경 측은 “현장 점검 결과 이상이 없어 허가했다”고 밝혔다.



신안=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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