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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4㎞ 구보 … '진짜 사나이' 외치는 여대생들

숙명여대 제217학군단 장교 후보생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올해로 창설 3년째를 맞은 숙명여대 학군단은 그동안 55명의 여군 장교를 배출했다. 2012년 남성 후보생들이 속한 타 대학 학군단을 모두 제치고 군사 훈련 성적 종합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오늘(1일) 제66주년 국군의 날을 맞이하는 마음은 무겁습니다. 올해 군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숙대 ROTC 일일체험



육군 22사단 임모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폭행 사망 사건 등등. 일각에선 남성 일변도의 경직된 군대 문화가 이런 끔찍한 사고들을 키웠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청춘리포트는 각종 사고로 얼룩진 군대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청춘 세대의 여성들 가운데 군대에 지원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 젊은 여성들의 소프트 파워가 군대의 각종 악습을 씻어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게 합니다.



청춘리포트는 지난달 26일 ‘금남(禁男) 구역’ 숙명여대 제217학군단을 찾았습니다. 5년차 예비역 병장인 기자가 여군 장교 후보생 일일체험을 하면서 대한민국 여군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충성! 아침 점호 인원보고!”



 오전 6시20분 서울 숙명여대 ROTC 기숙사. 카랑카랑하면서도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새벽을 깨웠다. 대다수 여대생이 한창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그 시각. 숙명여대 ROTC(학생군사교육단) 장교 후보생들의 하루가 아침 점호로 시작됐다.



 숙명여대 학군단은 다른 대학 ROTC와 달리 전 후보생들이 기숙사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 단체 생활을 통해 협동심과 리더십을 기르고 부대 생활을 미리 경험하기 위해서다. 아침 점호는 여느 부대와 마찬가지로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얼굴은 분명 여대생인데 눈빛과 목소리는 ‘진짜 사나이’였다. 조국기도문 낭독과 애국가 제창이 이어지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체험에 나선 기자 역시 조금씩 군기가 들기 시작했다. 7년 전 입소했던 육군훈련소 풍경이 아른거렸다.



 점호가 끝난 뒤 인근 효창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아침 체력 단련을 위해서다. 국군 도수체조로 몸을 풀고 곧바로 4㎞ 달리기가 시작됐다. 운동장 트랙을 10바퀴나 돌아야 한다. 스물아홉의 건장한 남성인 기자는 젊은 여대생들도 거뜬히 뛰는 걸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본지 고석승 기자(가운데)가 전투복을 갖춰 입고 여군 장교 후보생들과 함께 제식 훈련을 받고 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 ” 운동장 세 바퀴째. 여성 후보생들이 부르는 군가 ‘진짜사나이’가 소리를 키우는 사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전날의 음주 때문일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혀와 제대로 발을 내딛기도 힘든데 여성 후보생들은 기자 곁을 쌩쌩 지나쳤다. 결국 두 바퀴를 남기고 기자는 대열을 빠져나왔다. 달리기를 다 마친 후보생들이 운동장 구석에 주저앉은 기자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후보생들을 관리하는 훈육관 박진아 중위가 기자에게 질책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을 했다.



 “후보생들은 매일 아침 이렇게 체력 단련을 합니다. 처음엔 한 바퀴도 버거워 했었는데 매일 뛰니까 익숙해진 겁니다. 매일 운동하면 금세 좋아질 거예요.”



 체력 단련을 마친 후 후보생들은 교내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기자도 끼어보려 했으나 숙명여대 기숙사 식당은 지금껏 한 번도 남성에게 개방된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기숙사 인근에서 홀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오전 9시부터는 군사학 수업이 이어졌다. 후보생들이 단복을 갖춰 입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이날 3학년 후보생들은 학군단장으로부터 군인의 자세 등 정신교육을 받았다.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일반 대학 강의보다 참여 열기가 더 뜨거웠다.



 젊은 여대생들이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남성처럼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힘든 길을 걷겠다고 자청했을까. 곧 ‘부녀(父女) 장교’가 될 이정은(정치외교학과 3학년) 후보생은 “아버지가 군인이라 어릴 때부터 군복이나 군가 등에 익숙했다”며 “나라를 지키는 명예는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생의 아버지는 육군훈련소 30교육연대장 이정수 대령이다. 성문영(체육교육과 4학년) 후보생도 비슷한 경우다. 성 후보생은 “ROTC 후보생을 모집할 때쯤 군인이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현충원에서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할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학군단이 설치된 여대는 숙명여대와 성신여대 두 곳뿐이다. 두 학교의 자체 선발 인원 60명을 포함해 한 해 250명의 여군 ROTC 장교 후보생이 새로 탄생한다. 경쟁률이 매년 5대 1을 웃돌 정도로 반응이 좋다.



 최근에는 ROTC뿐만 아니라 각종 여군 모집의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여생도 20명을 뽑는 육군3사관학교 2015년도 모집에는 모두 961명이 지원해 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군 부사관 경쟁률도 해마다 10대 1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군대에 20대 여성들이 몰리는 데는 양성 평등 문화가 보편화된 것과 더불어 취업난 영향이 크다. 서울부사관장교학원 박경진 운영실장은 “요즘은 학원 수강생 중 절반이 여학생”이라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군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 부사관 시험을 준비 중인 정미영(24·여)씨는 “남성과 똑같이 국방의 의무를 다 할 수 있다는 게 여군의 매력”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란 측면에서도 군인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전체 장교·부사관 중 5.3%인 여군 비율을 2020년까지 7%로 늘릴 방침”이라며 “올해 포병·기갑 병과를 개방하는 등 순차적으로 여군 병과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훈련을 모두 끝낸 뒤 숙명여대 ROTC 후보생들과 둘러앉았다. 훈련 내내 그야말로 ‘상군인’의 자세를 보여줬던 후보생들도 영락없는 여대생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법무병과를 지망하는 법학도(김태희 후보생·법학과 3학년)부터 미스코리아 서울 미 출신(유지혜 후보생·영어영문학부 4학년)까지 다양한 생각과 이력을 지닌 후보생들이었다. 그들이 여대생이면서 동시에 여군 후보생으로 살아가는 일의 보람과 고민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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