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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눈먼 돈에 눈 감았던 감사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도와준 인물로 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과 전직 도지사들, 그리고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이름이 줄줄 나왔다. 그러곤 어깨를 으쓱했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전통시장 지원자금 약 200억원을 타낸 A시장 상인회장에게 “그렇게 많이 받은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이랬다.

 “우리는 알지. 어떻게 해야 (지원금을) 딸 수 있는지”란 대답을 들은 적도 있다. 주차장 설치 자금 수십억원을 곧 정부에 신청하겠다는 B시장에서였다. “이미 주차장이 있는데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에 상인회장이 선문답처럼 던진 말이었다.

 구체적으로 두 대답이 같은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시장 지원 결정이 100%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을 꼼꼼히 점검한 뒤 정말 필요한 곳을 골라 지원한다면 “우리는 알지~”란 답이 나올 리 없다.

 실제가 그랬다. 나랏돈과 지자체 돈 수억원을 타내 시장 안에 지어놓고는 놀리는 시설이 적지 않았다. “주차장을 짓겠다”고 70억원 넘는 돈을 받아서는 다른 데 쓰기도 했다. 전통시장 사업 지원금을 받은 전국의 시장 1084곳 중 25곳을 본지가 직접 점검한 결과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쏟아부은 전통시장 지원금 3조3400억원은 그렇게 곳곳에서 새나갔다. <본지 9월 29일자 1, 4, 5면>

 따지고 보면 감사원에도 책임이 있다. 10년 넘게 3조원 넘는 세금이 쓰였는데도 파행적인 운영은 없었는지 단 한번 집중점검(특정감사)을 하지 않았다. 가끔 냄새는 맡았다. 올 4월에도 일부 시장이 사업비를 타내 시설을 지은 뒤 남은 돈을 반환하지 않은 것을 적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소관 부처인 중소기업청에 “받아내라”고 지시한 게 전부였다. “인력이 부족하고 순서에서 밀려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 해명이다.

 오랫동안 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시장 상인회장들이 아예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감사 열외지대’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부지런히 우리 시장에 드나드는데 감사를 나오겠느냐”는 상인회장이 있었다.

 이런 생각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 또 다른 부정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 감사가 시급하다. 더구나 지금은 쓸 돈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세금을 더 걷고, 국채를 더 발행하겠다고 난리법석이 아닌가. 세금을 올리기에 앞서 새는 세금을 막는 게 먼저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나랏돈이 허투루 쓰인 사례들을 찾아내 처벌하고 돈을 되물리는 것부터일 것이다. 새는 곳간 놔두고 국민에게 돈 더 달라고 손을 벌리면 누가 흔쾌히 응하겠는가.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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