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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법에 어긋나는 여야의 세월호 합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어제 타결됐다. 사건 발생 167일 만이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복귀했으며 본회의가 열렸고, 밀려 있던 안건 91개가 처리됐다. 국회의 법안 처리는 5개월 만이고 국회가 정상화된 건 정기국회 개회 한 달 만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국회 발목을 잡았던 쟁점은 민간인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할지 여부와 특검을 누가 추천하느냐였다. 사실상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주지 않기로 함으로써 사법체계의 원칙은 지켜지게 됐다. 그러나 특검 부분은 다르다. 여야는 후보 4명을 여야 합의로 추천키로 했고, 유족이 추천 과정에 참여할지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 추천’은 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여야는 지난 3월 특검법을 제정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 지금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였다.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추천하고 임명하는 절차를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검후보추천위가 과반수 의결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다. 추천위원 7명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과 국회에서 추천한 4명이다. 사실상 국회 추천은 의석에 따른 게 아니고 여야 2명씩으로 운용된다. 법이 이렇게 명시한 것은 법조 3륜과 여야의 균형을 맞춰 특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여야가 일전에 마련한 2차 합의안은 여당이 2명의 추천위원을 임명할 때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이것도 ‘균형’이라는 법 정신에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여야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기로 했으니 이는 법에도 없는 ‘정치권의 자의적이고 과도한 영향력’을 만든 것이다. 법에 따라 추천위에 맡겨야 하는 걸 여야가 틀어쥔 것이다. 만약 실제 협상에서 유가족의 압력을 받는 야당이 밀어붙이고 여당이 물러서면 특검 후보는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국회는 특검법을 만들어놓고 첫 번째 시행에서부터 법을 어기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적이고 충격적이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사고다. 개별 사고에 따라 법이 춤을 추면 나쁜 선례가 된다.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이 특검추천권에 압력을 넣으면 그때 국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되는 대의민주주의 중추기구다. 이런 국회가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한국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세월호 참사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던 사회의 부실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개조하는 개혁 조치를 국회가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이런 작업은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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