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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혹시 나도 … 우울증인가요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 만나야



출산 후 자주 울적하다는 주부

Q. (우울한 30대 여성) 32세 주부입니다. 요즘 너무 자주 우울한 기분이 듭니다. 혹시 우울증인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 보니, 이런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업무 등 뭔가 사회적 기능이 떨어져야 우울증으로 진단한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2~3주 정도 우울한 감정이 지속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2년 전 출산 후부터인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 돌보는라 너무 힘들어 남편 퇴근하기만 기다렸는데, 정작 남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만 보더군요. ‘내가 왜 이 남자와 결혼했나’ 후회했습니다. 그러다 화 내고 결국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기 부지기수입니다. 출산 전에도 생리 때면 좀 우울해졌는데, 저 우울증 맞나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A. (여자 마음 잘 다독이는 윤 교수) 최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한국 성인의 우울증상 경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울증을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을 느낀 경우’로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한국 성인 8명 중 1명(12.9%)이 우울증을 경험한답니다. 그런데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10명 중 1명(9.7%)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우울증과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10조원을 넘어선다는데, 정부의 적절한 대책은 물론 개개인의 관심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16.5%)은 남성(9.1%) 보다 1.8배 더 많이 우울증을 경험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적, 환경적 요인만으론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생물학적 요인일까요. 최근엔 남녀 간 우울증 발병 격차를 호르몬으로 설명합니다.



 실제로 사춘기 전에는 남녀의 우울증 발병률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는 사춘기 이후엔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이 2배 이상 치솟습니다. 사춘기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그리고 폐경 전후엔 여성의 호르몬 변화가 급격하죠. 바로 이때 우울증 위험성이 늘어나는 겁니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우울증은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혼자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감기 걸리면 의사를 찾듯 우울증이 왔다 싶으면 편하게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운동·명상·친구·취미가 기분 촉진제



Q.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심한 우울증이 아니라 살짝 왔다 가는 우울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그때마다 병원에 갈 수는 없잖아요.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누구 도움을 받기보다 그저 기분을 바꿔 보려 노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그래, 난 행복해’라고 주문 외듯 큰 소리로 외쳐보기도 하고, 아이를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대부분 금세 기분이 다시 가라앉지만요. 아니,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 먹으면 오히려 더 기분이 처지기도 합니다. ‘다운’ 됐을 때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 방법 없나요.



A. 블루스(blues), 즉 마음이 가라앉고 울적한 상태를 얘기하죠. 블루스 하다고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울적한 마음은 살다보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죠. 우선 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긍정적 마인드만 갖고 살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에너지가 소진돼 더 우울해질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런 울적한 마음이 오래 지속되는 건 좋지 않겠죠. 울적할 때 꺼낼 수 있는 기분 촉진제 네 가지를 알아 볼까요. 하버드 의대의 건강 리포트에 실린 내용입니다.



 첫 번째 기분 촉진제는 운동입니다. 혈액 순환을 돕고 신경 세포 기능을 개선시켜 긍정적 감성을 갖게 합니다. 운동 후 상쾌한 느낌, 바로 그겁니다. 빠르게 기분을 좋게 하려면 빠르게 걷기나 에어로빅, 테니스 시합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합니다. 좋은 기분을 유지시키는 정도만 원한다면 가볍게 걷기 등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으로도 충분합니다.



 두 번째는 명상입니다. 긍정적 감정을 불러오는 대신 두려움·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줄여주거든요.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여 혈압도 낮춰 줍니다. 요가나 명상 수업에 굳이 다니지 않더라도 관련 책이나 CD를 구매해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정 바쁘다면 틈틈이 호흡에 집중하며 숨을 깊게 세 번 깊게 들이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뇌는 이 정도에도 반응을 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적 관계 갖기 입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외로움은 울적한 마음을 갖게 하죠. 반면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스스로 부정적 생각에 빠지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삶의 목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가 줄어 정신이 맑아집니다. 새로운 취미 찾기, 의미 있는 봉사 하기가 이에 해당합니다.



현대인은 아는 것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이 네 가지 기분촉진제를 머리에 저장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실천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울과 함께 오는 불안감 해소법



Q. 오늘이라도 꼭 실천해봐야겠네요. 그런데 우울도 우울이지만 불안감도 걱정입니다. 처음엔 우울하다가, 혹시 이렇게 살면 인생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은 부정적 생각이 들며 불안해집니다. 문제는 불안할 때면 아직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한테 짜증을 낸다는 거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 버럭 화를 냅니다. 슬금슬금 내 눈치 보는 아이 얼굴을 보면 죄의식에 더 우울해지고요. 대체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A. 불안 자체는 정상 신호입니다. 출산 후 모성애가 강하게 작동해 생존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불안감이 커집니다. 문제는 불안한 마음엔 행복이 깃들기 어렵다는 것, 또 불안이라는 녀석은 워낙 관심 받기 좋아해 무뎌지면 자꾸 불안 신호를 강하게 보낸다는 겁니다. 마치 ‘이래도 나한테 관심 안 보일래’라며 떼쓰는 아이처럼요.



 그래서 마음 다스리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먼저 내 뇌를 네 면이 뻥 뚫어진 네모난 방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걱정’이 이 방 안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게 내버려 둡니다. 걱정이 나를 덮치면 그냥 뒤로 스윽 통과시켜 버리는 거죠. 불안은 내가 반응을 보일수록 커지는데 이렇게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려면 내 마음을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마치 영화 보듯 마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보는 겁니다. 효과가 있는지 지금 당장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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